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슬비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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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 대학생활 적응기

대학에 들어가서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증상이 있으면,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초, 중, 고등학교 때에는 짜 놓은 시간표에 따라가면 되고, 학교건 학원이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었는데, 대학이 되면 그처럼 시키는 사람이 없습니다. 해야 할 것을 안 했다고 지적하고 혼내는 사람도 없으며, 다양한 정보를 알아봐 주고 선택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자신이 직접 정보를 찾아보고, 선택하고,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합니다. 따라서 ADHD가 있다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1. 입학 준비

대학생이 되면 대개 수강신청을 통해 자신의 시간표를 스스로 짜게 되는데, ADHD가 있다면 수강신청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체로 학과 사무실이나 신입생 환영회 같은 모임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받으면 될 텐데, 사람을 사귀기 어려워하거나 질문을 꺼리는 성격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선택해야 할 전공과목이나 주요 과목은 무엇이며 언제 신청할지, 자신의 이해 수준, 각 강의의 수준과 평가, 자신의 선호도, 강의실 위치 등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매우 다양하기에, ADHD 때문에 실행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대충 선택하고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입학하기 전에

1) 애당초 강의 스타일과 자신의 이해 수준을 고려하여 자신의 학습 스타일에 맞는 수업을 잘 선택해야 하며,

2) 기존에 만나오던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와 대학에 입학한 후 예상되는 문제와 대처방법에 대해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대학 내 학습지원 서비스나 상담 서비스가 있다면 신청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2. 공간관리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처음으로 부모로부터 떨어져 기숙사나 자취방에서 살게 되면, ADHD를 가진 사람의 방이 쓰레기통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혼자 쓰는 방일 경우 아무도 치워주지 않습니다. 먹고 치우지 않은 피자, 라면, 치킨 찌꺼기, 바닥에 벗어놓은 채 며칠째 치우지 않은 옷, 보다만 책, 뜯고 버리지 않은 택배 상자, 개지 않고 며칠째 그대로인 이부자리, 대충 바닥에 던져놓은 쓰레기까지... 이처럼 시야가 어지러우면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여기다 집중할 때 자꾸 시간을 빼앗는 대표적인 존재는, 스마트폰, 유튜브, SNS, 패드입니다. 공부하려고 앉았는데, 3시간 동안 유튜브만 보다 끝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1) 자신의 방에서 공부하려 한다면, 자신의 방과 책상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청소하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시야에 복잡한 것들이 보이면 집중이 쉽지 않습니다.

2) SNS와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패드는 음소거 모드로 해서 책상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손이 닿지 않게 멀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책상 위에 올려두면, 문자가 올 때마다 스마트폰이 켜지고 벌써 스마트폰을 잡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3) 룸메이트와 같은 방을 써야 하는데 룸메이트가 집중에 방해가 된다거나, 잠을 자는 기숙사나 자취방에서는 도저히 집중되지 않는다면, 공부는 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에서 하고 방에서는 잠만 자는 방법도 좋습니다.

 

3. 시간관리

ADHD로 인해 당장의 만족을 자제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당장 술 마시고 게임하는 즐거움을 선택하고, 내일 제출해야 할 숙제나 시험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미루기 쉽습니다. 또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할 과제나 훈련도, 시험 보기 직전에 다급하게 몰아서 하거나 시한을 넘겨버리기 일쑤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부모나 학원 선생님 등 어른들이 잔소리하면서 이런 시간관리를 대신해줬지만, 대학에서는 이런 것들을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요 과목의 성적이 안 나와서 재수강해야 하거나, 시험이나 중요한 과제를 빠뜨려서 유급되고 졸업이 늦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또 대학생활은 등교시간이 일정하지도 않고 학교에 가야 한다고 깨워주는 사람도 없기에, 수업시간을 빠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빠져도 바로바로 강력한 조치가 없기에 한 학기 내내 학교에 안 나가고 집에서 게임만 하다가 휴학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공지나 변경사항을 담임선생님처럼 일일이 챙겨주는 사람도 없어서, 매일 스스로 메일과 문자를 성실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보강을 놓치거나 준비물을 빠뜨리거나 엉뚱한 강의실에 가는 실수를 남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간관리는 ADHD를 가진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따라서

1) 스마트폰의 주간, 월간, 연간 일정관리 프로그램, 알람, 할 일 목록을 관리하는 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스스로 학사일정, 준비물, 과제, 시한, 약속 등 중요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2) 평소에 매일 일정 시간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한 직전까지 해야 할 일을 미루다 막바지에 몰아서 하는 행동이 반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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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습 요령

ADHD로 인해 가장 흔한 어려움은 아마 학습의 어려움일 것입니다.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고, 글로 쓰려해도 계속 할 말을 빠뜨리고 계속 고쳐 쓰기 일쑤입니다. ADHD를 가진 학생에게 도움이 될 독서요령을 소개합니다.

 

1) 읽어야 할 내용을 처음부터 정독하지 말고, 처음엔 제목, 차례, 삽화만 훑어보면서 내용을 짐작해 봅니다. 이를 통독이라고 합니다. 첫 페이지부터 무턱대고 긴 자료를 정독하게 되면, 문장의 세세한 부분이 모순되고, 이런 얘기를 여기서 왜 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쉽게 싫증이 나고 정작 중요한 큰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다행히도 요즘 대학에서 읽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 유명한 책들은 거의 인터넷에 책 내용이 요약되어 있거나 유튜브에 내용 요약이 되어있어서, 이런 요약글이나 영상을 먼저 보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대략 훑어본 내용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는 질문을 몇 개 떠올려 봅니다. 아무런 질문 없이 책을 읽는 것은 마지못해 의무감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대개의 책은 저자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가 이 책을 왜 썼을까? 무엇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은 무엇인가? 이처럼 스스로 호기심을 품은 채 책을 읽게 되면, 훨씬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으며, 나중에 기억나는 부분도 훨씬 많아지게 됩니다.

3) 제대로 정독하면서, 읽은 내용을 자신의 표현으로 요약하고, 핵심적인 사항을 메모합니다. ADHD가 있는 학생은 책을 읽었어도 주의 깊게 정독하지 못하기에 그 내용이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읽으면서도 처음 읽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많은 내용을 읽었다고 해도 그것을 다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한 단락을 읽었어도 기억해야 할 부분은 대개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읽고 요약하는 버릇을 들이게 되면, 나중에 책을 다시 읽게 될 때에도 시간을 많이 절약해 주며, 훨씬 많은 부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4) 제대로 정독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음 던졌던 질문에 답하면서 정리해 봅니다. 만약 읽은 책이 교과서라면 이런 정리 organization과정을 통해 기억을 돕고, 시험에도 대비하고, 자신만의 족보를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르친다고 상상하면서, 질문하고 답하는 연습을 해봅니다. 이런 과정은 혼자 해도 좋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경험을 하게 되면 훨씬 확고하게 기억에 남게 됩니다. 흔히 유대인들의 교육방식이나, 서양 유명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지도하는 방식이 바로 이런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지식 습득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DHD를 가진 학생에게 도움이 될 보고서 작성요령입니다.

1) 해당 과제의 전체적인 설명을 잘 읽고, 구체적인 요구사항(페이지, 구성, 마감일 등)을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ADHD를 가진 학생들은 워낙 공지사항을 대충 읽고 대충 글을 작성한 후, 나중에 자신이 시한을 잘못 알았다고 변명하거나 엉뚱한 작업을 했다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2) 과제를 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나누어 순서대로 적어보고, 과제 마감일을 고려하여 단계마다 예정 마감일을 정해 봅니다. 예를 들어, 자료조사(5일까지), 자료 읽기(7일), 초안 쓰기(8일), 완성(9일). ADHD를 가진 학생들은 자료의 일부만 조사하고 대충 글을 쓰다가 나중에는 도저히 글이 완성되지 않아 헤매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중요한 다른 자료를 뒤늦게 발견하고 처음부터 글을 다시 쓰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에게는 복잡한 일의 구조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계속 미루다가 막판에 대충 글을 쓰거나, 결국 시한을 넘기고 교수님께 봐달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의 단계를 구조화하고, 현실적으로 시한을 정하는 연습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3) 자료를 조사하고 읽으면서, 나중에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나 중요한 정보에 표시하고, 내용을 요약하고, 당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책이나 포스트잇에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글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나중에 글을 쓸 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디어는 여행지에서 찍은 풍경사진과 같아서, 보통 사람들도 그 순간에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글을 읽으며 메모하는 습관은 매우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중요합니다.

 

4) 초안을 쓸 때, 처음부터 글을 써 내려가지 말고, 일단 글의 구조를 어떻게 구성할지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조사 동기, 조사방법, 조사 결과, 결과의 의의 등이 있습니다.

5) 결정한 글의 구조에 따라,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두었던 요약내용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습니다. 이는 마치 나무줄기를 세우거나,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과 같습니다.

6) 이제 각 단락의 핵심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서술하면서 살을 붙여 글을 완성합니다. 이는 마치 줄기에 나뭇잎을 붙이고, 철근 뼈대만 있는 건물에 벽을 붙이는 과정과 같습니다.

 

5. 도움 요청

지금까지 대학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공간적, 시간적 준비를 하고 학습에 임했는데도 ADHD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결석 회수가 너무 많다거나, 반드시 제출해야 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고등학교까지는 친구건 선생님이건 다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챙겨주기에 딱히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상대가 미리 챙겨주거나 알아서 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는 이후 살아가게 될 사회에서의 인간관계와 비슷합니다. 훨씬 남에 가깝고, 알아서 배려해주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내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지 상대는 알지 못합니다. ADHD와 함께 낯가림까지 있는 경우, 필요한 순간에 도움 요청을 하지 못해 유급되거나 등록금을 날리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괜찮은 척, 대범한 척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거나, 연락을 드리는 게 좋습니다.

 

 

참고문헌

한국 성인 ADHD 임상 연구회 번역. 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실생활 적응능력 향상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기법 활용. 하나의학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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