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시험 전 벼락치기로 지쳤을 때, 밤샘 야근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릴 때, 우리는 “방전됐다”는 표현을 쓰고는 합니다. 혹은 “배터리가 닳았다”거나 “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활력은 이처럼 ‘열정’, 또는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종종 대체됩니다. 활력이란, 우리가 삶에 대해 지닌 ‘기운의 정도’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기운이 넘칠수록 의욕적으로 도전에 임하며, 심신이 활성화되고, 정신이 고양된 듯한,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운이 없을 때 마치 ‘번아웃’이 온 것처럼 모든 의욕이 저하되고, 삶의 원동력을 잃어버리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버립니다. 즉, 활력의 정도가 웰빙(well-being, 안녕감)이나 행복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활력이 넘칠 때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활력은 긍정 심리학의 선구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정리한 웰빙의 10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는 다음의 10가지 요소를 통해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성취감(competence) △정서적 안정(emotional stability) △삶에 몰입하는 태도(engagement) △의미(meaning) △낙관주의(optimism) △긍정적인 정서(positive emotion) △긍정적인 대인관계(positive relationship) △회복탄력성(resilience) △자존감(self-esteem) △활력(vitality)

 

셀리그만에 따르면, 이 가운데 활력은 인간의 생명력이며, 개인의 생산성과 활동뿐만 아니라, 정신과도 관련성이 높게 나타납니다. 이는 육체적인 건강과 에너지 외에, 심리적으로 살아 있는 상태에서만 느끼게 되는 행동과 의미, 목적 지향적인 정서적 상태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가 떨어지면 우리는 즉각적인 방법으로 힘을 냅니다. 진하게 샷을 내린 커피를 마시거나 초코렛을 먹어서 카페인에 의한 각성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활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활력은 신경질적이거나, 분노를 느끼거나, 카페인에 의해 유발되는 각성의 상태와 다릅니다. 허기질 때 음식을 먹고 나면 에너지가 생긴 듯한 느낌을 받지만, 이 역시 셀리그만이 말하는 활력과 구분됩니다. 심지어 과식은 때때로 활력을 떨어뜨리고는 합니다.

활력은 좀 더 생명과 건강의 기초가 되는 근본적인 생명 에너지에 가깝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와 에너지가 넘칠 때 우리는 목표를 향해 더욱 힘차게 달려가고, 내면을 가꾸며, 외적인 아름다움과 건강까지 관리하려 합니다. 이처럼 넘치는 활력은 우리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갑니다. 활력은 잠시 채워졌다가 사라지는 에너지가 아니라,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생명의 원천과도 같은 에너지입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그렇다면 활력은 어떻게 증진할 수 있을까요? 미국 심리학회(APA)에 실린 연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중증 장애인 여성 1002명의 삶을 면밀히 살피며, 활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정서적 지지 자원이 있을수록, 대면 접촉이 있을수록 활력의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친밀한 사람과 자주 접촉하는 장애 여성들의 활력이 더욱 높았던 것입니다. 반대로 두 개 이상의 부정적인 사건을 겪으면 활력이 줄어드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APA에 실린 또 다른 연구는 활력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꾸준히 운동하는 40세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 에너지의 수준, 신체적 통증 등을 조사한 결과 ‘칼로리를 태우는 운동’이 활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흔히 조깅이나 걷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칼로리를 태우는 데 효과적이라고 하지요. 유산소 운동을 하는 동안은 숨이 차오르며, 심장이 터질 것같이 빨리 뛰는 느낌에 고통스럽지만 이를 이겨내고 꾸준히 반복함으로써 활력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실험을 종합하면, 나의 생명력을 키우는 방법은 사람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지지와 위로가 될 수 있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인데요. 어쩌면 활력이란, 친밀한 사람들과 만나거나 운동을 하며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동력 삼아 또다시 사람들과 소통하는 선순환의 과정 속에서 얻게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구카톨릭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읽는 것만으로 왠지 위로가 됐어요. 뭐라도 말씀드리고 싶어서 댓글로 남겨요. "
    "게을렀던 과거보다는 앞으로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