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 변화가 달갑지 않기도 합니다. 초중고 학생들은 학업과 친구 관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합니다. 직장인들은 출퇴근으로 사라지는 시간적 여유와 불편한 회식 같은 대인관계 부담을 이야기합니다. 비대면 수업이나 재택근무를 새로 익혀야할 때도 부담이 되었는데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변화는 스트레스와 관련됩니다. 심각한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불편한 것은 쉽게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승진을 해서 연봉이 오르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에 골인을 해도 마냥 기쁘고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변화 때문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처하기 위해서 뇌가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크고 깨끗한 집으로 이사를 가도 익숙해지기 전에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은 것과 비슷합니다.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에 가면 평소와 달라 재미를 느끼지만 피로도 늘어납니다. 체력에 여유가 있을 때는 피로보다 재미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힘들기만 할 것입니다.

개인에게 생기는 크고 작은 변화도 있지만 사회 단위의 변화에도 개인은 영향을 받습니다. 전쟁, 경제 위기, 전염병, 자연재해 등이 언제든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최근 100년의 역사에서 어느 10년을 잘라서 생각해 봐도 평범한 시민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없었던 평온한 기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변화가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지역이나 업종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여기에 개인의 변화까지 더해지면 변화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입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변화에 잘 적응하려면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코로나19 첫해 우울증을 호소한 대학원생들 중에 수영장 폐쇄를 언급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바쁜 업무로 힘든데 친한 사람들은 주변에 없고 유일한 낙이 수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수영을 가면 복잡한 일도 잠시 잊을 수 있고 운동도 되어 잠도 잘 잤다고 합니다. 좋은 것을 빼앗겼다고 한 번 아쉬워하는 것은 좋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찾아봅니다. 다른 운동을 하거나 코로나 핑계로 친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금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꼭 변화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상의 이유로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재택근무가 가능한 곳으로 이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에 따라 조직들도 다양한 근무 형태를 제시하며 더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개인이 변화에 적응하는 것처럼 회사와 같은 조직도 변화하며 적응합니다.

다시 개인으로 돌아가 봅시다. 재택, 사무실, 하이브리드 근무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찾아봅니다. 누군가에게는 긴 출퇴근 시간과 어색한 대인관계를 생각할 때 재택근무 형태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와 가깝지만 집이 불편한 사람은 쾌적한 사무실을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업무뿐 아니라 식사도 같이 하며 교류하고 싶은 사람은 이 변화가 나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혹은 껄끄러운 상사는 신경이 쓰이지만 친한 동료와 대면으로 만나고 싶다는 두 가지 생각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면 나쁜 면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양면을 모두 봐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이 변하면 마음속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여행을 갈 때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익숙한 집이 아니라는 것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편한 면만 집중한다면 여행을 망치게 될 것입니다. ‘싫다’는 느낌을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그 느낌은 더 커지게 됩니다. 어찌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자연스럽게 그 생각과 느낌이 약해지도록 두는 것이 낫습니다. 주의를 돌리려면 내게 중요한 ‘가치’로 생각을 집중해 볼 수 있습니다. ‘해 뜨는 광경을 꼭 보고 싶었으니까 좀 추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괜히 춥게 집을 나왔다’는 생각에 집중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불편한 느낌이나 생각은 우리의 시선을 쉽게 잡아당깁니다. 이것을 없애려고 노력하면 더욱 커집니다. 대면 전환은 출퇴근에 체력이 소모되지만 화상회의의 피로감이 줄어듭니다. 불편한 사람과 마주치는 것이 신경 쓰이지만 만나서 즐거운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자잘한 불편이 조금 더 크더라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거기에 우선순위를 두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것을 위해 줄을 서는 것처럼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불편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유연함이 익숙하지 않다면 연습하시길 권합니다. 다음 변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 칼럼은 경상일보 2022년 4월 20일 15면 ‘[정두영의 마음건강(27)] 코로나 일상회복으로의 변화를 유연하게 대처하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https://news.unist.ac.kr/kor/column_577/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저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출간 예정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