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감정 성숙의 단계 전편에서는 임상심리학자 Marshall Rosenberg가 감정의 발달을 3단계로 나눈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정 성숙은 1단계: 정서적 노예 상태 -> 2단계: 얄미운 단계 -> 3단계: 감정적 해방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 그럼, 이번 편에서는 감정이 성숙한 사람들의 대인관계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삶에 적용해 보도록 해 볼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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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감정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비난을 받아도 웃어 넘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Oklahoma 대학교 철학과 교수 Edward Sankowski는 “우리는 모두 자신의 감정에 책임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상대방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상대가 실망하거나 나를 비난하는 것은 상대의 몫입니다. 내가 상대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언제나 꼭 그래야 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②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살핀다

언제나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살피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먼저 살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비행기나 배에서는 위급 상황 발생 시 항상 ‘내가 먼저’ 구명조끼를 입고 ‘내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안내합니다. 항상 자신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조치부터 취해야 자신은 물론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두 명 다 살아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에게 산소마스크를 먼저 씌워 주려 하다가는 둘 다 산소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놓쳐 버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③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정한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언행이 자극되어서 책임감이나 죄책감이 든다면 우선 멈춰서 생각해야 합니다.

책임감이나 죄책감이 든다면 말하지 말 것! 또 행동하지 말 것! 그러기 어렵다면 화장실을 가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잠시 벌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임감이나 죄책감이 든다는 건 나에게 부담스럽다는 심리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유독 어떤 사람과만 혹은 어떤 상황에서만 그렇다면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볼 수 있습니다.

 

④ 한계를 상대에게 말한다

자신의 기준이나 한계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낀다면, 이를 상대에게 말해 보도록 합시다.

‘네가 계속 우울해하는 것이 내게는 힘들게 느껴져.’ 정도로 말하는 것이 어떨까요? 경우에 따라 나에게 감정의 책임을 넘기는 것에 익숙해진 상대에게도 적정한 거리를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위의 방법을 지킨다면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하는 건강한 관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또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유연하게 서로 간의 거리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이해는 하지만 아직 실생활에서 성공적으로 적용 가능할지 자신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감정을 마주치기가 껄끄러운 관계들도 있기 때문일 텐데요, 그럴 때마다 ‘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고, 당신의 감정은 당신이 책임진다’라는 말을 되뇌어 보세요.

 

한두 번 시도해 보았는데 관계가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 가슴 속 이야기를 하는 것을 피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감정을 서로 책임지면서도, 각자의 바람을 이루며, 같이 즐겁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단지 약간의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요. 비록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조금 힘들게 느껴지더라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성숙해질 기회들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숲 정시건강의학과 의원 | 김인수 원장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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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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