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박정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와 손을 잡고 가다 보면 종종 손에서 저항이 느껴지는데, 내 손을 잡아당기거나 혹은 내가 억지로 끌고 가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있으면, 아이가 내 말을 안 듣는다거나 늑장을 부리는 듯한 생각도 들고, 때로는 반항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아이의 신체적 한계가 분명히 느린 걸음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문제는 우리 어른들이 그 사실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어디 아이의 보폭만 그렇겠는가? 마음도 어른보다는 당연히 미성숙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이런 미성숙한 아이들
"나하고 비슷한 사람은 처음이야, 약속! 찌찌뽕! 생각하는 것이 같다는 건 한 마디로 운명이야, 우리는 천생연분!"우리 딸이 너무 좋아하는 겨울왕국의 '사랑은 열린 문' 노래를 들었을 때, 처음엔 그냥 좋다고 했었는데, 자꾸 듣다 보니 왠지 남녀 간의 만남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 같아서 그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보게 되었다. (어쩌면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연애를 하게 되면, 나랑 비슷한 대상과 쉽게 어울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특히 그 만남이 시작될 때 서로 간의 비슷한 점은 분명 어떤 촉
최근 부모들에게 아이라는 존재는 예전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 같다. 결혼조차 힘들어서 포기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은데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난임의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기면 부모는 아기를 잘 키우려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는데 그게 초보 부모에게는 굉장한 부담이 된다.눈맞춤은 대화의 기본이란 것 이외에도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 흔히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듯이, 눈을 마주치는 것은 서로의 진심을 마주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결국은 아이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백 마디 말보다는 부모의 진심이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정신의학신문 : 려원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화로 인해 생기는 병을 크게 2가지로 보면 간헐적 폭발성 장애인 '버럭병'과 우울증에서 신체증상이 동반된 변이형태인 '화병'이 있다. 이 2가지는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완전히 다르지만, 그 뿌리는 같은 데서 왔다고 할 수 있다. 화를 못 참느냐 또는 너무 참느냐의 차이, 즉 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동전 양면의 모습 같은 느낌이다. 다시 말해서, 이 2가지는 똑같은 무언가가 모자라 생긴 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나를 인정해주고 품어주는 '사랑'이다. 이 두 경우의 사람들은, 사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적응하는데 헉헉대면서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중년의 시기가 되면 또 나 자신의 변화가 와서 그거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다.(지난 시간의 변화 내용 참조) 그러다 보니 적응은커녕 하루하루 버티는 정도로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아닌가 싶다.중년의 시기는 수평적으로도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이 쌓여있는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수직적으로도 적응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내 자녀의 삶을 등에 짊어진 채, 나도 거기에 적응하고 내 자녀도 그 상황에 적응을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어떤 중
[정신의학신문 : 려원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링크) 본격 정신의학 역사 만화 - 치매를 파헤친 이들 (1)(링크) 본격 정신의학 역사 만화 - 치매를 파헤친 이들 (2)
분노를 다루는 치료는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실제 생활 속에서의 기본적인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실질적인 치료는 가까운 전문기관을 찾으면 다양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화를 잘 내는 사람은 실제로 내가 왜, 어느 정도 화를 내는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러니, 육하원칙에 따라 그런 것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단순한 말을 스스로 확성기를 쓴 듯 증폭시켜서 굉장히 기분 나쁜 말로 해석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럴 때는 상대방의 말에 감정이라는 기름기(?)를
잘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것이 변한다.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이 지구만 봐도 매 순간 위치가 변하여 날씨와 계절을 만들어내고 있고,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도 끊임없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그런 순간순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 거 아니라도, 자기 자신만 제대로 바라본다면 '내가 계속 변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세상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세상에
이들은 원래부터 화를 표현하는 것에 익숙치 않아서 일단 억누르고 보자는 속성이 있고, 그래서 그런지 참을성만 더 커져서 '나 하나 참으면 모든 게 편해지는데...' 하는 생각으로 계속 견디려 한다. 때로는 '천성이 이런 걸 뭐...' 혹은 '싫은 소리는 정말 못하겠어...' 등의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까지 화내는 상대방을 외면 혹은 회피하려 한다.그런 이들이 화를 마주하게 되면, 기습공격을 받은 것처럼 멘붕상태가 되고 논리적 반박 자체를 못한다. 그때는 설사 자기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 해도,
중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호르몬의 측면에서는 대격변을 경험한다. 폐경이라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마치 고요하게 가라앉아있던 흙탕물을 확 뒤집어 섞은 모양새다. 몸도 마음도 한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신체와 정신 영역 2군데에서 콤보 공격으로 동시에 오기 때문에, 당연히 남자들보다는 그 타격이 더 크다.폐경이라는 것이 단순히 호르몬의 변화만 의미하진 않는다. 바로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는 거다. (사실, 남자들이 이런 부분들을 잘 이해하긴 어렵다.) 결국, 여자는 여자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화를 내야 할 사람들은 화를 내지 못하고, 화를 안 내도 될 사람들은 화를 지나치게 내는... 그런 분노라는 감정의 불균형 속에 살고 있다. 오늘 내용과 관련된 후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앞뒤 상황을 보기도 전에 일단 폭발부터 하는 스타일이라 실컷 화내고 난 후, 나중에 스스로 돌이켜보면 자신이 도리어 미안해해야함을 깨닫고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은 도리어 그때의 후회나 미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또, 왜 미리 그런 얘기를 안 해서 나를 후회하게 만드냐며 더 몰아치기도 하는데...
아직 중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예전보다는 지금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눈물이라곤 흘려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1~2년 전부터 우리 딸의 발표회를 보고 눈물을 글썽인 적도 있고 종종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코끝이 찡해진... 그런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이제 50대에 막 접어든 선배는 슬픈 드라마만 보면 그냥 자동적으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고 한다.호르몬이라는 것은 그 절대량보다는 비율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세계에서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남
개인적으로는 좀비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이번 분노 시리즈를 그리면서 분노자들을 생각하다 보니 계속 좀비 생각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좀비들은 약한(?) 인간들을 특정 타겟으로 공격할 뿐, 자기들끼리 잘 싸우지는 않는다는 게 화의 첫 번째 속성과 비슷하고, 좀비들의 공격 본능이나 식욕은 절대로 저절로 해소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두 번째 속성과 비슷하다. 또한, 일반인들은 좀비에 물리면 바로 감염되어 똑같이 좀비가 되므로 세 번째 전염성 또한 잘 설명이 된다.좀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는, 그들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이 폐허가
중년이라고 넋 놓고 당하고만 있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지 않은가? 멋지게 카운터 펀치를 한 방 날리고 싶지 않은가? 간단하진 않지만, 공허감과 신체증상 등의 중년을 괴롭히는 요소들을 해결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그 시작은 언제나 내 안에서부터다.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 모순되는 일이다. 사실, 길 위에서 출구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그 누구도 출구를 정확히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결국은 그 길에서 멀리 떨어져 전체를 보거나 위성사진 보듯이 한눈에 내려다보는 그런 관점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한데, 실제로는 자신과
화의 속성, 두 번째로는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분해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들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도 아물게 되고, 슬픈 기억들도 옅어지며, 노력이나 연습의 성과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유독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이 바로 분노, 즉 화에 대한 것이다. 마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것처럼 눈 앞에만 보이지 않을 뿐, 영원히 마음 한 켠에 자리 잡는 것 같다.때로는 화를 전달하다 보면 내 감정까지 얹어서 더 많이 화를 내기도 하고, 서로 화를 내다
중년에게 마음의 위기는 공허감, 몸의 위기는 신체증상이다. 공허감은 감정 상태이므로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신체증상은 내 몸의 감각으로 느끼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보려고 한다.(물론, 이 시기에 실제로 몸이 아픈 경우도 흔하다. 허나, 그런 경우라도 중년에게는 원래보다 더 아프고 힘들 수 있다.)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실제로는 그 정도의 심한 소견을 보이지 않고 때로는 아무 이상 없는 경우도 꽤 있다. 이때부터 가족들은 당사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때로는 낙인까지 찍어버리기도 한다. 가족들은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