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인기피증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굉장히 흔하게 쓰이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대인-사람을 대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는 증상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주변에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종종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또는 직접 대인기피증을 앓아 본 적이 있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호소하고 있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인기피증은 정신의학계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닙니다. 대인기피증은 기분장애와 불안장애, 또는 다른 정신병적 장애나 인격장애, 발달장애를 포함하여 매우 많은 정신과적 진단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정신과적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을 피하게 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을 대할 에너지가 없고 무기력할 수도 있고, 두렵거나 불편할 수도 있고, 또는 단지 그럴 이유를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중 특히,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운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낯선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두렵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이 불안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주목 받는 것이 두려운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런 상황에 대한 약간의 불안은 있을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평가 받는 듯한 느낌에 대한 불편함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그 불안감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그러지 않다가도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어려워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미팅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직장을 구하거나 학교에 가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잇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심해 아래와 같은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정신과적으로는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회공포증(Social phobia)라고도 불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감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사회불안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의 핵심 감정은 '수치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좋지 않은 모습, 부족한 모습을 알아차릴지 모른다는 수치심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무의식 깊은 곳의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평가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두려움은 불안을 만들어 내고, 불안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을 피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래서 사회불안장애 환자분들은 점점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심지어는 꼭 해야만 하는 직업상의 관계마저도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미팅이나 발표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불안감에 휩싸여 원래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프리 영(J. Young)이라는 심리학자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무의식에 숨어 있는 이러한 핵심 감정이 '핵심 믿음'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이미지에 대한 무의식적 믿음 말이지요. 이러한 핵심 믿음을 영은 스키마(Schema-심리 도식)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스키마는 타고난 생물학적 기질과 성장환경, 양육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게 됩니다.

 

 

사회불안장애 환자분들의 핵심 감정이 수치심이라면, 그것 역시 마찬가지로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키마 때문에 생겨난 것일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자신도 모르는 채 스스로에 대해 '나는 부족해' '나는 결함이 있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싫어할 거야'와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평소에는 이러한 스키마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무의식적 수치심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은 여러가지 긍정적인 자원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스키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능한 사회의 일원으로 얼마든지 잘 살아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거나, 환경이 급격히 변화한 경우, 또는 신체 건강이 나빠지거나 하는 경우에는 스스로를 보호하던 심리적 에너지가 많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스키마를 덮어 두고 있던 여러 가지 자원들이 무너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낯선 사람들을 대하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될 때마다 그 스키마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수치심이 자극을 받고 두려움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불안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감은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을까요? 다음번에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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