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보통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두고 ‘어쩜,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하네.’ 라고 말합니다. 뻔뻔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이 말에는, 보통 거짓말을 할 때 눈을 깜빡이거나 움직인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사람들은 상대가 거짓말을 하면 이를 판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상대가 거짓말을 할 때 움직임이 많아진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거나, 다리를 떤다거나, 입이나 눈 부위를 만지는 등 부자연스러운 자세 변화는 거짓의 신호로 느껴집니다. 이렇듯 거짓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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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국 경찰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보면, 시각 정보만으로 상대의 거짓말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경찰 103명을 3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용의자의 인터뷰 파일을 주었습니다. 한 그룹은 음성만 있는 파일, 또 다른 그룹은 음성은 없고 영상만 있는 파일, 나머지 한 그룹은 음성이 들어간 영상 파일을 받았습니다. 파일은 모두 짤막하여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쉽게 알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음성은 없고 시각 영상 인터뷰만 본 그룹은, 청각 파일과 시청각 영상을 본 경찰들에 비해 거짓/진실을 찾아내는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종합적인 단서 보다 시각적 단서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용의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편견을 강화시킬 뿐이었습다. 또한 시청각 영상을 본 그룹은 음성 관련 단서보다 시각적 단서에 더 신경을 썼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음성 파일만 들은 그룹과 거짓/진실을 찾아내는 정확도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즉, 관찰자가 시각적 단서에 더 집중할수록 정확도는 낮아지며, 거짓말 편향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정보로는 진실, 거짓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상대를 설득하려 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APA(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실제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은 움직임을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특히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성공과 관련이 있거나, 금전적 혹은 물질적으로 관련이 높을 때라면 상대를 더 잘 기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대가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를 알고자 할 때는, 부자연스러운 시각적 이미지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이성찬 원장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인하대학교병원 전공의
(전)수도군단 의무실장.아산정신병원.다사랑중앙병원 진료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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