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형제가 미운 걸까?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 ‘영원한 라이벌’,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남보다 못한 원수지간’,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친한 친구’

앞서 나열된 말들을 보면서 혹시 여러분에게 떠오른 존재나 관계가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형제나 자매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러분께도 형제나 자매가 있으신가요? 그들은 여러분께 어떤 존재이고, 무슨 의미인가요? 단순히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피를 나눈 관계인가요? 아니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사이인가요? 평소에는 데면데면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내 편이 되어 주는 든든한 존재인가요?

앞서 나열한 말들을 잘 살펴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텐데요, 바로 ‘형제’를 수식하는 말들이 의미하는 바가 ‘라이벌’, ‘원수’, ‘가장 친한 친구’, ‘피붙이’처럼 양극단이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어찌 좀 오묘해 보입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서는 아담과 하와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카인과 아벨의 형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형 카인은 농사를 짓고, 동생 아벨은 양을 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신은 형이 바친 곡식은 외면하고 동생이 바친 어린양만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형 카인은 이런 신의 태도에 분개하고 동생을 질투하여 그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저지르고 맙니다. 바로 동생인 아벨을 형인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처럼 “서로 사랑하라”라는 계명을 가장 으뜸으로 여기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형제를 시기하여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동생을 살해한 두 형제의 이야기가 성서의 첫 권에 등장한 것은, 무척이나 아이러니합니다.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해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동생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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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에 일어나는 갈등과 경쟁은 대개 가족 안에서 부모의 애정이나 인정을 두고 벌어집니다. 사실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 부모의 사랑’도 현실에서는 자녀에게 쏟을 수 있는 관심의 양과 체력 및 마음의 에너지, 경제력 등의 측면에서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한정된 자원을 나눠 가져야 하는 환경 속에서 누군가 자기 몫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형제간의 갈등과 경쟁에 불이 붙게 됩니다.

그런데 형제간의 다툼이나 서로를 질투하는 감정 등은 은근하게 암묵되기를 강요받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샘이 많은 아이’나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로 낙인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 사회나 가정에서는 형제지간에는 모름지기 우애가 깊고, 서로를 위하며, 콩 한쪽도 나눠 먹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물론 형제간에 다툼과 갈등이 빈번하다면, 부모의 근심과 걱정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번 공평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힘들뿐더러, 공정하게 대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누구 한 사람은 꼭 볼멘소리가 나오고야 맙니다. 한 배 속에서 나온 형제들끼리 알아서 사이좋게 지낸다면 좋겠건만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니 부모의 심기가 자꾸 불편해집니다. 

 

흔히 우애가 깊은 형제자매들은 잘 싸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형제자매 간의 상호작용 형태 중 가장 빈번한 것이 싸움이고, 그다음은 놀이와 모방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다툼은 형제간에 관계를 맺어 가는 주요한 소통 방식이라는 것이지요. 많이 싸우는 형제건, 잘 다투지 않는 형제건 간에 우호적 행동과 공격적 행동을 모두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종종 싸운다고 해서 형제간에 애정이 없다거나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갈등이 오래 지속되거나 너무 빈번할 경우, 갈등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부모의 중재 역할이 필요합니다.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제임스 하퍼 교수는 연구를 통해 “형제자매끼리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는 아이들은 집 밖의 제삼자와의 관계에서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라고 지적하면서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청소년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할 수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형제자매 관계에 관한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로리 크래머 교수는 30가정을 방문해 오랜 기간에 걸쳐 인터뷰를 통해 형제자매 간의 관계 정도를 측정했는데요, 놀랍게도 어렸을 때의 형제자매 관계가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형제간에 의좋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어릴 적에 자녀들의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첫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상호작용해 온 경험이 동생을 대하는 데도 반영된다고 하니, 첫아이의 사회성을 길러 주는 것도 형제자매가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또 로리 크래머 교수는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서 형제자매 관계는 부모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미친다고 강조했는데요, 형제자매와 어울려 큰 아이들은 서로에게 역할 모델이 되어 주거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문제해결 능력, 협력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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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형제자매 관계는 무척 어린 시기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데 초석이 될 만큼 중요합니다. 함께 놀이하고 때로 경쟁하며 갈등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해 갑니다. 특히 성인이 될 때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관계가 맺어지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내 편’이 생기게 됩니다. 반대로 서로 성향이 극과 극이라서 자꾸만 골이 깊어지거나 갈등이 고착화되거나 부모가 자녀들 간에 심한 차별을 할 경우, 안타깝게도 ‘내 편’은 고사하고 ‘남보다 못한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출산과 양육의 부담과 고단함을 자처하며 여러 명의 이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아마도 험난한 세상살이에 서로가 둘도 없는 서로의 편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겁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부모 역시 감정을 느끼는 한 인간으로서 막상 자녀들 하나하나를 공정하게 대하고, 똑같이 사랑을 베풀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태초의 신조차 실패한 영역이니 말입니다. 비록 그렇더라도 자녀들 간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서로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도록, 유독 억울한 아이가 생기거나, ‘미운 오리 새끼’가 탄생하지 않도록 고루고루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겠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구카톨릭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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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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