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1편에서 우리는 “중독은 의지의 문제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중독은 보상체계와 연관이 깊고, 보상체계는 뇌 속에서 도파민 경로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중독이 의지박약보다는 바로 이 보상체계가 망가진 “뇌질환”이라고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망가지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에 앞서 중독과 관련이 깊은 개념들을 소개하겠다. 중독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에는 의존, 금단, 내성, 남용이 있다. ‘의존(dependence)’은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바야흐로 전 국민이 재테크에 열광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에 따라 투자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또한 인기입니다. 이제 길이나 카페에서도 유튜버들의 투자법을 탐독하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이니까요. 경제 유튜버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중 일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점점 자극적인 내용만 송출하면서 혹자는 이들을 ‘금융 포르노’라고 부르며 경계하기도 합니다. 사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유튜브의 특성상 이런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하지만 이들 중에는 정말 소위 ‘투자
[정신의학신문 :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가끔 세상사는 뒤로,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_무관심 vs. 둔감 “너는 애가 왜 그렇게 표정이 없니?”“너 같이 말이 없고 무표정한 애는 처음이야.”“그렇게 말이 없는데 정신과 의사는 제대로 하겠어.”지금도 말이 없지만 어려서는 더 말이 없었다. 말 없고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 내가 기억하는 어릴 적 나의 모습이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의 기억도 비슷할 것이다. 정신과 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한 선배도 있었는데 다행히 정신과 의사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해야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앞서 여성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세 시기 월경, 임신 및 출산, 완경을 전체적으로 짚어보았다. 이 가운데 임신과 출산 과정에는 태반이 생기고, 출산과 동시에 다시 사라지며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호르몬의 변화는 큰 불안을 야기한다. 임신과 출산 중 여성의 변화에 대해, 어떤 위험요소가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임신과 불안임신과 출산 과정은 여성만이 가능한 경험이다. 생명 탄생에 있어 숭고한 일임이 틀림없지만 당연하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강이나 바다에서 경주하는 건 어때? - 토끼와 거북이자존심 센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인내심도 대단했고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었죠. 그는 수많은 동물 중에 거북이가 제일 느리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달리기 연습을 하다 보면 자기보다 더 늦게 달리는 동물이 눈에 띌 때도 있었거든요. 그 동물이 매번 달랐기에 누구라고 콕 짚어 말할 순 없었지만요.어느 날 거북이는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거북이가 세상에서 제일 느리다는 편견을 깨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절망 가운데서 바라볼 수 있는 것들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이라는 영화는 실제 암 경험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고, 영화화한 이야기입니다. 이윤혁 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마지막 임종기까지의 과정을 다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결코 새드엔딩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해피엔딩에 가깝습니다. 죽음 자체의 절망이 아니라,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꿈을 이루어내는 가치와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주인공 이윤혁 씨가 앓았던 ‘결체조직성 작은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본 글에는 오징어 게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역사 상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오징어 게임. 한국인으로서 기쁜 소식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오징어 게임 이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생각해본다면 씁쓸함도 함께 든다. 물론 오징어 게임의 흥행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을 건드려야만 흥행을 뛰어넘는 대박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이 건든 무의식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마약, 알코올, 담배, 도박, 게임 등 중독의 종류는 다양하다. 중독은 우리가 정상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들에 대한 끌림이 지나쳐진 상태이다. 중독자라 할 때 흔히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어질러진 방에 술병들이 나뒹굴고 있고, 며칠 째 씻지 않은 채로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폐인의 모습? 식음을 전폐하고 밤새 도박을 하며 점차 야위어가는 모습도 같이 떠오른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기력해 보이고, 도박, 게임, 마약 등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즐거워하며 한다기보다, 멈
[정신의학신문 : 서대문 봄 정신과, 이호선 전문의] 아들은 남편의 대체재가 아니다- 문제는 자식에게 있는 게 아니라 부부관계에 있다텔레비전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소위 막장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며느리를 괴롭히면서 아들 편만 드는 독한 시어머니다. 며느리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로 그려지지만, 아들에게는 선하기 이를 데 없는 천사 같은 존재다.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며느리를 더욱 못살게 닦달한다. 왜 이러는 걸까? 아들은 자기 소유물이자 일심동체 관계인 반면, 며느리는 아들과 자신 사이를 갈
[정신의학신문 :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당신은 예민한가요, 섬세한가요?_ 예민 vs 섬세 의과대학과 정신과 수련 동기인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의 저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글항아리, 2020)이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았다. 서로 다른 병원에서 일하고 있고 진료하는 환자의 연령층은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낸 우리들은 어떻게 하다 보니 우울증과 자살 위험에 있는 사람들을 돌본다는 공통점을 갖게 되었다.그의 책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만큼 자신이 예민하다고 생각하고 걱정하는
[정신의학신문 : 당산 숲 정신과, 이슬기 전문의] 분노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사람의 분노가 굳이 나를 향하고 있지 않더라도, 분노하는 사람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긴장된다. 특히나 과격한 분노는 폭력적인 언행으로 쉽게 이어지기도 한다. ‘분노’는 너무 뜨거워서 마치 이성을 잡고 있던 끈이 풀린 것처럼 보인다.우리는 분노를 물이 끓고 있는 냄비나 화산에 곧잘 비유하곤 한다. 화를 낸다는 것은 자제력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끓어 넘쳐 냄비 속 요리를 망치거나, 화산이 폭발하여 그 주변을 삼켜버리는 모습은 ‘분노’의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난 말이야, 그런 건 줘도 안 먹어 - 여우와 신 포도여우 한 마리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때라 배가 고팠습니다. 하지만 가진 돈도 없고 인근에 식당도 없어 허기를 면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걷다 보니 포도밭이 나타났습니다. 맛있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죠. 향기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진동했습니다. 체면 불고하고 한 송이만 몰래 따먹을 요량으로 살금살금 기어서 포도나무 아래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간절한 바람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최근 ‘싱크홀’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배우 차승원과 김성균이 출연하여 유머, 재난, 감동을 골고루 취하고 있는 듯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재인 싱크홀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나오는 한강 괴물처럼 판타지가 아니다. ‘해운대’, ‘투모로우’처럼 재난 영화에 가깝지만, 조금 더 특별한 지점이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정말로 일어날지 모르는 도시재난인 것이다. 그렇다면 ‘싱크홀’의 어떠한 지점이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걸까?싱크홀(Sink Hole)은 말 그대로 땅이 꺼지면서 생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범죄 발생 건수는 한 해에 약 3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 평균 80건이 넘는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범죄의 특성상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봤을 때 성범죄가 일어나는 빈도는 훨씬 높을 것이다.성범죄를 일으키는 남녀 비율을 조사해보면 남성의 성범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피해자도 대부분 여성이다. 이런 불균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보려 한다.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는 남혐, 여혐 현상(‘남혐, 여혐의 심리’
[정신의학신문 :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에는 잊지 못할 명장면이 있다. 유명 패션 잡지의 편집장인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 분)의 비서인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비슷해 보이는 두 가지 벨트 중에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하는 자신의 상사 앞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이다. 미란다는 웃음을 터뜨린 앤디에게 묻는다. 뭐가 그렇게 재밌느냐고.“아, 아니에요. 그냥 제 눈에 그 두 벨트는 똑같아 보이거든요. 아시다시피, 저 아직.. '이런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식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되었는데요. 이게 시작하고 보니 너무 재밌어서 맨날 주식창을 보게 됩니다. 떨어지면 좀 사고 오르면 좀 팔고.. 남들이 볼 때는 적은 돈인 소액인데요. 이게 재밌다 보니 휴일에 장 안 열리는 날이면 너무 지루하고요. 요즘은 장 열리는 시간엔 약속도 잘 안 해요. 이거 혹시 중독인가요?" 최근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 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원래 도박문제센터에서는 주로 카지노, 온라인 배팅, 경마 등 도박 중독
[정신의학신문 :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나를 지키는 힘, ‘일정의 빈틈’_ 게으름 vs. 느긋함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는 이렇게 말했다.인간에게 큰 죄가 두 가지 있는데 다른 모든 죄도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성급함과 게으름이다(There are two main human sins from which all the others derive: impatience and indolence).어떤 배경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어려서부터 카프카와 그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나는 체코 프라하에 갈 때마다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받아들임’의 과정때로 우리의 삶 가운데, 어려운 순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받아들임’은 어느 순간 훅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항상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암을 진단받았던 순간을 떠올려본다면 처음에는 아주 힘들고, 당황스럽고, 화가 났을 수도 있고, 혹자는 극도의 불안이나 우울감을 경험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암을 겪고 있다고 해도, 지금 느끼는 감정과 맨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의 감정은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10만 원을 간다던 삼성전자가 육만 원대로 떨어지고, 3700까지 간다던 코스피가 2900으로 떨어졌습니다. 주가가 하염없이 떨어질 때 멘탈을 지키는 법은, 공황장애 치료법과 매우 비슷합니다. 주식투자란 사실 끊임없는 변수와 충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평정심을 유지해나가는 과정으로 심리 치료가 무척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1. 패닉의 원인을 제거한다.우선 처음에는 불안이 어느 정도 잠잠해질 때까지 주식창을 아예 안보는 것입니다. 한국 주식, 해외주식에 관련된 모든 어플과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틱 증상을 겪어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1년 조금 넘게 틱 증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세게 깜빡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반복적으로 눈을 치켜뜨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부모님께 혼이 났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 것을 걱정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숨길 수 있었지만 쉴 새 없이 증상이 이어질 때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증상은 1년 정도 계속되다가 사라졌습니다. 병원에 갔다면 일과성 틱 장애라는 소견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