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따닥, 따닥. 어딘가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 주변을 살펴보면 누군가 손톱을 입에 넣고 있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곤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해 봅니다. 그런데 한 번 거슬리고 나니 온 신경이 그쪽으로 향합니다. 친한 친구 혹은 가족이라면 “그만하라”며 짜증을 내거나 주의를 주겠지요. 그러나 아마도 딱 거기까지일 겁니다. 이를 도움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일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내 아이의, 친구의, 연인의 습관. 그런데 이것이 지나친 수준으로 오랜 기간 반복됐다면 강박장애의 일종일 수도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는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Body-Focused Repetitive Behaviours; BFRB)’라고 합니다. 이는 손발톱 물어뜯기, 입술 깨물기 등 신체와 관련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며, 멈추려 노력해도 멈출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유형은 손톱이나 손톱 주변의 살을 뜯는 행동일 텐데요. 사실,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의 유형은 이것보다 매우 다양합니다. 피부의 여드름 또는 상처를 뜯거나 모발을 뽑기도 하고, 심지어 눈썹과 속눈썹까지 뽑는 환자도 있습니다. 혀를 깨물거나 입 안의 살을 물어뜯는 행위도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의 한 유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 모발 뽑기 장애(Trichotillomania)

두피, 눈썹, 속눈썹 및 기타 신체 부위에 난 털을 반복적으로 뽑는 유형입니다.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미국의 TLC 재단에 따르면, 모발 뽑기 장애 환자의 5~20%는 뽑은 털을 삼키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동기 후반, 사춘기 초반에 시작되며 성인 환자의 80~90%는 여성입니다.

 

▪ 피부 뜯기 장애(Excoriation)

피부를 반복적으로 만지고, 문지르고, 긁고, 뜯거나 파고들어 피부 변색, 흉터, 심각한 조직 손상이나 기형을 초래하는 유형입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여드름 흉터나 딱지, 굳은살 등을 반복적으로 뜯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초기 청소년기에 시작되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악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손발톱 물어뜯기(onychophagia)

손발톱을 지나치게 물어뜯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거나 세균 감염, 치아 이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유형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에 시작되며 성인에게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사실, 어릴적 기억을 되짚어 보면 항상 손톱을 물어뜯곤 했던 친구가 한 명쯤은 있으셨을 겁니다. 이런 친구들은 주로 긴장했거나 초조할 때, 혹은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고는 하지요. 대부분 뜯는 행위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며,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손톱을 물어뜯는다고 해서 신체중심 반복 행동 장애로 진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손상시킬 정도로 반복적인 행동이 일어나거나, 여러 차례 멈추려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경우, 이로 인해 행동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여야 합니다.

TLC 재단은 인구의 최소 5% 정도가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이는 대체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긴장이나 불안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모발을 뽑거나 피부를 뜯는 등의 행위를 통해 이러한 감정을 일부 완화하는 것이지요. 일부 환자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채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기도 합니다. 혹은 우울장애 등 다른 질환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정확한 원인과 진단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의 치료는 인지행동 요법, 약물치료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치료입니다. 자신이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를 겪고 있다면, 혹은 BFRB까지는 아니더라도 손톱을 자꾸 물어뜯는 등의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다음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① 트리거(trigger) 식별: 자신이 이러한 행동을 보일 때 그 행동을 촉발한 원인이 무엇인지 인지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신체중심 반복행동장애의 일반적인 트리거는 스트레스, 불안, 피로, 부정적인 감정 등입니다. 이런 행동이 나타날 때마다 휴대전화 메모장이나 일기장에 기록해두면, 패턴과 트리거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② 다른 행동으로 전환: 자신이 손톱을 뜯는 것을 인지하면 곧장 손에 다른 걸 쥐거나, 손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뜨개질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신체중심 반복행동을 다른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③ 자극 차단: 아예 원인이 되는 부분을 차단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손톱을 자꾸 뜯는다면 열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여 두고, 얼굴의 여드름이나 흉터의 경우 치료용 스티커로 가리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신체 손상이 있지 않는 이상 손톱 뜯기나, 모발 뽑기 등을 그저 안 좋은 습관으로 치부해 버리고는 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의 경우 자녀를 무작정 다그치거나, 성인이 이런 행동을 보일 경우 좋지 못한 이미지로 기억하고는 하지요. 이런 인식 때문에 신체중심 행동이 고민인 사람들은 숨기기에만 급급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보다 적극적인 치료로 고민 해결에 나서는 분들이 많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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