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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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 8시가 되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부모님의 모닝콜이 들려옵니다. 식탁엔 벌써 아침 메뉴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오늘 입고 나갈 옷도 한편에 준비돼 있습니다. 책가방엔 오늘 필요한 준비물이 차례대로 정리돼 있습니다. 유행하는 장난감이나 물건이 있으면 먼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사다 줄 테니까요. 이런 부모, 과연 좋은 부모일까요?

좋은 부모, 좋은 친구, 좋은 연인. 우리는 관계를 정의하는 단어 앞에 쉽게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그러나 정작 어떤 관계가 긍정적인 관계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지 친밀하거나 일상을 세세히 공유한다고 해서 좋은 관계인 것은 아닙니다. 정서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서로를 지원하고 격려하며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긍정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일방통행이 아닌 것이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상호작용이 무엇인지’입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필연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차이점을 마주했을 때, 대응 방식에 따라 상호작용의 질이 달라집니다. 한 집안의 형제자매라도 성별이나 나이 등 조건이 다르고, 부모에게 각기 다른 피드백을 받으며 고유의 성격을 형성해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경영학자 스티븐 코비는 자신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인간관계를 은행 계좌에 비유했습니다. 코비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관계라는 각자의 계좌에서 입출금을 하며 살아갑니다. 플러스(+) 잔고를 유지하려면 정기적으로 예금을 넣어야 하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에게 친절하고, 정직하며, 높은 신뢰를 구축할수록 감정을 저축하게 됩니다. 이처럼 감정 잔고가 쌓여 있다면 마이너스(-)로 비유되는 갈등 상황에서 완충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리즈 도서 『감정코칭』으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행복한 부부 관계에 대해 이와 유사한 주장을 했습니다. 가트맨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부부는 한 번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했을 때 다섯 번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갈등을 극복합니다. 사이좋은 부부라도 당연히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합니다. 다만 충분한 양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회복하고, 이겨 내는 것이죠.

그렇다면 긍정적인 관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상호작용이 나타날까요? 다음의 다섯 가지 특징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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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함께일 때 편안하고 행복하며, 스스로 자신감을 느끼는 사이

좋은 관계는 거창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같이 있고 싶고, 편안하고, 애쓰지 않아도 나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관계라면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본인 스스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자신의 원래 성향을 감추거나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가 엄마의 칭찬을 듣고 싶어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아닙니다. 아이가 마음속에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반면, 연인의 취향에 맞춰 스타일을 바꿨는데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내심 흡족하다면 이는 괜찮습니다. 내적 갈등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② 갈등이 발생했을 때 말하고 표현하는 사이 

사람은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 경험을 쌓아왔기에 당연히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투느냐’입니다. 갈등을 회피하거나, 감정을 참았다가 터뜨리는 것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서 잠시 멈췄다가 대화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예 피해 버린다면 결국 본인이 지칠 뿐입니다. 반대로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면 상대가 멀어지게 되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객관적인 언어에 나의 주관적인 감정과 생각을 담아 전달하는 것입니다. “네가 그렇게 말해서 속상해” 또는 “약속을 자꾸 안 지키니까 서운하네”처럼 내가 불편한 부분과 그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보세요.

 

③ 서로의 정체성이 잘 유지되는 사이 

흔히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공통의 취미가 있으면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둘 중 한 사람이 그 취미가 재미없는데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럴 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연인이 축구를 좋아하지만, 자신은 역동적인 운동이 싫다면 굳이 함께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함께 경기장에 가서 운동 중인 연인을 응원하고 구경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공통의 취미’는 같은 행동을 하는 것보다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나’를 지킬 수 있어야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더욱 행복해집니다.

 

④ 지지나 위로, 감사를 주고받는 사이 

긍정적인 관계에서는 위로나 격려, 지지와 같은 도움을 주는 언행이 양방향적으로 이뤄집니다. 일방적인 상황이라면, 두 사람 간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계속 ‘주기만 하는 사람’은 지쳐서 관계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때, 주고받는 행위가 1:1 비율로 똑같이 이뤄질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동일한 위치에서 위로를 주고받을 수는 없겠죠. 각자의 상황과 역량, 정서적 자원에 맞게 균형을 찾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균형의 수평선이 항상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는 경계해야 합니다. 

 

⑤ 함께 성장하는 사이

사람은 환경과 시간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관계 또한 사람의 변화에 맞춰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갑니다. 자녀가 대학생이 된 후에도 부모가 강의 시간표에 관여하는 것은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연인이 먼저 취업에 성공했을 때, 상대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이럴 땐 그 소외감이 짜증이나 분노로 커지기 전에 대화로 풀어내야 합니다.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 홀로 급격한 변화를 겪을 때 소외감이나 거리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면 함께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변화를 지지하고 도와줄 수 있어야 두 사람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갈 수 있음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인수 원장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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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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