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성격 유형별 특성과 소통법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 과장은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어제와 같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회의에서의 일이 신경 쓰여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이 대리와 최 부장님과 이어졌던 팽팽한 신경전과 오랫동안 묵혀 왔던 갈등 요소가 마침내 터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세 사람은 모두 성격은 물론, 업무 방식과 스타일이 너무도 달라서 김 과장이 속한 기획 2팀은 팀원 간에 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좋은 성과를 내기도 어려웠습니다. 

김 과장은 일을 할 때면 항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곤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사내 규칙이나 전통쯤은 과감하게 제쳐 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김 과장은 개인적인 업무 역량에서는 뛰어난 편이지만, 기획 2팀과 함께 팀 업무를 해 나갈 때면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답함의 근원은 바로 ‘최 부장’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던 거지요. 최 부장도 팀원들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규칙과 절차를 잘 따르지 않는 김 과장과 이 대리가 별로 탐탁지 않았고, 어쩔 때는 ‘상사인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두 사람에게 화가 나기도 했어요. 팀의 막내인 이 대리는 사내에서 일명 ‘불도저’라고 불릴 만큼 실행력에 뛰어나 뜻밖의 성과를 거둘 때도 있었지만, 실수도 빈번해서 다 된 일을 그르치는 일도 종종 생기곤 했지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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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직장인들이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는데, 사람 때문에 힘든 건 못 참겠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만큼 조직 내 사람들과의 갈등이나 그로 인한 피로도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에 못지않다는 뜻입니다. 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성과를 내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회집단입니다. 그런데 다양한 성격과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나와 다른 생각과 방식, 욕구, 태도, 권력과 직무 등의 차이로 인해 서로 간에 깊은 오해나 심한 갈등을 빚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업무를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나 해결 방식 등에 계속해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는커녕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캘리포니와 주립대학교의 데이비드 커시 박사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에 따라 기질을 크게 네 가지 유형, 즉 경험주의자(행동가형), 전통주의자(관리자형), 관념주의자(전략가형), 이상주의자(이상가형)로 분류했습니다. 이 네 가지 유형의 사람들은 각각 성격 특성뿐만 대화나 행동 방식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는데요, 만약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직장 동료로 인해 갈등이 생기거나 많이 힘든 상황이라면, 그들의 성격 유형을 파악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는 네 가지 성격 유형의 각각의 특성과 욕구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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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시작하고 보자”- 행동가형(경험주의자)

행동가형은 어떠한 일을 실행할 때 충분히 전략을 철저히 계획하기보다는 일단 뛰어들고 보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관심 있거나 목표로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행동이 빠른 만큼 결과도 신속하게 눈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 때문에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거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포기 역시 빠를 수 있는 유형입니다. 또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되는 절차나 규칙 등은 과감히 생략해 버리기도 하므로, 종종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2. “모든 것에는 절차와 규칙이 있다”- 관리자형(전통주의자)

관리자형은 의무와 책임감, 규칙과 절차 등을 무척 중요시합니다. 이들은 근면, 성실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묵묵히 일을 해내기 때문에 조직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유형입니다. 또 체계나 시스템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일을 해 나가지만, 너무 원리 원칙을 따지다 보니 ‘융통성이 없는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3. “지금보다 더 잘, 더 많이 해내고 말겠어”- 전략가형(관념주의자)

전략가형은 항상 지금보다 더 많이, 더 잘 해내고 싶어 합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강합니다.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기존의 방식이나 절차를 따르기보다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전략과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그러나 때로 전략가형과 같은 팀에 속한 팀원들이 그들의 비전이나 독특한 일 처리 방식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도 사람보다 일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독단적이고 교만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곤 합니다.     

 

4. “꿈은 반드시 실현될 거야” - 이상가형(이상주의자)

이상가형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큰 편이며,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때문에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의 자아와 가치 실현을 중요시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므로, 코칭 능력도 뛰어납니다. 또 사람들 간의 조화나 화합을 중요시하는 만큼 ‘평화주의자’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합니다. 그러나 갈등이나 분열이 생기는 것을 못 견뎌 하므로, 치열한 논쟁이나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회피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나 기질을 이 네 가지 유형으로 명확히 구분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인간의 내면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심오하며, 늘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지도 않을뿐더러 다양한 경우와 처해진 상황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마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것들을 발휘하면서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져서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거나 강화된 행동 방식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 자신은 물론 사람들의 성격 유형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다면,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성격과 기질을 가진 존재이며, 서로 다른 욕구와 가치를 추구하는 데서 갈등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갈등의 원인이 상대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의 ‘차이’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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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차이점에 주목해서 실제 소통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글의 초반에 제시된 사례를 떠올려 볼까요? 김 과장은 현신적인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을 지향하는 전략가형에 속합니다. 이러한 전략가형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할 때는 먼저 그들의 높은 성취 욕구와 창의성을 인정해 주고, 그러한 능력을 잘 발현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독려하면서 지원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도전과 자유로운 방식에 너무 함몰될 경우, 조직의 체계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소홀히 대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직은 능력이 뛰어난 몇몇 사람들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저마다 고유의 역할과 기능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정과 감사의 태도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도록 합니다.

그러면 최 부장은 어떤 유형에 속할까요? 그는 성실과 책임, 원칙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관리자형 해당합니다. 이러한 관리자형과 함께 일할 때는 가능한 한 마감 기한이나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도록 노력하고, 그들의 성실함과 책임감에 대한 점을 높이 평가해 주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때때로 정해진 형식이나 관례에 너무 갇힐 수 있으므로 좀 더 시야를 넓히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보도록 독려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획 2팀의 막내인 이 대리의 경우는 예상할 수 있듯이 행동가형입니다. 이들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빠르게 움직입니다. 이른바 ‘정면 돌파형’으로 불릴 만큼 성과를 이루기 위해 직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대화를 할 때도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만약 행동가형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이들의 실행력과 추진력을 칭찬해 주되, 때로는 일의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거나 잠깐 멈춰 서서 신중히 검토가 필요한 경우도 있음을 상기시켜 주도록 합니다.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한 곳입니다. 그러나 그 일을 해 나가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직장에서 내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에만 몰두하다 보면 자칫, 사람에게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업무를 통해 맺어진 관계라 할지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존중이 부족하다 보면 소통보다는 불통을, 이해보다는 오해를 가져오기 쉽습니다. 결국 동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아는 것이 힘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구카톨릭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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