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찌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스승이 제자에게 답했습니다.

“자네는 실수 중에 가장 큰 실수를 하려고 하는군!”

 

스승과 제자 간의 이 짧은 대화에서 삶의 지혜를 전수받고 싶은 제자의 물음에 통찰력 있게 답변하는 스승의 위트가 돋보입니다. 만약 스승이 이 세상에서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실수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난센스라는 사실을 제자에게 조목조목 설명했다면, 자칫 그 설명이 지루해지거나 의미 전달의 효과가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유머는 단조로운 우리의 일상에서 기쁨과 웃음을 유발하며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고, 때로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또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서 정서적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일조합니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프로이트S. Freud는 유머에 대해 “최고의 방어기제”, “멋지고 고무적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유머를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로 보았습니다. 일찍이 그는 유머가 성숙한 방어기제로서 불쾌하거나 공격적인 충동이 생겼을 때, 승화된 유머를 통해 타인에 대한 빈정거림 없이 불쾌감과 불안감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음을 알아차렸던 것이지요.

우리나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유머humor의 의미는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한편 사회학자인 린다 프랜시스 교수는 “유머에는 재미있다는 이유 이외에도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사람들이 유머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으며, 유머를 가지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머란, ‘심적 놀이’를 하는 도구나 재미있는 말장난쯤이 아니라, 다분히 어떤 속셈이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사람들은 유머를 통해 서로 간에 친밀감이나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유머를 잘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매력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즉, 유머는 그 자체로서 즐기는 유희적인 측면이 있는 동시에 사회적 기술이나 대인관계 능력으로 간주된다는 면에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일종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정신질환 진단의 질문 중에는 “유머를 알면 하나 말해 보세요.”라는 항목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일수록 유머를 구사할 수 없는데, 뇌세포 속에 유머가 차지하는 부위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웃음을 잃는 것이, 정신질환의 초기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실제로 사람의 뇌는 한 번 크게 웃을 때마다 엔도르핀을 포함한 다양한 쾌감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그중 엔도르핀은 모르핀보다 약 200배나 강한 진통 효과를 낸다고 하니 그야말로 웃음은 공짜 항암제이자 치료제인 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머러스한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신 또한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심각하고 진지하게만 접근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속에서 한바탕 웃어넘길 거리를 발견합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다큐멘터리 장르로 할 건지, 코미디 장르로 할 건지에 따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웃음의 소재를 찾고, 유머 감각을 기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머는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나 인생의 역경 속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합니다. 사람들 간에 갈등이 팽팽해지는 순간, 계속해서 진지하거나 엄숙한 태도로만 서로를 대한다면 갈등이 풀리기는커녕 골이 깊어지기 십상입니다. 이럴 때 적절한 유머를 사용하거나 위트 있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분위기는 좀 더 부드러워지고 갈등과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 줍니다. 답이 안 보이는 문제를 푸느라 골몰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환기해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거나 시야를 넓혀 주기도 하죠.

 

평소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동안 제법 잘 챙겨 보던 프로그램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 방송사에서 10년 넘도록 방영하던 한 개그 프로그램입니다. 일요일 저녁이면 일명 월요병을 극복하는 데 그나마 위안을 받던 시간이었던 거죠.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주던 프로그램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프로그램은 약 2년 전 방영이 종료되면서 더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소리 내서 크게 웃을 일이 별로 없던 제게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높은 경제력이나 강한 군사력, 선진화된 문화보다도 생활 속의 작은 웃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껄껄 큰소리 내며 웃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습니다. 시인 커밍스는 “가장 헛되이 보낸 날은 웃지 않고 보낸 날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커밍스의 명언대로라면 저에게는 헛되이 보낸 무수한 날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내일부터라도 저와 여러분의 매일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늘 도움이 되는 양식을 가져갑니다. "
    "건강한 방향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편안한 얼굴로 맞아주셔서 매번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