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반사회적인 행동들을 보이는 정신과적인 질환들에는 여러 가지 이름들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등 여러 가지 이름들이 범죄자들이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성격을 묘사할 때 사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구분이 다소 모호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때때로 혼동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말씀드려야 할 것은, 현재 전 세계의 정신의학계에서 공용하는 진단체계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을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개정을 거쳐 DSM-5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것은 DSM-5에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DSM-5에서는 그러한 환자들을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반사회적인 행동, 즉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행동들을 반복하고,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분류하는 진단입니다.

 

 

그러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어디서 나온 용어일까요? 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 기준을 DSM에서 만들기 이전 전통적인 정신의학, 그러니까 ‘분석적 정신의학’에서 나오기 시작하였던 개념입니다. 정신분석적 차원에서 정신병질자(Psychopath)의 특성을 분류하고 있어 왔는데, 그 개념을 아울러 통계적 진단 체계에 편입시킨 것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즉, 역사적으로 보자면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더 먼저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DSM-1을 보면 반사회적 인격이라는 진단명 없이, Sociopathic trait이라는 성격 특성을 규정하고 있으며, DSM-2에 이르러서야 반사회적 인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말일까요? 비슷한 환자군을 지칭하긴 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대상의 행동 특성에 초점을 더 맞추고, 사이코패스는 정신 역동에 초점을 맞춘 진단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행동과 성격의 기술적인(Descriptive) 면모를 기준으로 내리는 진단명이고, 사이코패스는 정신분석, 역동정신의학이라는 시각에서 대상을 분석적(Analytic)으로 파악하여 내리는 진단명이 될 것 입니다. 조금 복잡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더 포괄적인 진단명’이라고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반사회적인 행동-범죄, 폭력 등을 성격적으로 일삼는다고 한다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이코패스처럼 완전히 냉담하고 피상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드물지만 사이코패스 같은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반사회적 행동을 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DSM이 전 세계 정신의학계의 표준 진단 기준이 되면서 현재 학문적으로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대부분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그 둘이 같지는 않습니다. DSM처럼 인정되지는 않지만 사이코패스에 대한 진단 체크리스트는 <Hare's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PCL-R>을 참조하시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무책임성, 충동성, 난잡한 성행동,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행동 문제, 기생적인(parasitic) 생활 형태, 냉담함, 공감 불가능함, 피상적인 정서, 죄책감의 결여, 권태로움을 쉽게 느끼는 경향성, 과장된 자기가치감, 피상적인 매력을 풍기는 말솜씨’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DSM에서는 기술하지 않는 정서적 경향성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CL-R은 직접 자기보고식으로 체크하는 검사가 아니라, 숙련된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와 자세히 면담을 하고 난 뒤에 사용하는 것이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현재 임상(Clinical) 정신의학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러한 특성을 갖는 환자군의 정신역동적 측면이나, DSM에서 포함하지 못하는 생물학적 특성을 아우르기 위해서 일부에서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의 역사와 어원, 그리고 소시오패스와의 차이점 등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문헌: 신경정신의학(3판). 대한신경정신의학; Glen O. Gabbard. 역동정신의학. 하나의학사.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원장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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