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화 에서 정말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던 호아킨 파닉스의 작품을 찾아보던 중에 라는 제목의 영화가 눈에 띄었다. 분홍색 바탕에 호아킨의 묘하게 몽환적인 표정이 눈에 띄어 이 영화를 시청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호아킨이 연기한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의 편지를 멋들어지게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내와의 별거 중인 채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게임을 해서 시간을 보내도 공허하고,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봐도 실망만 이어 가게 된다. 그러던 중에 인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당신은 박탈감에 씁쓸하고 쓸쓸하다. 그들은 잔치에 초대받아서 즐길 대로 즐기고 양 손에 선물 가방까지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나는 초대받지도 못했고 양 손에 가진 것은 하나도 없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누구 하나 내가 초대받지도 선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나는 괴롭고 고통스러운데 나의 이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이 괴로움을 누군가에게 토로하는 것이 어색하게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 내가 항상 너한테 맞춰 줬잖아!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B: 뭐? 네가 싫은 게 있었으면 그때 말을 했었어야지! 네가 아무 말도 안 해서 나는 괜찮은 줄 알았지!A: 너 만날 찌개, 국 들어간 음식 먹고 싶다고 해서 나는 별로 먹고 싶지 않은데도 같이 먹어 줬잖아!B: 너도 시키면 다 먹었고 싫다는 말도 안 했잖아! 맛있게 다 먹고 나서 지금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 흔히 있을 법한 대화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 주려고 항상 노력했다가 상대방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있었던 모임에서 선배 N형의 결혼생활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임 구성원의 대다수가 미혼인 데다 결혼을 생각 중이기도 했기 때문에 질문이 적지 않았다. 특히 다들 궁금해했던 것은 N형이 왜 결혼을 결심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지금의 아내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아내의 어떤 점이 형을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N형의 답변은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여러 이유 가운데 N형이 특히 강조한 것은 첫 번째로 아내에게 함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의학과 전문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한 가지 일에 너무 많은 사람이 관여하면 그 일의 해결 방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직장에서의 회의 시간을 생각해 보자. 특히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회의에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 배를 타고, 자기 쪽으로 노를 젓는다. 사공을 하나라도 더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입을 꾹 다물게 된다. 어차피 곧 리더 사공이 나타나 상황을 싹 정리해 줄 예정이니, 특별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말이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우리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또는 동호회에서 엄격한 규칙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는 일을 종종 겪습니다. 이익 창출이나 양질의 교육, 취미 생활이라는 애초의 목표는 희미해지고 규칙에 순응하며, 그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강력한 규칙과 규범으로 조직을 통솔하는 리더십을 ‘하드 파워(Hard Power)’라고 합니다.하드 파워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Joseph Samuel Nye)가 정립시킨 개념입니다. 그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Soft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친구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인가요? 언젠가부터 친구가 나에게 고민을 말하지 않거나, 대화를 멈추었다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라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친구 A는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속상해하며,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얘기하려고 할수록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너를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나도 엄마랑 이야기하면 꼭 싸우게 되더라. 예전에 너랑 비슷한 상황인 적이 있었는데, 엄마한테 먼저 사과했었어."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해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3) 절대적으로 나쁜 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2)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사람에게 독이 되는 영향을 미치는 관계. 한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그 사람의 정신을 병들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관계. 나의 불행의 원인이 되는 이 독성관계를 알아차리고 여기서 떠나거나, 이 관계의 영향력을 벗어나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제가 이 강의를 개설한 목적입니다.이러한 관계는 다음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알아차리기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직장동료가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 같은 상황이라면, 위로를 건네야 할까? 모르는 척 해야 할까? 긴 시간을 함께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편하게 대할 정도로 친밀감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면 고민 없이 위로의 커피를 건넬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직장동료라면 꽤 고민해야 할 것이다.'괜히 아는 척했다가 민망해하지 않을까?''상대는 기분이 상하거나 힘들지 않은데 내가 지레짐작하는 걸까?''위로나 아는 척을 안 하면 내가 매정한 동료로 느껴지려나?'수많은 걱정을
최근 엄마들에게 화제인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린마더스클럽입니다. 이 드라마는 초등커뮤니티를 둘러싼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학부모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요원(이은표 역)은 가방끈이 긴 엘리트이지만, 불의의 사건에 휘말리면서교수직에서 밀려납니다. 한편 교육열이 높은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자녀 사교육 커뮤니티에서는 도통 자녀 교육에는 관심 없어 보이는 신입맘 취급을 받게 되지요.그리고 자녀와 같은 반 친구의 엄마이자, 동네에서 최고의 핵인싸 타이거맘인 추자연(변춘희 역)과의 첫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3) 절대적으로 나쁜 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1)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의 정신을 구성하고 우리의 정신이 움직이는 방식을 정하는 인간관계. 우리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 그 사람과 어떤 관계를 쌓아왔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정신을 가지게 되고,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더 건강하고 적응력이 있는 사람이 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처음에는 나쁜 관계로 시작하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좋은 관계가 되기도 하고, 어떤 관계는 나쁜 관계라 하더라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2) 정신의 관성,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싶어한다. -두 번째 불행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두 번째 불행, 자신의 관계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을 두렵게 만듭니다.인간은 참 비합리적인 동물입니다. 멀리 돌아서 가는 낯선 천국에 가느니 눈 앞에 있는 익숙한 지옥으로 가려는 경향마저 있지요. 우리가 무언가에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변화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심지어 지금 이 상황이 고통스럽더라도 말이죠. 의학적으로 항상성을 의미하는 ‘호
[정신의학신문: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이호선 정신과 전문의]어느 부잣집 외아들이 있었다. 어릴 때 사고를 당해 몸 일부가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지만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예전에는 버스에 안내양이 있었다. 매번 같은 버스를 타다 보니 낯이 익게 된 대학생과 안내양은 눈인사를 나누었다. 몸이 불편한 그를 위해 안내양은 부축도 해주었다. 두 사람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었다. 청년은 무척 행복했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여인이 생겨 사는 맛이 나고 자존감도 올라갔다. 안내양 또한
정신의학신문|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옐친 센터’. 지난해 12월, 이곳의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은 안나 레포르스카야의 작품 ‘세 인물(Three Figure)’을 구경하던 중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세 인물은 이목구비가 없는 얼굴 3개를 나란히 배치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얼굴 2개에 검은색 ‘눈’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죠.범인은 사설 경비업체에서 파견된 60대 경비원이었습니다. 그는 미술관에 출근한 첫날, 근무 도중 ‘지루함’을 느껴 볼펜으로 낙서를 했다고 합니다. 업무의
1. 상처투성이였던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 정신의 관성,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싶어한다. -첫 번째 불행 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무아지경이라는 말을 알고 계십니까? 직역하자면 ‘나를 잊은 경지’를 의미하죠. 어떤 숙련된 스포츠 선수라던지 기술의 달인들이 고도로 집중된 상태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인간의 한계를 넘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걸 의미합니다. 야구선수가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칠 때 야구선수의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숙련된 야구선수게만 마치 영화의 슬로
[정신의학신문: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공의 수련 시절 매주 월요일 아침, 병동 입원 환자들의 치료 경과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회의를 주관하시던 A 교수님께서는 입버릇처럼 환자들의 연애 유무와 지속 기간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첫 회의에서 저는 우물쭈물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치의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을 모른다고 꾸지람을 들었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갸우뚱했습니다. 이후로 수련을 쌓으며 깨달은 내용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글의 결론은 제목과 같습니다. 가장 훌륭한 정신과적, 심
[정신의학신문: 광화문숲 정신과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매일 매일을 우리는 서로를 설득하고 설득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내 생각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설득은 항상 소소하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설득’하면 타인을 설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타인에 대한 설득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면서 또, 실패하면서 매일을 살아간다.자신을 설득하려고 애쓰지만 종종 실패하는 경우는 과연 언제일까?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다이어트’를 들 수 있겠다. 코로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호선의 (15) 우리에겐 정말 대화가 필요해- 소통 가족과 불통 가족의 차이 [정신의학신문: 서대문 봄 정신건강의학과 이호선 정신과 전문의]2022년 1월부터 2월까지 서울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렸던 연극 한 편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제목은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다. 구성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단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 크리스토퍼는 언어에 집착하는 학술 비평가이고, 어머니 베스는 추리소설 작가이며, 형 다니엘은 언어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고, 누나 루스는 오페라 가수 지망생이다. 반면 막내
[정신의학신문: 신림 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전형진 원장]‘시니컬하다’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 냉소적인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의 성격에 빗대어 떠올리는 시니컬함은 아마도 무심하다(차분하며 객관적이다)거나 담담한(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태도에 가깝다.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도 시니컬한 캐릭터는 매력적인 성격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웹소설 소개글 에서는 ‘#빙의, #성장, #삼각관계’처럼, 독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키워드를 달아 정보를 제공하는데, 여기서 ‘#시니컬’이라는 캐릭터
[정신의학신문: 이성찬 당산 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결혼 이래 한 번도 싸우지 않은 부부가 있을까? 아무리 금슬 좋은 부부라도 사소한 다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는 일은 전혀 다른 두 세계가 하나의 세계로 통합되는 과정인 것이다. 서로의 삶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외식은 일주일에 몇 번 할 것인지 등 작은 생활습관까지 맞춰나가야 한다.어떤 부부는 바나나껍질 때문에 이혼 위기에 놓였다. 남편은 바나나를 먹고 난 후 바나나껍질을 아무 데나 놓는 습관이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나쁜 습관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