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인가, 든든한 경제적 지원인가?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으로, 자신의 자녀가 출생 시 병원에서 뒤바뀐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두 아버지의 아픔과 성장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똑똑한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 그는 어느 날 갑자기 6년간 키운 자신의 아들이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비보를 전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 료타는 자신의 친아들(류세이 역)과 아이(케이타 역)의 생부(유다이역)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료타의 친아들인 류세이는 허름한 전파상가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자신이 낳은 아이도, 기른 아이도 포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료타는 유다이네와는 다른 자신의 경제력을 앞세워 두 아이를 모두 거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유다이 역시 순순히 두 아이를 모두 내줄 리는 없습니다. 두 가족은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에 아이들이 너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일단 자주 많나 조금씩 친해질 기회를 만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아버지 간에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날카로운 논쟁이 붙게 됩니다. 

 

유다이: 료타 씨는 저보다 젊으니까 아이랑 같이 있을 시간을 더 만드는 게 좋아요.

료타: 여러 형태의 부모가 있는 것도 괜찮잖아요.

유다이:: 목욕도 같이 안 한다면서요?

료타: 저희 집은 뭐든 혼자서 하게 하는 게 방침이거든요.

유다이:: 뭐, 방침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지난 반 년 동안만 봐도 케이타가 료타 씨보다 저랑 더 많이 있었어요.

료타: 시간만 중요한 건 아니죠.

유다이: 무슨 소리예요, 애들한텐 시간이에요.

료타: 저밖에 할 수 없는 업무들이 있어서요.

유다이: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는 거잖아요.

 

이렇듯 두 아버지의 날선 대화가 오간 후에 가족들이 헤어지려던 찰나, 유다이의 아내인 유카리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아이 같은 남편, 세 아이까지 돌보느라 힘든 마음을 토로합니다. 그 순간이 기회라고 생각한 료타는 꽁꽁 감춰 둔 검은 속내를 드러냅니다. 바로 경제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자신들이 두 아이를 모두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돈을 줄 테니 두 아이를 모두 달라는 것이지요. 이 말을 들은 유다이는 크게 분노하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게 있다!”라며 료타를 향해 소리칩니다.   

 

료타의 이러한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경제력을 내세워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유다이네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으니까요. 경제적으로 조금 어렵다고 해서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현실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내려놓은 채 정글 같은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부양의 무게는 그만큼 무겁습니다. 아버지가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 것은 가족들을 먹여살리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아버지들이 흘리는 피땀 역시 가족을 향하는 사랑의 증거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돈으로만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납니다. 따스한 어머니의 품과 든든한 아버지의 어깨에 기대어 아이들은 성장합니다. 이러한 부모들의 사랑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쌓아 가야 합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실제로 아버지의 육아 참여는 아이들의 사회적 능력 및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많은 연구 논문들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모래디는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집단의 아이들은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고, 지능지수가 향상되며, 절제력과 사회 적응력이 강화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또 낯가림도 적고, 낯선 사람을 보고 울음을 터뜨릴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한 경우, 아이는 적극적이고 사회 적응력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비그너(Bigner) 역시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른 심리적 자극을 줄 수 있어 아동의 사회적 능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아버지의 적극적인 양육 참여가 자녀의 사회·정서적 능력과 자아존중감, 자기효능감 등과 정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연구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들이 얼마나 바쁘고 피곤한지를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달리는 체력과 부족한 시간에 시달리니까요. 그렇더라도 자신의 분신처럼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 세상의 거친 풍파에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은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저절로 크는 것이 아니듯이, 아버지 또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함께 웃고, 추억을 만들어 가면서, 그렇게 ‘진짜 아버지’로 성장해 갑니다. 영화 속 료타는 과연 ‘진짜 아버지’가 되었을까요? 영화 후반부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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