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어 보기

사진 픽사베이

 

더이상 비만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체질량지수 (BMI) 25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는 대략 30%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꽤 오래 전부터 의학계에서는 각종 신체적, 심리적 문제를 유발하는 비만에 대해 주목해왔고, 다양한 치료 방법을 내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해결책에는 필연적인 단점들이 뒤따릅니다. 약물 치료에는 (상대적으로 간과하기 쉬운) 부작용들이 있고,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 밴드를 비롯한 몇몇 수술적 방식은 고 신해철씨의 사례를 떠올릴 때, 합병증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지요.

한편 의학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 우직하게 다이어트를 시행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 중 상당수가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체중 감량에 실패하거나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지치료로 임상 진료를 하는 정신과 의사들은 다이어트에 임하는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왜곡된 생각들을 찾아내었습니다. 이를 테면 '이 정도는 먹어도 상관없을 거야'와 같은 합리화 내지 과소평가, '케잌 한 조각을 못 참고 먹었으니 나는 완전히 다이어트에 실패한 거야'와 같은 꼬리표 달기, '음식을 버리는 것은 낭비니까 어쩔 수 없지만 먹어야만 해'와 같은 당위적 표현 등등이 그 예 입니다. 인지 치료적 기법을 이용한 다이어트에서는 이런 왜곡된 생각이 머릿속에 스칠 때, 다른 합리적인 사고는 어떤 게 있을지 떠올려보는 일을 강조합니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다시금 동기를 부여해 주는 이런 기법은 어떤 것인지 간단히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음식물을 입에 집어넣는 동안 별다른 생각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일견 그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매 순간 순간마다 이 행동을 의식하고, 관찰해 본다면 어떨까요? 사실 음식을 먹는 행동도 꽤 많은 절차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겠지요.

 

1) 유발 요인이 존재한다: 동생이 사온 과자 한 봉지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2)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먹음직스러운데? 배가 조금 고픈 것 같기도 하고...

3) 결정을 내린다: 먹어 버려야지!

4) 실행에 옮긴다: 봉지를 뜯고 먹어 치운다.

 

3)번의 결정 과정 직전에 우리는 마음의 갈등으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먹고 싶어, 하지만 살이 더 찔껄?, 그래도 먹고 싶은데 한 번만 안 될까?, 안된다고 규칙을 정했잖아.’

이 순간 불쾌한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여기서 주목해 볼 점은 ‘먹겠다고 결정을 내려 봉지를 뜯을 때’ 만큼이나 ‘먹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식탁 위에서 과자 봉지를 치워 버릴 때’ 똑같이 긴장감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인지 치료에서는 후자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안적인 사고를 많이 찾아보도록 격려합니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것이죠.

 

- 찬찬히 느껴보면 지금 배가 고픈 게 아닌 걸. 단지 이건 과자를 봤기 때문에 떠오른 충동일 뿐이야.

- 곧 저녁 식사 시간인데, 배를 비워 놓았다가 저녁을 더 맛있게 먹자.

- 과자를 먹으려고 부엌에 들어온 게 아니었잖아. 원래는 물만 마시려 했으니 이번에는 물만 마시자.

 

하지만, 임기응변식으로 대안적 사고를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구나 쉽게 지치고 유혹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수단과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례로 체중 감량에서 오는 이득을 기록한 카드를 적어보면 어떨까요. 살이 빠졌을 때의 삶은 어떨지, 직장에서, 친구를 만날 때, 소개팅을 할 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상상해 보십시오. 몸은 얼마나 더 건강해질지, 자신감이 얼마나 더 커질지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살을 빼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지 않습니까?

 

체중감량 이득 카드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도 직접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항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체중 감량 이득 카드>

 

1. 멋진 몸매가 될 것이다.

2.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3. 운동을 더 잘하게 될 것이다.

4. 시선 의식이 줄어들 것이다.

5. 자신감이 늘어날 것이다.

6. 점점 더 건강해 질 것이다.

7. 건강에 대한 염려가 줄고 복부의 불쾌감이 사라질 것이다.

8. 거울을 보면 흐뭇해질 것 같다.

9. 아침에 체중을 재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10. 몸이 가벼워져 더 이상 무릎이 아프지 않을 것이다.

 

다 작성하셨다면 이 카드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다가 매일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하루에 두 번, 식사 전에 읽으면 더 좋습니다. 또한 먹고 싶은 유혹이나 충동이 찾아올 때 읽어 보십시오. 이 카드가 마음의 갈등과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위한 인지치료의 극히 일부분만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점은, 이 방법은 심각한 식사장애, 즉 신경성 대식증이나 폭식장애로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식사장애가 있거나, 다이어트를 위한 인지치료에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가능한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 받기를 권합니다. 여러분의 다이어트가 성공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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