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제는 SNS가 더이상 즐겁지 않은 인플루언서, 윤하 씨의 이야기 

윤하 씨의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알람을 울리곤 했습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짧은 글과 셀피(selfie) 올리기를 즐깁니다. 윤하 씨는 SNS에서는 꽤 유명한 인플루언서로, 그녀가 올린 피드는 순식간에 수천 명의 사람이 읽고, 또 ‘좋아요’를 누릅니다. 하루 내내 사진을 찍고, 올리고, 사람들의 호응에 반응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근 몇 달 동안 손과 팔의 재활치료를 하며 정신없던 나날을 보내던 중, 오랜만에 자신의 근황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윤하 씨는 의외의 반응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글을 올리자마자 사람들의 댓글과 뜨거운 호응 때문에 스마트폰이 쉴 틈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 조용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좋아요’와 하트 수에 비례해 그녀의 자존감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하루 내내 자신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됐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잊혀졌구나. 사람들은 이제는 나를 더 찾지 않는구나’ 하는 마음은 급기야 ‘나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쓸모 없는 존재구나’ 하는 자조로 번져 갔습니다. 우울해지기 시작한 거죠.

윤하 씨에게 일상이 되어 버린 SNS는 외려 그녀에게 큰 고통을 주기 시작합니다. 다른 이들의 피드를 마주할 때면, 글의 내용보다는 누가 나보다 더 인기 있는 사람인지 습관적으로 댓글의 수를 비교합니다. 나보다 호응을 많이 받은 사람을 보면 마음이 급격히 흔들렸어요. 이전에는 무시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다소 민감한 댓글도, 한마디 한마디가 다 가슴팍에 화살이 꽂히듯 고통스러웠고요. 그녀의 삶을 지탱했던 인플루언서로서의 자신감은, 이제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느낌입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나의 삶과 당신의 삶: SNS와 질투의 심리학 

스마트폰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지금,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 북과 같은 SNS는 우리가 접하는 관계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SNS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인간관계의 결이 달라집니다. 우리의 SNS에 게시하는 한 컷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멋지고,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담으려 합니다. 그러니 올리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문장에도 자신의 꽤 많은 부분을 투영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타인의 반응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반응은 우리 기분을 쥐고 흔듭니다. 

반응이 시원찮거나, 혹은 사람들의 댓글이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거나, 농담조라도 핀잔을 받으면 마음이 불편해져요. 우리가 실제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처럼요. 마음 안에 도사린 인정과 관심에 대한 욕구는 때로 우리를 ‘관종’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타인의 모습에 대해서도 다소 과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SNS에서의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고, 즐거워 보이기에 나는 상대적으로 불행하다 느껴져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감정일 텐데, 어떤 이들에게는 그 감정이 참 견뎌내기 힘든 질투와 시기, 또 자기 비난으로 돌아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어떻게 보면, SNS가 우리 일상에 자리잡은 원동력은 시기심과 질투일지도 모릅니다. 서로 경쟁적으로 자신의 멋진 순간을 올리게 만드니까요. 질투라는 감정은 참 오묘하고 지독합니다. 타인에 대한 선망은 당사자를 분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질투와 시기는 자신을 태워버리는 불꽃을 마음에 품는 것과 같아요. 타인과 나를 필요 이상으로 비교하고, 또 ‘못난 내 탓’을 마음에 새기게 만들지요. SNS는 우리가 타인의 관심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합니다. 또 타인의 삶의 화려한 면과 접촉하게 해요. 질투하게 하고,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립니다.   

 

SNS라는 독(毒)에서 잠시 로그아웃 하기 

SNS가 우리 생활의 일부라는 건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 사회적 관계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분이 흔들릴 때면 잠시 SNS에서 로그아웃을 하여 마음의 템포를 가다듬을 필요는 있습니다. 질투, 시기,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들과의 관계는 차단, 숨기기를 통해 ‘가지 치기’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SNS 속 타인의 모습에 휘둘리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댓글과 좋아요, 왜 그렇게 타인의 반응에 과도하게 몰입하는지, 내 마음 안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아야 해요. 윤하 씨는 인플루언서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했습니다. 그 모습은 이상적이며,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여겼어요. 삶의 균형이 무너진 건 이런 왜곡된 압박감 탓입니다. 우리 마음은 SNS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요? SNS를 대하는 마인드 셋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때입니다.

또, 타인이 올리는 피드의 이면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SNS상에 행복한 연인을 보며 질투를 느끼시나요? 그들도 분명 나처럼 다투고, 싸우고, 슬픔을 겪을 겁니다. 그들이나 나나 모두 크게 보면 비슷한 삶의 결일 테고요. 자기 합리화, 신 포도, ‘정신 승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뭐 어떤가요. 자기 합리화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너무도 중요한 방어기제인걸요. 중요한 건 내가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해도 누구도 돌을 던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가 나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저 포도는 실 거야’라는 생각이 내 삶에 만족감을 더해 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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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을 만나고나서 분노를 좀더 잘 다루게 된 것 같아요"
    "신재현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지방이라 멀어서 못 가지만 여건이 되면 찾아가고픈 제 마음속의 주치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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