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나 혼자 산다' MBC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점심시간에 해야 할 일이 있거나, 딱히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을 때. 혹은 불편한 사람을 피하고 싶을 때. 하지만 이 흔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편하게 혼자 밥을 먹고, 어떤 이는 못마땅한 마음으로 혼자 밥을 먹는다. 차마 혼자 밥을 먹지 못해 굶거나, 억지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밥 먹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걸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 많은 요소들을 저울질한다. 그렇게 저울질을 해서 자신이 가장 만족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직장 또는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며 생각해 보자.

 

먼저 혼자 밥을 먹고 싶게 하는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에 날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는 내 지갑 사정에 맞는, 다이어트에 적합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혼자 밥을 먹기 꺼려지게 하는 요소들도 있을 것이다. 같이 밥을 먹으며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과 혼자 밥을 먹을 때 느껴지는 주위의 불편한 시선들이 이에 해당한다.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으며,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꺼려지는 요소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생각해 낸 각각 요소에 1점부터 5점까지 중요한 만큼 높은 점수를 주자. 나에게 중요한 요소는 5점, 중요성이 덜하면 더 낮은 점수를 주면 된다. 이제 그 숫자들을 선택의 저울에 올렸을 때,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졌는지 보자. 혼자 밥을 먹고 싶게 하는 요소들의 점수가 높은 사람은 혼자 밥을 먹는 쪽으로 선택의 저울이 기울었을 것이며, 그 반대는 혼자 밥을 먹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그림 저울질을 하는 여인, 베르메르 (1664 작)

 

일상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뭉뚱그려지기 때문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내가 어떤 요소 때문에 선택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요소가 관여하고 그 중요도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또 이 다양성은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부모가 키웠다 하더라도, 형제가 느끼는 경험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을 할 때, 사람마다 서로 다른 요소와 중요도를 놓고 저울질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일곱 형제 중 셋째는 다른 형제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혼자 있었던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주위 시선과 소외감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독자로 태어나 소외감 없이 자란 사람은 주위 시선은 중요하지 않으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피하는 것이 간절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외부적 상황이 완전히 같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으며 그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계량한 저울이 아무리 혼자 밥을 먹는 쪽으로 기울더라도,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찌된 것일까? 이런 경우,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과 점수를 다시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각 요소들의 점수가 평소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높거나, 낮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왜 들어갔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요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무의식이 저울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본인 스스로는 알 수 없는 정신작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저울을 계량하는 중에 나 몰래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무게가 2라고 생각했던 추가 실제로 5의 무게를 가지게 되며, 심지어 보이지 않는 추가 저울 위에 올라오기도 한다. 내가 계량한 저울이 혼자 밥을 먹는 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무의식의 영향을 받은 실제 저울은 반대로 기울어져 있다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된다. 혹은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면서 행동으로 옮기게 될 것이다.

 

사진 픽사베이

 

무의식은 늘 의식과 함께하며, 작은 선택부터 중요한 선택의 순간까지 함께한다. 무의식의 존재를 모른다면, 위와 같은 경우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가 하는 행동을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없거나, 내가 선택한대로 행동은 하지만 상당한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무의식이 저울에 몰래 추를 올려놓거나 무게를 속인 것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물론 무의식의 존재를 안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안의 장난꾸러기를 발견한다면,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고민할 수 있으며, 그 장난꾸러기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이전보다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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