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 저는 25살 여자 대학생입니다.

보통 여학생들은 휴학이 없으면 24살 2월에 바로 졸업을 하지만 저는 학사경고를 4번 받고 휴학도 한 학기 해서 올해 1학기에 마지막 학기가 되고 8월에 졸업합니다. 또래에 비해 1년 반이나 늦은 거죠...

 

현재 학점은 낮은 편이고, 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어학과 컴퓨터 자격증 외에는 전무합니다.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다 써보겠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까지는 성실하고 공부도 꽤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독서실을 다니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집에 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아이돌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반 친구들과 꽤 즐겁게 얘기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그때까지는 별로 문제가 없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말부터 슬슬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공부를 잘 하긴 했지만 자기 주도적인 공부 습관이 잘 안 든 학생이었는데, 그때부터 사춘기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가고 나서는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을 때마다 인터넷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었는데, 중학생 때는 그 아이돌이 좋아서 영상을 찾아봤다면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서는 힘들고 스트레스받고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을 때마다 연예인 뉴스를 찾아보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떨어졌네요.

 

그리고 고2부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고3 때는 SNS에 빠져서 커뮤니티 의존증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대학 가야 되는데 공부하는 시간보다 그 SNS(커뮤니티) 상에서 일어나는 논쟁거리 등을 보면서 에너지를 소진하곤 했습니다. 제 현실보단 가상세계가 가지는 비중이 더 컸습니다. 괜히 일탈하고 싶고 반항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는 적응을 잘 못하고 1년은 통으로 외롭게 보냈어요. 물론 그 1년도 인터넷에 의존했고요. 그리고 2학년에 올라가서는 학교를 잘 다녀보자는 생각으로 동아리도 들어가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1학년 때 놀아서 전공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습니다(향후 진로가 어떻게 되는지도요). 그래서 저는 SNS 상에서 현직자들을 팔로우했습니다. 학교 과제도 잘 못하면서 학교 공부를 잘할 생각보다 그게 먼저 떠올랐습니다.

근데 주객이 전도돼서 저는 또 그 SNS 관계에 심취하게 되었어요. 그냥 정보를 얻고 취사선택하는 거에서 끝나야 하는데 사람들과의 관계에 몰입하게 되고, 저는 덧셈 뺄 샘을 할 단계인데 그 사람들이 미적분을 하고 있으면 저는 아 나도 저걸 해야 하는구나 하고 미적분부터 하려고 했어요(비유적 표현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생활에는 소홀하게 되었고요...

 

휴학을 한 학기 했고 복학을 했는데, 복학하고 보니까 저한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 제가 인터넷 중독이라는 걸요.

 

보통 중독이라고 하면 게임중독을 생각해서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게임을 일절 하지 않거든요. 인터넷에 빠지고 난 후에 한 선택은 전부 실패했어요. 문과 이과 선택도 대학교 선택도 학과 선택도 그리고 휴학 복학. 지금 느끼는 감정은 후회입니다.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 세상에 몰입하면서 산 지 벌써 8년...

저는 사리분별력과 현실 판단력이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보다 더 낮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나이에 맞는 판단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복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학교 상담센터에서 개인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정신과는 예전에 다녔었는데 중독 문제로 다시 찾아가도 괜찮을까요... 현실에서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그동안 제가 놓친 것들도 회복하고 싶어요.

 

꼭 답변 부탁드려요.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답변)

안녕하세요.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입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하는 정신질환 진단 매뉴얼(DSM-5)에서는 인터넷 사용 중독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인터넷 게임장애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상황은 인터넷 게임중독으로 발생하는 어려움들과 유사한 면들이 많기 때문에 행위중독의 한 가지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관련된 부분이 문제가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현실에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벗어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적인 사회경험 보다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러한 몰입은 외로움, 스트레스,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지만 과도한 사용은 결국 감정적인 어려움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소모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현실과 단절된 상태를 경험하게 되면 일상에 상당한 지장을 주게 되어 필요한 기술을 익히거나 자기 발전을 방해하게 됩니다.

 

사연을 주신 분도 인터넷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면하게 되면서 감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외롭고, 수줍고, 내성적이고, 불안정하고,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충동적이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인터넷에 중독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인터넷 중독 그 자체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러한 심리적인 요인들이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이나 진료를 통해 내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인터넷 중독 문제는, 우울이나 불안, adhd 같은 병적인 상황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원래 가지고 있던 문제가 해결되면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연에서 현재 내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여겨지지 않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터넷 중독으로 빠지는 일들이 반복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를 통해 감정적인 어려움을 만들어 내는 부정적인 사고 습관들을 확인해 가면서 인터넷 사용으로 빠져들게 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의 습관을 수정해 나가면서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을 줄이고, 다른 사회적인 기능들을 향상하도록 일상을 변화하는 과정들이 동반되어야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혼자 해나가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상담이나 진료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사연을 주신 분은 가장 중요한 변화의 동기가 확실하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숨기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으려 애쓰며 실제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마시고, 차근차근 변화의 과정을 밟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일상으로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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