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제가 옛날부터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너무 많이 받고, 굳지 큰일이 아니더라도 막 눈물이 나서 일을 크게 만들곤 했거든요. 가족들과 사이가 좋은 편인데 항상 싸우면 작은 일에도 눈물을 흘리는 저 때문에 일이 크게 커져서 당분간은 가족들과 어색하게 지내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아니더라도 저를 조금이라도 지적하거나 뭐라고 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꾹 참지만 붉어진 눈시울 때문에 항상 고민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자주 우는데도 항상 싸울 때마다 제가 눈물이 서서히 차올라서 끝내 울면 가족들은 그냥 자기 잘못으로 돌리고 울고 있는 저를 달랩니다. 항상 제가 키운 일인데 자기 잘못으로 돌리는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더욱더 죄책감만 쌓이네요.

결국 웃으며 마무리해도 다음에 뭐만 하면 또 눈물이 흐르고 아예 펑펑 울기까지 합니다. 병원을 가 봐야 할지 고민입니다. 제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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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의 고민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사연자님께서는 마음이 많이 여리고, 또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로 감정 표현이 되는 분이신 것 같습니다. 사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적 반응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깔려 있는 것 같은데요, 그만큼 부정적인 감정은 표현되기보다는 참는 것이 미덕이 된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실컷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감정이 정화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감정이 담긴 눈물을 흘릴 때는 우리 몸속에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독소가 몸에서 빠져나가고, 체내의 엔도르핀과 옥시토신 농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 두 호르몬은 행복감과 연대감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만큼,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처럼 무작정 감정을 억압하거나 참는 것보다는 눈물이 나올 때는 차라리 펑펑 울어 버리는 것도 힘든 감정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눈물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다만, 사연자님께서 사연에 적어 주셨듯이,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잘 받는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일 아닌 것 같은 일에도 너무 자주 눈물을 보여서 상대방이 난처해지는 상황에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시는 부분이 고민이 되시는 듯합니다. 더욱이 사연자님의 가족 분들이 아닌, 다소 형식적인 자리나 사연자님과 친분이 별로 없는 사람들 앞에서 불쑥 눈물이 쏟아진다면 양쪽 모두 당황스럽고 어색해질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고, 상황에 맞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사연글에는 사연자님께서 주로 어떤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시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주지 않으셔서 좀 더 자세한 상담에는 제한이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추측해 보건대, 사연자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상황이 몇 가지 장면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화가 나거나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속상하거나 하는 다양한 감정이 드는 상황에서 눈물이 앞서는 것 같으신데요, 생활 전반에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고 반복된다면,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이나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화를 해 나가기가 어려워질 수 있어 어느 정도는 개선해 나갈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연자님 스스로도 대체 왜 눈물이 나는 건지 그 이유를 모르기에 더욱 답답하고 곤란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먼저 눈물이 나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감정이 지배적인지, 그러한 감정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사연자님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겠습니다.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더 구체적으로, 더 상세하고 명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을 ‘정서 분별’이라고 합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 안에는 사실 여러 가지 다른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잘 분별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정서 분별을 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감정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정서 분별력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압도되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정서 분별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다음의 3단계를 통해 정서 분별력을 높이는 훈련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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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 단어 알기

정서 분별 훈련은 대개 정서와 관련된 어휘를 늘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감정에 관한 어휘를 늘리는 것은 단순히 언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정서를 좀 더 잘 세분화해서 지각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느끼는 감정의 큰 범주로는 ‘화, 싫음, 질투 두려움/걱정, 부끄러움, 후회, 슬픔, 만족, 기쁨, 놀람’과 같은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 예를 들면 ‘화’라는 감정은, 경멸, 분노, 괘씸함, 배신감, 자기혐오와 같이 약 열 가지 이상의 구체적인 감정으로 세분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 목록들을 잘 익혀 둔다면, 자신의 감정을 더 잘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감정 일기 쓰기

감정에 관한 많은 어휘들을 습득한 다음 단계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직접 기록해 나가면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자각한 감정이 무엇인지 써 보고,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된 상황이나 전후 맥락을 간단하게 적어 봅니다. 너무 많이 기록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간단하게라도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됩니다. 감정 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내 마음 상태를 자꾸만 의식하게 되기 때문에 나의 감정도 좀 더 잘 알아차리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3. 정서 분별 연습

이것은 특히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좀 더 집중적으로 정서를 분별해 보는 것입니다. 사연자님처럼 ‘눈물’이 차오르거나 쏟아지는 순간에 감정을 추스른 다음 당시의 상황과 감정, 사고 등을 복기해 보는 것입니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 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그 감정이 든 이유는 무엇이지?

- 그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 그 감정이 내게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지?

- 그 감정의 이면에는 나에게 어떤 바람이나 욕구가 있을까?

- 그 상황에서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처럼 평소에 꾸준히 감정 일기를 써 보거나 정서 분별 훈련을 해 나가신다면, 점차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알아차리고 좀 더 세분화하여 인식함으로써 감정 조절 능력의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쏟아진다면, 급하게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사건을 종결짓기보다는 상대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감정을 차분히 진정시킨 후에,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하거나 대화를 이어 가면서 상황을 정리하려는 시도와 마무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사연자님의 문제 해결력 또한 길러지실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간혹 감정이 너무 과잉돼서 상황이 급하게 정리되었다면, 이후에 그 상황에 대한 전후 관계를 객관적으로 짚어 보면서 당시 사연자님은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반응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검토 후에 나중에라도 상대방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거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 당시 느꼈던 감정 및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가시면 될 것입니다. 

 

이번 사연에서는 사연자님께서 눈물이 자주 터져 나와서 곤란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에 중점을 두고 답변을 드렸습니다만,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은 달리 본다면 인생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일들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사연자님께서도 마음이 힘들거나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 또한 가슴 깊이, 찐하게 음미하며 인생을 향유해 나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참고문헌 

변지영(2017).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인하대학교병원 전공의
(전)수도군단 의무실장.아산정신병원.다사랑중앙병원 진료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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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말씀은 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위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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