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현재 스물세 살이고, 고등학교 때부터 쭉 피부미용을 전공으로 택해서 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 막상 취업을 해서 현장에서 일해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 힘듭니다. 피부과 에스테틱 다 해 봐도 일에서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울감만 계속 커지고 취업해서 일을 다니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도 아프고, 업무에도 영향을 끼쳐 그만두게 됩니다. 일을 해도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그만두는 게 계속 반복됩니다. 제가 의지가 부족한 건가 싶기도 하고, ‘남들은 잘만 하는데 나만 왜 그러지?’ 싶고 계속 이 길을 가는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결국에는 나중에 개인 피부 숍을 오픈하는 게 꿈이기는 한데, 경력을 쌓으려면 피부과나 숍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너무 고민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우울감만 커지는데 계속 하는 게 맞을까요? 취업 전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몇 군 데 해 봤지만 그때는 너무 재미있게 일을 했습니다.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에요. 어쩌면 그 일이 적성에 더 맞았던 걸까요? 그래서 ‘현재 하던 일을 그만두고 홀 서빙 직원으로라도 들어가서 재미있게 근무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피부 관련 직종에서 일하면 자꾸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제 자신이 저를 갉아먹는 것 같습니다. 매일이 우울하고 상상으로 매일 제 자신을 해칩니다. 이것 또한 너무 고통스럽고 매일 죽는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전공을 포기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차근차근 생각해 보는 게 좋을까요?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무섭고, 너무 답답합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께서 올려주신 사연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사연자님께서는 현재 대학 때의 전공인 피부미용 일을 하시면서 과도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나타나면서 과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봐야 하는 건지 고민에 빠지신 듯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과 더불어 우울감과 자책감도 깊어지면서 심적 고통이 크신 상황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사실 개인의 직업 선택과 관련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현재 사연자님의 직업적 상황과 사연자님의 직업적 역량이나 목표, 동기, 특기와 적성, 심리적 상태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생각해 보고 사연자님께서 선택하실 때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접근을 해 보고자 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피부미용을 전공해 오셨고, 오랫동안 노력해 오고 꿈꾼 분야이기에 현재 직장 장면에서의 부적응 상황이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고, 힘드신 듯합니다. 우리가 어떤 분야의 직업을 선택해서 현장에서 일하든지 대부분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학부 때 전공으로서 공부하던 이론과 실제로 직업 현장에 투입되어 직업인으로서 일해 나가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변수와 역동이 살아 있는 직업 현장의 생생하고 수많은 갈래들에 대한 내용을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학부 전공에서 배우는 이론은 실제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 설계의 밑그림을 그린 수준일 뿐입니다. 이후에 구체적인 설계도를 그리고,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멋진 집을 지어 나가는 것은 직업인으로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마도 사연자님께서는 이론과는 다른 직업 현장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실수하고 실망한 일들이 유독 크게 다가오신 것 같습니다. 피부미용 분야의 일을 직접 하시면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고, 몸이 아파 오고, 자꾸만 일을 관두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관련 분야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시고, 막상 업무에 임할 때도 부정적인 인식과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서 부적응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보게 됩니다. 

 

직업 선택에 대한 고민과 실행은 살면서 단 한 번의 선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되면서 한 가지 직업만 고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전공을 선택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전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선택했던 전공이 직업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전혀 적성과 맞지 않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사연자님 스스로에 대해 ‘의지가 부족하다’거나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을 자책하는 일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피부숍을 오픈하는 게 꿈’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꿈이 여전히 유효하신 것인지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당장 피부미용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한 원인부터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연자님께서는 취업 전에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몇 번 해 봤는데, 그때는 너무 재미있게 일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적성에 맞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셨는데요, 이에 대한 답은 사연자님께서 찾으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야 할 부분은 정규 직업에 비해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압박감이 덜하고, 근무 시간도 짧고, 기한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아르바이트와 일에 대한 책임감이 크고, 근무 시간도 길고,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계속해 나가야 하는 정규 직업은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르바이트와 정규 직업이 가지는 무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단순히 홀 서빙과 피부미용이라는 직업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했던 고용 형태나 방식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에 사연자님께서 일하면서 느끼신 심리적 측면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연자님께서는 피부 관련 일을 할 때는 자꾸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제 자신이 저를 갉아먹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쩌면 사연자님께서는 직업과 관련해서 자신에게 과도한 책임감을 설정하거나 높은 기대감, 완벽주의, 압박감 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 몸에 힘을 많이 주면, 결코 물 위로 떠오를 수 없습니다. 너무 잘하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정작 일하는 데 집중하거나 필요한 에너지를 쏟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피부미용 전공을 하시긴 했지만 아직 경력도 길지 않고, 사회 초년생인 만큼 언제든 실수할 수도 있고 당연히 아직 실력이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일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고 ‘경력이 쌓이는 만큼 실력도 쌓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길게 호흡한다면 한결 편안해지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지금 직업과 관련해 갖고 계신 이러한 고민이나 고충들을 같은 전공을 했던 동기들이나 선배들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실제적인 조언을 들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전문가나 프로가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점을 기억하시고, 자신의 실수도 너그럽게 포용하는 시각과 태도를 기른다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연자님께서 고등학교 때부터 전공은 했지만 정말로 피부미용이 직업으로서 적성에 맞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의 일이 자신에게 정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신다면, 좀 더 넓은 시야로 여러 일에 도전해 보면서 사연자님께서 좋아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가기 위한 시도를 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잠시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연자님은 아직 젊은 나이입니다. 당장에 직업과 관련해 확정을 짓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꿈은 잠시 미뤄 두고, 해 보고 싶은 일,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을 시도해 보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모쪼록 사연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찾고, 보람되고 즐거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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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조언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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