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태양광에너지 기업 EVS의 김권식 대표는 최근 한 강연에서 ‘성공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는 20대 때 미국 미네소타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뒤 1982년 친구로부터 지금의 회사를 인계받아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 현재 인정받는 태양광에너지 기업의 대표가 됐습니다. 

그는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말합니다. 정부 예산이 삭감되며 기업이 크게 휘청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자신과 아내의 퇴직금을 모두 투자하고, 이후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모아 둔 돈을 쏟아붓고,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았던 회사의 사정. 그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월급을 1/4로 삭감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입니다. 

김권식 대표는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로 “직원이 새로 들어올 때마다 꾸준히 대화하고 이해하며 소통하려 했고, 그렇게 온전히 내 편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내가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를 내 편이 되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의 친구가 되는 것. 그렇게 저는 행복해진다.”라며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해서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행복이 먼저 온다. 행복할 때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의 조건’이라는 김권식 대표의 주장은 이미 한 연구로 입증된 바 있습니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1938년부터 다양한 계층의 소년 724명을 선발해 2년마다 그들의 삶을 심층 인터뷰했는데요, 부모의 직업, 가정 환경, 사회 생활, 건강, 사회적 성취 등을 전반적으로 추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5년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행복에 가장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김 대표의 말처럼 인간관계였습니다. 돈이나 성공, 명예, 심지어 성취감도 큰 기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성공보다 행복이 먼저 온다.”는 김 대표의 말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저, 긍정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실험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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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만의 연구팀은 성공이 먼저인지, 행복이 먼저인지 알아보고자 5년간 미군과 협력해 군인들을 상대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입대하는 군인들의 웰빙 지수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성과를 추적한 것이죠. 이렇게 군인 약 100만 명을 분석한 결과, 가장 행복한 그룹에 속했던 군인은 그렇지 않은 군인에 비해 4배나 많은 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밖에도 행복한 사람들이 업무 성과, 건강, 수입, 결혼을 포함한 삶의 여러 영역에서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Lyubomirsky, King, and Diener, 2005)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행복이 무수히 많은 성공적인 결과와 연관돼 있으며, 이들에 선행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죠. 

 

물론, 성공과 행복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지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행복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성공했지만 불행한 사람도 있습니다. 또는 성공했기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요.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의 화려한 삶을 보다 보면, 부와 인기를 손에 넣었기에 삶이 풍요로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행복지수가 전 세계 149국 중 59위에 불과하다는 최근의 발표 결과를 살펴보면 또다시 생각이 많아집니다. GDP 순위는 세계 12위를 기록할 만큼 경제적으로 발전한 이 나라에서 국민들은 왜 이토록 행복하지 못한 걸까요?

성공해서 행복한 건지, 행복해서 성공한 건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고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 개의 사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선행되는 사건을 찾는 것이 의미 없는 일처럼 여겨지는 것이죠.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행복한 사람은 삶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요. 우리가 성공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행복에 먼저 이르는 것은 성공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미 앞서 나온 하버드대학의 연구를 통해 행복의 제 1요소를 살펴봤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 간다.”는 제임스 오펜하임의 말이 떠오릅니다. 오펜하임의 통찰을 들여다보면 행복의 출발점을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지 조금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잠시 틈을 내어 그동안 미처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지인에게 안부를 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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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를 듣는 것 같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이 도움 받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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