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몰입의 달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동료교수를 집으로 초대했을 때의 일입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뉴턴은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자신이 잡은 약속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한참 기다리던 동료교수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식사를 끝낸 뒤 돌아갔고, 무아지경에 빠져있던 뉴턴은 고민을 해결하고 나서야 집으로 왔습니다. 식탁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빈 그릇을 본 뉴턴. 그는 “내가 이미 식사를 한 것을 깜빡 잊고 있었군!”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연구에 몰입해 있었던 것이죠.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러한 몰입(flow)을 ‘어떤 행동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이동, 더 나아가 자신조차 잊게 되는 심리적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완벽한 몰입의 상태가 되면 자신과 몰입의 대상이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지고 무아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몇 시간이 마치 한순간 같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합니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이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상태’,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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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는 몰입을 행복의 요소이자 건강한 정신상태의 조건 중 하나로 꼽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대에서 연구한 ‘웰빙(well-being)’의 10가지 요소* 중 하나에도 몰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또한 행복의 3대 조건으로 즐거움, 몰입, 삶의 의미를 제시했죠.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험을 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몰입의 순간을 자주, 오래 느끼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웰빙의 10가지 요소: 성취감(competence), 정서적 안정(emotional stability), 삶에 몰입하는 태도(engagement), 의미(meaning), 낙관주의(optimism), 긍정적인 정서(positive emotion), 긍정적인 대인관계(positive relationship), 회복탄력성(resilience), 자존감(self-esteem), 활력(vitality).

이 가운데 성취감, 삶에 몰입하는 태도, 의미, 긍정적 정서, 긍정적인 관계는 주요 5가지 요인입니다. 몰입하는 동안 우리 뇌에서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감소합니다. 전전두엽피질은 자기반성 의식, 기억, 시간 통합 및 작업 기억과 같은 높은 인지 기능을 담당하며, 의식적이고 명시적인 마음의 상태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전전두엽 활동이 억제되면 자아인식이나 자기검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불안증세를 겪는 사람의 경우 과거에 대한 집착, 스스로에 대한 감시 등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뇌 영역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며,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의 보상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이러한 몰입은 운동선수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신기록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환경이 아무리 척박하고 난관이 계속된다고 해도 누구나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비록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에 집중하고, 점차 시간을 늘려나가면 몰입의 순간이 쌓이고 쌓여 거대한 흐름이 형성됩니다. 이를 통해 삶에 대한 통제력, 자신이 삶의 주도자라는 인식, 활기차고 고양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 뇌 연구소(Stockholm Brain Institute)는 성실한 사람일수록, 심리적 갈등이 적을수록 더욱 자주 몰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능의 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높은 관심이 있으면서도, 자기중심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몰입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습’해야 더욱 자주, 오래 몰입할 수 있을까요? 칙센트미하이는 다음의 4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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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의력을 빼앗는 것에서 멀어지기
-주의가 산만하면 몰입을 방해합니다. 갑자기 책상 위 지저분한 것들이 보이고, 휴대전화 알람이 신경 쓰이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스마트 폰, TV 등 집중력을 흩뜨리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 몰입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입니다.


2 과제의 난이도와 개인의 능력 사이에서 균형 찾기
-자신의 능력에 비해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불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반대의 상황에서는 목표 달성이 너무 쉽게 느껴져 지루하고, 산만해집니다. 자신의 능력을 냉정히 판단한 뒤 목표를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3 즉각적인 피드백
-2번의 균형을 잘 유지하려면, 신속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현재 이 목표가 나에게 적절한지,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지,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이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보세요. 분석이나 의견을 더하는 것 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성 즉각적이고 명료한 방법으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4 혼자보단, 여러 명이서
-조금 더 즐겁게 몰입을 경험하려면 여러 명이서 같이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자신의 느낌을 나누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더 많은 몰입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다 문득 창밖을 보니 해가 저물어 있던 경험, 어린 시절 식사시간도 잊고 친구와 놀았던 기억 등 우리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몰입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우리의 삶에 강렬한 인상과 충만한 만족감을 남깁니다. 인생을 ‘살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몰입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요?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하는 자세, 이 두 가지만 있다면 누구나 삶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일상 속 몰입의 순간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즐거움을 한껏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신재현 정신과 원장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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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을 만나고나서 분노를 좀더 잘 다루게 된 것 같아요"
    "신재현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지방이라 멀어서 못 가지만 여건이 되면 찾아가고픈 제 마음속의 주치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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