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친구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인가요? 언젠가부터 친구가 나에게 고민을 말하지 않거나, 대화를 멈추었다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라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친구 A는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속상해하며,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얘기하려고 할수록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너를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나도 엄마랑 이야기하면 꼭 싸우게 되더라. 예전에 너랑 비슷한 상황인 적이 있었는데, 엄마한테 먼저 사과했었어."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싶어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고, 위로를 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런 위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감은 상대방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동감’과는 다릅니다. ‘공감(共感)’이란 상대방의 이야기를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어 주며 그 감정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약 2300년 전에 이미 ‘진정한 공감이란 마음을 비우고 존재 전체로 듣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친구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입장을 이해했으며, 친구에게 공감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대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를 향한 답변이나 당신의 말속에 ‘자신의 판단 기준’이 들어가 있다면 친구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 어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오히려 자신이 이해받지 못하거나 수용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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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려 했던 의도와 다르게 전해지는 말들>

 

1. 상대가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위로하기

‘원래 다 그래, 다들 그러고 살잖아.’

‘물론 힘들겠지만, 그 상황에서 너만 그렇게 힘든 건 아니야.’

‘나도 이렇게 속상한데 너는 오죽 속상하겠니.’

 

2. 동정하기

‘너희 엄마는 참 왜 그러시니? 하늘도 무심하지.’

‘또 싸웠어? 괜찮아? 안쓰러워서 어떻게 해.’

 

3. 내 경험담을 들려주기

‘너도 그랬어? 나도 저번에 그랬는데.’ 

‘나도 그때 너무 힘들어서 딱 사라지고 싶었다니까.’  

 

4. 감정의 흐름 중단시키기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런 걸 거야.’

‘그 정도로 우울해할 거 없어. 기운 내서 상황을 바꿔 보자.’

 

5. 평가 및 설명하기

‘네가 그 부분에 있어 예민해서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열린 마음으로 엄마 이야기를 들어봐.’

‘그런 생각이 들다니, 우울증 초기 증상 아니니?’

 

위의 대화 방법은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거나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한 말일 겁니다. 하지만 위의 예시는 말하는 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해집니다.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공감은 상대방이 경험한 것을 존중의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신의 선입견이나 판단을 내려놓고 상대의 감정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상대방은 어떻게 느낄까요?

‘엄마가 너를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 누가 모르나. 나도 엄마가 날 사랑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나도 엄마랑 이야기하면 꼭 싸우게 되더라.’ -> 내 얘기를 하고 있는데, 넌 또 네 이야기를 하는구나.

‘예전에 너랑 비슷한 상황인 적이 있었는데, 엄마한테 먼저 사과했었어.’ -> 날 가르치려는 건가?

 

공감해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상대방의 감정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엄마랑 얘기하려고만 하면 자꾸 싸움이 되어버려서 속상해.’라는 A의 말에 다음과 같이 답해보는 겁니다.

‘엄마랑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싸우게 되어서 속상했구나.’

‘엄마랑 잘 얘기하고 싶었는데 싸움이 되어 마음이 상했어?’

 

공감의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상대가 그러한 감정이 들었던 이유를 나의 말하기 방법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엄마랑 싸우지 않고 얘기하고 싶었던 거야?’

‘엄마가 네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거야?’

 

이와 같은 반응은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속상함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혼자 속상하다고 느꼈던 ‘고립’이나 ‘소외’에서 한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내가 겪는 상황, 그 안에서 겪는 나의 감정을 누군가 이해해준다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자신이 이상하거나,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내가 상대와 관계하고 있으며, 소외되지 않았다는 연결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인간 중심 상담의 대가 Carl Rogers는 자신이 온전히 이해받았다고 느낄 때 자신의 길을 따라 성장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힘든 일이 있거나 속상할 때,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힘들수록 나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얻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공감의 진정한 힘은 연결감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공감하려는 의도는 상대를 위로해주거나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나의 생각, 가치평가, 판단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을 이해해봅시다. 친구에게 건넬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공감받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네가 여기에 있는 것을 알고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의도를 전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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