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eople don’t quit a job,  they quit a boss.

 

사람들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끄덕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하다. 입사와 퇴사 그 무엇도 쉬운 게 하나 없다. 입사야 자기소개서며 면접이며 준비가 복잡하겠지만, 퇴사는 그저 몸만 나오는 것뿐인데 뭐가 힘드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퇴사는 입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괴롭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이미 큰 에너지가 소모되며, 퇴사를 직장에 통보하는 것, 그 이유를 생각해 놓고 자연스럽게 말하기까지.

직장을 떠나는 것은 개인의 업무와 업무에 관련된 세계를 떠나겠다는 말은 아니다. 세계는 좁고, 동종업계는 더더욱 좁다. 직장 상사가 열 받게 해서 그만둔다고 소리 지르고 튈 수는 없는 일이다. 상사 혹은 직장 동료와의 트러블로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글을 유의 깊게 읽어 보아도 좋겠다.

 

연락을 두절하는 방식으로 일을 그만두는 무책임한 아르바이트생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언제 그만둔다는 고지 없이 출근하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이유에 상관없이 너무나 예의에 어긋나게 느껴진다. 고작 연락 한 통이 힘들어서 그러는 것일까? 정말 그게 다일까?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자. 당신은 학원을 빠지고 싶을 때 거짓말해 본 적 있는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학원 하루 빠지는 게 그리 큰일도 아니건만, 오늘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학원 갈 맛이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하긴 쉽지 않다.

두 예시는 전혀 다른 일화로 보이지만, ‘아르바이트’, ‘학원’이라는 집단과 그 집단 속 대인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퇴사의 가장 큰 요인이 대인관계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간의 심리발달 과정에서 대인관계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의 가족정신과 의사 Michael E. Kerr는 인간이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두 가지 본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존재하려는 ‘개별성(individuality)’, 타인에게 연결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함께 존재하고자 하는 ‘연합성(togetherness)’이 그것이다.

개별성과 연합성의 상충으로 인해 인간은 필연적으로 갈등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에 에너지를 적절하게 배분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개별성과 연합성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며, 나 자신을 잘 유지하는 것이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기본 바탕이다.

무단 퇴사한 아르바이트생, 거짓말과 핑계로 학원을 빠진 아이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싶은 개별성과 연결된 관계 안에서 이해받고 수용받고 싶은 연합성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누구나 퇴사의 경우를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엄청나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만, 퇴사 통보는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특히나 동종업계에서 계속 머물 생각이라면 말이다. 어떠한 말과 방법으로 적절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까?

글로벌 기업 컨설팅 업체 Heidrick & Struggles의 Kelly O는 700여 명의 중견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떻게 퇴사 의사를 밝히면 좋을지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1. 이직 소식은 가장 먼저 직속 상사에게 보고한 후, 그 위 순서대로 보고할 것.

2. 퇴사 시기와 계획에 대해서는 팀과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

3. 개인적인 이직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할 것.

4. 현재 회사의 상사나 동료를 비판하지 말 것.

5. 이직을 결정하면 현재 직장에 마음이 뜨기 마련이지만, 야근 혹은 주말 근무가 생기더라도 성실히 이행할 것.

6.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확실히 할 것.

7. 최악에 대한 대비를 할 것. 퇴직 의사를 밝히자마자 가방을 싸서 나와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조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조직과 나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여 퇴사의 절차를 밟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곧 떠날 것임에도 친밀도를 유지하며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며(1, 3번), 정서적으로 멀어지려고 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4, 5번). 마지막으로 조직을 신뢰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2, 7번).

이미 모두 알고 있겠지만, 우아한 퇴사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나의 기분과 정서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퇴사한 다음 스텝을 위해서 말이다. 직장뿐 아니라 동아리, 소모임, 일가친척이 모이는 자리, 학교 등등 우리는 집단에 소속되고 말고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어떤 집단에 잘 소속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집단에서 자신이 다치지 않게 잘 나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동안 몸담아 왔던 조직 내의 사람들과 정서적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독립성을 가지고 퇴사하는 것. 연합성과 개별성의 균형! 이는 누군가에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성숙한 자세와 호기로운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구카톨릭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읽는 것만으로 왠지 위로가 됐어요. 뭐라도 말씀드리고 싶어서 댓글로 남겨요. "
    "게을렀던 과거보다는 앞으로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키워드

#직장 #퇴사 #상사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