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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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한 가지 일에 너무 많은 사람이 관여하면 그 일의 해결 방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직장에서의 회의 시간을 생각해 보자. 특히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회의에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 배를 타고, 자기 쪽으로 노를 젓는다. 사공을 하나라도 더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입을 꾹 다물게 된다. 어차피 곧 리더 사공이 나타나 상황을 싹 정리해 줄 예정이니, 특별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직장생활에서 종종 떠올리는 또 다른 속담으로는 ‘잘 되면 내 덕, 못 되면 조상 탓’ 이 있다. 직장에서 큰 업무가 성공적으로 성사되면 상황이 참 좋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한 역할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큰 업무가 잘못되었을 때는 어떨까? 누군가 일을 잘못 처리했다며 한 개인의 탓으로 모든 원인을 돌리기 쉽다. 특히나 그 개인이 팀장이라면 탓하는 데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리더니까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당연하지 않다. SAIS( Johns Hopkins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의 학장인 Kent calder는 이를 리더십 귀인 이론이라고 하였다.

리더십 귀인 이론’이란 조직의 구성원들이 큰 성공 혹은 실패의 원인을 리더에게 돌린다는 걸 뜻한다. 조직의 성과가 좋은 경우 리더가 이끌었기 때문으로 인지한다. 반대로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 또한 리더가 무능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팀에 미치는 영향에서 리더의 요인은 10~14% 내외라고 한다. 리더에게 조직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리더십 귀인의 오류’이다. 리더십 귀인의 오류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즈니스 심리학자 Sarah Sweetman에 따르면, 조직에서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고, 일이 잘되었을 때는 상황 덕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두 상황을 각각 머릿속에서 떠올려 보면 대학 시절 팀별 과제, 회사 내 프로젝트, 거래처와의 계약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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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원인을 모두 ‘리더십’으로 귀결시키는 건, 구성원에게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는 전제를 가정하는 것과 같다. 리더에게 지나친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동기, 신념, 가치 및 행동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장에 다니는 모두가 어느 정도 자신의 의견이 프로젝트에 반영되길 바란다.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자신의 말이 힘, 영향을 지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구성원이 되지 않으려면, 실제 업무의 결과에 리더십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객관적인 상황 파악과 합리적인 행동에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1. 관찰: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관찰한다.

2. 해석: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라, 상황에서 거리를 두고 인과를 파악하는 것이다.

3. 반응(행동): 일어난 상황이 개인(나) 혹은 팀 내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자동반사적인 반응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한다. 일이 실패했더라도 ‘반응(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음 스텝을 찾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 속담에 관해, 러시아에서 그 의미를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저마다 제 주장대로 배를 몰려고 하면 결국에는 배가 물로 못 가고 산으로 올라간다는 원래 뜻과는 전혀 다르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원래는 물에 있어야 할 큰 배도 산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러시아에서는 이 속담을 많은 사람이 모여 노력하면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식으로 오해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몇 분 동안이나 큰 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러시아의 해석도 분명히 일리가 있다. 사람이 많을수록, 지혜와 경험이 많아지니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리더는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기는 하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다. 요즘은 고전적인 카리스마 리더십이 아니라,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수평적 리더십이 더욱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실패의 원인을 찾으려는 이유는 다음 시도에서 실패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 누군가에게 원인을 돌리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잘되면 우리의 덕, 못 되도 우리의 탓’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그다음 스텝을 고려하는 것이다. 리더를 믿고, 팀을 믿고, 나 자신을 믿는다면 언젠가 직장에서 이상적인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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