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누구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울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위축되고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두려움과 불안은 생각보다 굉장히 흔합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또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느끼던 사람이라도 어느 날 갑자기 지하철에서 티셔츠를 거꾸로 뒤집어 입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요? 그 순간 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내 티셔츠를 쳐다보는것 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괜히 눈치 보이고 신경 쓰이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발표 자리 같은 곳에 올라갈 때의 불안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고 불안하신가요?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불안감이나 불편감 때문에 정말로 밖을 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혹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스트레스가 심해 원래 잘하던 일조차도 하지 못하게 되고 있다면 사회불안장애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보시는 게 필요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사회불안장애는 어떻게 치료하고 극복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로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이 사회불안을 어떻게 줄여 줄 수 있을까요? 약물은 우선 가장 직접적으로 '신체적인 증상'을 줄여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문제보다 발표불안이 심한 경우, 즉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하거나 공연을 할 때의 울렁증이나 불안증이 심한 경우에는 발표 직전에 특정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약물은 혈압약의 일종으로 그 안정성과 효과가 잘 검증되어 있습니다. 다른 문제 없이 발표 울렁증만 있다면 평소에는 약을 먹지 않다가 발표를 할 때에만 조금씩 약을 미리 챙겨 먹는 게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전반적인 대인관계에서의 불안이 심한 경우라고 한다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는 불안장애에 동반될 수 있는 우울감을 줄여 주는 데도 물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불안 수준을 낮춰 주는 약물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울한 증상은 없더라도 사회불안장애에서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사람들을 대할 때 불안감을 느끼는 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매우 흔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런 불편감의 정도는 분명 다를 수 있습니다. 또 불편감이 없다가도 신체적인 상황이 악화되어 갑자기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유독 그런 불편감을 심하게 느끼고 계신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불안감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 매우 예민해진 상태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그러한 예민함을 낮춰 주고 불안에 대한 내성과 역치를 높여 주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불안에 맞서 싸우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인지행동치료가 그 훈련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사회불안은 인지적 왜곡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인지적 왜곡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스스로의 과도한 불안감 때문에 더 나쁜 쪽으로만 상황을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치료를 통해 정말로 실제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의 근거는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 사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따져 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나의 인지적 왜곡 때문임을 알게 되면서 현실과 맞서 싸울 힘과 동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는 실제로 불안감을 이겨내는 훈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노출 치료가 있는데,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 계획적으로, 점진적으로 노출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발표 불안이 있다면 조금씩 큰 규모의 발표를 계획해 보는 노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 두렵다면 정해진 시간 동안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보며 스스로를 노출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작정 불안한 상황에 뛰어들어 이를 악물고 버틴다! 라는 식으로 노출해 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노출을 하다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목표 도달 전에 포기해 버리게 되면 오히려 또 하나의 실패 경험만 추가되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목표를 점진적으로 정하되, 목표 시간과 상황 내에서는 충분히 불안 상황에 노출하면서, 내가 생각하고 걱정했던 상황과 비교해서 진짜로 노출되어 보니 실제 상황은 어떠한지, 어떻게 다른지, 그 과정에 나의 인지 왜곡은 어떤 게 있었는지 등을 체험해 보는 시간을 통해 사회불안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 마지막으로는 나의 불안감을 터뜨렸던 스키마의 정체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 볼 수도 있습니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믿음, 나에게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혹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나에게 실망할 거라는 믿음 등을 직시하고, 왜 그런 믿음이 생겼는지 또 그 믿음들이 정말로 맞는 것인지를 검토해 보는 것입니다. 스키마가 만들어 내는 인지 왜곡의 형태, 스키마가 만들어 내는 나의 자동적인 반응과 신체 반응 등을 살펴보면서 이유를 알 수 없던 불안감의 뿌리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의 불안이 어떠한 구조로 나의 마음속에 자라나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교정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 역시 찾을 수 있겠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깊은 무의식을 향한 탐색의 시간과 과정을 거친다면 사회불안의 극복을 넘어 한 차원 더 깊은 성장을 목표해 볼 수도 있습니다.

 

공덕역 온안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원장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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