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격장애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성격장애는 일반 대중의 약 10~20%가 가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무척 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성격장애가 무엇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실제 성격장애를 진단받으시는 환자분들조차 성격장애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다 성격 탓이라는건가요?”라며 허탈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성격장애란 무엇일까요? 그전에, 성격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제 성격이 원래 그래요.”

“그게 다 성격이야, 성격.”

이런 표현들을 흔히 쓰곤 하지만 성격이 무엇인지를 정의해 보라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성격은 굉장히 추상적인 주제들을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격장애를 진단할 때의 의미로만 단어의 뜻을 한정지어서 성격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아마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격이란, ‘주위 환경과 자기 자신에게 반응하는 지속적인 특성들’이라고 말입니다. 중요한 키워드는 ‘지속적인’입니다. 성격은 잘 변하지 않고, 지속되고, 반복되는 일련의 패턴화된 특성들입니다. 특히 그 특성들 중 DSM-5에서는 1. 인지, 2. 정동(감정 반응), 3. 대인관계 기능, 4. 충동 조절 이 네 가지를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격장애에서 ‘장애’는 Disorder의 의미로, 사회적, 직업적 기능이 떨어지고 주관적 고통이 있다는 의미 입니다. 

 

 

  다시 말해, 성격장애는 ‘지속적’으로 ‘부적응적’ 패턴이 나타는 질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격장애는 일반적인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정신장애들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를까요? 우선 스스로 괴로워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달리, 대부분의 성격장애 환자분들은 병원을 잘 찾아오지 않습니다.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치료받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성격장애가 가지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 때문입니다. 성격장애는 자아 동질적이면서 환경 변형적입니다.

 자아 동질적(ego-syntonic)이라는 뜻은 병의 증상이 스스로의 자아 정체성이나 자아인지와 부합한다는 뜻입니다. 또 환경 변형적(alloplastic)이라는 뜻은 병의 증상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자기 자신이 아닌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변화시켜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아래 표 참조)

 

 

  그래서 성격장애 환자분들은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치료를 받더라도 좋아지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격장애는 크게 A, B, C 세 가지 군으로 분류됩니다. 

우선 A군 성격장애는 기이하고 편벽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정상적인 성격 특성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들, 마술적인 생각이나 망상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B군 성격장애는 과장되고 감정적인 모습들을 보입니다. 감정이나 행동이 극적으로 요동치고 변덕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C군 성격장애는 전반적으로 불안한고 겁이 많은 모습을 보입니다. C군 성격장애 환자들이 보이는 불안이나 강박 자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긴 하지만, 그 수준이 과도하고 병적으로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성격이라는 굉장히 복잡한 주제를 이렇게 단순하게만 이야기하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행동 양상과 감정, 생각은 매우 복잡하고 긴 개인적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복잡한 성격의 문제를 지금 DSM이 제시하는 것처럼 몇 가지 체크리스트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DSM 진단 기준들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적들에 힘입어 DSM-5에서는 성격장애 진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성격을 바라보는 생물학적 입장과 기질적 입장, 사회심리학이나 정신분석적 차원의 시선들을 모두 통합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준이 아직 정식 진단 기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성격장애를 바라보는 정신건강의학계의 시선은 계속해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처럼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힘을 많이 얻습니다. 정성스런 상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자신에게 궁금했던 질문에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