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의 감정이 유연하게 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누군가의 말 때문에 불쾌함을 느껴 본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그럴 때면 밝고, 긍정적인 것에 가까웠던 정서가 일순간 부정적으로 변화해 버리죠. 이처럼 인간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느낍니다. 매분 매초 긍정적이기만 하거나, 부정적이기만 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다만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자주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긍정적이지 못한 상태에 놓였을 때 쉽게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는 합니다. 반면 긍정적인 정서는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과도 같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는 ‘웰빙(well-being)의 10가지 요소’ 중 하나로 긍정적인 정서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웰빙의 10가지 요소: 성취감(competence), 정서적 안정(emotional stability), 삶에 몰입하는 태도(engagement), 의미(meaning), 낙관주의(optimism), 긍정적인 정서(positive emotion), 긍정적인 대인관계(positive relationship), 회복탄력성(resilience), 자존감(self-esteem), 활력(vitality). 이 가운데 성취감, 삶에 몰입하는 태도, 의미, 긍정적 정서, 긍정적인 관계는 주요 5가지 요인.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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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긍정적인 정서의 효과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더욱 많이 경험할 수 있을까요?

긍정적인 정서의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 개인의 적응력을 높여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긍정적인 정서를 많이 표출하는 사람일수록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강하며, 평균 수명도 긴 편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도 더욱 좋습니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인생의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러한 긍정 정서의 핵심적인 역할은 ‘선순환’입니다. 산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면 뒤따라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긍정적인 정서는 즐거움의 감정이 흐려져 가는 순간에도 또 다른 긍정 정서를 보다 수월하게, 혹은 연속적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를 살펴보면 이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레드릭슨 교수는 170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공개 연설을 요청한 뒤, 참가자들이 연설을 준비하는 동안 교감신경계를 측정하여 그 수치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연설이 취소됐다고 고지했습니다.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을 제공해 불안함을 높인 후 돌연 그 요인을 제거해버리는 것이죠.

이후 참가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긍정적인 기분을 유발하는 비디오와 부정적인 기분을 유지하는 비디오를 각각 보여주고, 불안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유지한 사람들 보다 더욱 빨리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취소효과(The undoing effect)’라고 부릅니다. 취소효과는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긍정적인 사고의 폭을 넓혀줍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이나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려도 보다 수월하게 스트레스에서 빠져나와 긍정 정서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긍정적인 정서로 발생하는 회복력과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사고가 심리적 자원이 되어, 다시 긍정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선순환이 형성되는 것이죠. 즉,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느낀 사람에게는 또 다른 긍정 정서를 경험할 ‘힘’이 있습니다.

 

프레드릭슨 교수는 △사랑 △기쁨 △고마움 △평온 △관심 △즐거움 △자부심 △희망 △영감 등의 긍정적인 정서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연습을 통해 고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연습의 방법으로 다음의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 긍정적인 정서에 대해 바로 알기 - 억지로 부정적인 감정을 줄인다고 그에 비례해 긍정적인 감정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또한, 한 번 크게 즐거운 것보다 소소하지만 자주 행복한 것이 긍정적인 정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길가의 꽃집에서 구입한 장미꽃 한 송이, 화창한 날 점심시간에 즐기는 잠깐의 산책 등 일상 속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껴 보세요. 긍정 정서를 경험한 순간들을 떠올 려보고, 그 감정들이 줬던 느낌을 기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② 감사일기 쓰기 - 이는 긍정심리학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개수만큼 감사한 순간들을 찾아서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하루를 돌이켜보며 3개씩 감사했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죠.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지각하지 않은 것, 동료에게 기분 좋은 칭찬을 들은 것, 퇴근길 식료품을 사러 들른 마트에서 마침 세일을 하고 있던 것 등 사소한 일도 좋습니다. 

혹은 감사한 일이 전혀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일상 속에서 감사한 순간들을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사고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고의 방향을 전환하는 연습이 긍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줍니다.

 

③ 작은 친절을 실천하기 -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할 때 보다 작은 선의를 행했을 때 기분 좋은 느낌, 긍정적인 정서가 오래 유지된다고 합니다. 웃어 주고, 먼저 인사하고, 칭찬을 해주고,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등 아주 소소한 친절이면 충분합니다.

 

땅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뭉칠 때, 처음엔 쉽지 않지만 한 번 가속이 붙고 나면 금세 불어나고는 합니다. 긍정의 선순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프레드릭슨 교수가 제시한 3가지 방법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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