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심장이 뛰고,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식은땀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지고 당장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바로 앞에, 상사가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사는 나의 업무 능력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듣고 있는 척을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들으려 노력하지만, 상당히 많은 내용을 놓치고 맙니다. 머릿속에 그보다 강렬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집중할 여력이 없습니다. 내가 무언가 잘못했고, 상사가 이를 지적하고 있고, 앞으로 상사가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예측 말이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대체로 공감하는 상황일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든 작든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피드백의 내용보다 자신의 잘못에 집중하며,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이후 발생할지 모를 불이익을 상상합니다. 설사 그 피드백의 내용이 부정적인 게 아닌, 단순히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상사로부터 피드백을 들을 때 잘못에 대해 지적받는 것 같은 느낌을 쉽사리 지워 버릴 수 없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미국의 리더십 컨설팅 회사 ‘젠거포크만’을 운영하는 ‘잭 젠거’는 2016년 포브스지에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밝혔는데요, 젠거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사가 피드백을 제공하려고 할 때 반사적으로 그 메시지가 부정적일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또한, 유독 피드백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 결과가 상사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거나, 실수로 인해 질책받을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스탠퍼드 대학의 조직 심리학자인 로버트 서튼은 “우리 사회는 비평을 주고받는 것에 훈련돼 있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서튼의 말처럼, 건설적인 비평은 건강한 조직과 사회를 위한 필수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꺼려지기만 합니다. 우리는 도대체 왜, 피드백을 이토록 어렵고, 낯설게 느끼는 걸까요? 열린 자세로 피드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기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방법은 없을까요?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우선, 피드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우리 뇌의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 심리학과의 존 카시오포 박사는 사람들이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많이 반응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카시오포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그림, 부정적인 그림, 중립적인 그림을 보여준 뒤 그동안 발생하는 뇌의 활동을 검사했는데요. 그 결과 부정적인 그림을 볼 때 뇌가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뇌의 부정 편향을 생존의 문제와 직결해 설명합니다. 동물이나 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했던 과거 인류는 위협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신속히 반응하며 살아남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것에 더욱 빨리 반응하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죠.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캐롤 드웩’의 고정 및 성장 마인드셋 연구도 ‘피드백 공포’와 관련해 생각해 볼 지점을 제공합니다. 드웩은 사람의 마음가짐을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으로 설명했는데요. 그에 따르면 고정 마인드셋의 소유자들은 재능이나 능력이 인간의 고정된 특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도전을 두려워하며, 실패를 경험할 경우 자신의 능력을 탓하거나 포기합니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타고난 능력이 각자 다를 수는 있어도, 개인의 노력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즉, 자신의 능력을 두고 고정 마인드셋의 소유자는 개인적인 특성으로, 성장 마인드셋의 소유자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가능성 그 자체로 봅니다. 고정 마인드셋의 소유자처럼 자신의 능력을 정체성과 연관시킬 때, 상사의 건설적인 피드백조차 그 내용과 상관없이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이를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신호로 보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큽니다. 

 

성장 마인드셋의 소유자처럼 피드백을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우선, 피드백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피드백을 받은 관리자가 있는 팀은 그렇지 못한 팀보다 생산성이 1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과 창출이 필수인 회사라는 조직에서 피드백은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동시에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건설적인 피드백이 자신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먼저 인식하면, 피드백을 ‘개인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에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상사든, 동료든, 대부분의 피드백 제공자는 상대의 업무 역량이 향상되기를 바라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합니다. 피드백 제공자가 반복적으로 악의적 의도가 깔린 피드백을 준다면 그건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에 가까우며,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업무를 위한 충고와 근거 없는 비난은 분명히 구분돼야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닌, ‘메시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드웩은 여러 연구를 통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 역시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정보를 해석할 때 배움의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스스로에게 ‘이것으로부터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죠. 이처럼 피드백 자체의 메시지와 이를 통한 교훈에 집중하면 불편한 감정을 완화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피드백을 활용해 성취의 기쁨을 경험해 보는 게 좋습니다. 피드백을 받고 나면 상대의 의견을 명확히 이해했는지 다시 질문하며 확인해 봅니다. 이후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 방법을 전략화한 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합니다. 피드백을 토대로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경험은 피드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인 물은 점차 악취를 풍기기 마련입니다. 활기찬 물살의 흐름처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갈 때 우리는 더욱더 성장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타인의 객관적인 피드백은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피드백이 너무나 두렵다면, 성장의 기회가 생긴 것으로 생각을 바꿔 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한 번의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느리지만, 성실하게 전진하고 있는 셈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구카톨릭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읽는 것만으로 왠지 위로가 됐어요. 뭐라도 말씀드리고 싶어서 댓글로 남겨요. "
    "게을렀던 과거보다는 앞으로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