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22)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암 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 (2)

‘암’이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만큼, 암에 대한 오해와 편견 또한 많습니다. 들어본 적은 많으나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는 의미죠. 이번 시간, 암 경험자의 사연을 통해 오해와 편견을 정리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에 힘써보면 좋겠습니다.

 

황배우: 암 경험자의 사연으로 암 진단 전에 가지고 있었던 암에 대한 오해를 먼저 알아보려고 합니다. 암 경험자가 되기 이전에는 암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나와 무관한 일이다,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요.

 

이광민: 암을 경험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나는 암에 걸리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죠. 암에 대해 가지는 오해 중 가장 첫 번째는 암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입니다. ‘나도 암에 걸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암 경험자에 대한 차별이나 좋지 않은 사회적인 인식을 갖지 않겠죠.

황배우: 암 경험자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모습이 오해와 편견에 한몫 거드는 것 같기도 해요. 대부분 굉장히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견디는 모습, 죽음을 앞둔 설정으로 나오잖아요. 대중의 입장에서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만 본다면 공감하기보다 본인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얀 비니 모자를 쓴다든지, 살이 빠진다든지 하는 단편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니까요. 사실 암 경험으로 인해 체중이 20킬로그램 이상 많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광민: 이러한 단편적인 오해는 암 경험자의 가까운 가족들도 가질 수 있습니다. 암 치료를 하는 데 있어서 운동과 식단관리는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암 치료 중이니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몸에 좋은 것만 먹으라고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본적인 건강관리는 암 경험 여부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똑같습니다.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단이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처럼요.

황배우: 맞아요. 실제로 병원 복도에는 자기가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미터 단위로 표시가 되어 있어요. 수술이 끝난 후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권유한 경험이 있어요. 얼마나 걸었는지 체크하면서 병원 복도를 걷는 거예요.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광민: 운동은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자기 관리를 하는 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치료 기간 중 운동을 한다거나 사람을 만나는 등의 사회적인 역할과 활동을 하려고 하는 분들이 높은 생존율을 보였습니다.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에너지는 일정 부분 암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예후를 좋게 만드는 여러 가지 인자를 가졌기 때문에 적극적인 행동력을 보이는 부분도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암 경험 중이라고 할지라도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면 회복, 암 생존율을 향상,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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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배우: 많은 암 경험자분들이 암 발병에 대해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를 보입니다. 처음에는 몸 관리를 못 한 탓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혹 반대로 열심히 몸 관리를 했는데도 암이 생긴다면 건강을 챙기지 않고 막살아야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도 하고요.

이광민: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꾸준한 건강관리를 굉장히 중요하지요. 암 경험자들 진료를 보다 보면 말씀하신 대로 암 발병의 원인을 본인에게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말았어야 했는데’와 같이요. ‘술을 너무 많이 먹었어, 담배를 피우지 말았어야지’와 같은 말로 주변에서 그러한 심정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암에 대해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정말 분명한 항암적인 환경 즉, 환경적 요인을 찾는 게 맞습니다. 예를 들어 일하는 직장이 방사선이나 화학 약품에 노출되어 있을 경우가 그러합니다. 하지만 발병 원인을 일상생활에서 찾으려 하는 건 스스로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황배우: 사람들이 발암물질을 많이 걱정하고, 예민하잖아요? 미세먼지나 햇빛에도 발암물질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햇빛이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고, 제가 복용하는 ‘타목시펜’이라는 호르몬 항암제도 발암물질이더라고요. 저는 이 부분이 궁금했어요. 암 치료를 위해서 내가 발암물질을 복용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광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합니다. 핸드폰 전자파도 마찬가지고요.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언급되는 요인은 본인이 암에 걸렸을 때 무시하는 게 맞습니다. 피할 수도 없는 영역이 병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불안만 자극될 뿐입니다. 의학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근무환경 등 산업적인 부분이나 환경에서의 위험요소라면 개선을 위해 사회적으로 강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 주변에서, 혹은 본인이 생각할 때 안 좋은 생활습관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죄책감을 가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암은 무작위로 발병합니다. 자신에게 원인을 돌리는 게 아니라, 내가 앞으로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갈 것인지가 더욱더 중요합니다. 정신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리에게 ‘필요한 불안’과 ‘불필요한 불안’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불안은 우리가 불안 요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합니다. ‘암 경험 후 직장 생활에서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할까?’와 같이요. 하지만 불필요한 불안은 과거를 끌어옵니다. ‘그런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등처럼요. 또한 현재가 아닌 먼 미래에 대해 걱정합니다. 과거와 미래에 쏠려 있는 걱정은 당장 바뀌는 것 없이 불안을 증폭시킬 뿐입니다.

 

황배우: 이런 말이 있습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장난스러운 말 같지만 선생님 말씀에 딱 맞는 명언이죠.

이광민: 명언이네요 정말. 불필요한 불안과 같이, 불필요한 죄책감이 머릿속에 떠오르더라도 무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암 경험자의 주변에 있는 이들 또한 괜한 자극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황배우: 암을 겪기 전과 달리 암을 겪은 후에 바뀌었던 생각도 있어요. 암 또한 나의 것이다, 이 또한 또 하나의 나라는 것을 깨닫고 내 몸과 인생에 대한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바꾸어야 할 부분을 바꾸기 위해 용기 내어 행동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경우, 암 경험 후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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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민: 우리 삶에서 처음부터 익숙해져 있는 고통은 금방 적응이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겪은 고통은 그 고통이 없었던 이전의 삶과 계속 비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재의 삶을 더 불행하다고 느끼게 합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팔 한쪽이 없는 A가 있습니다. 또한 성장한 후 교통사고로 인해 한쪽 팔을 잃은 B가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한쪽 팔이 없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A는 팔 한쪽이 없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본인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삽니다. 하지만 B는 팔이 있었던 과거와 비교하며 현재의 삶에 집중을 못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삶을 자꾸 생각하게 되면서, 현재 본인의 삶에 집중하는 데 방해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암에 걸리고 난 다음에 본인의 삶을 암 경험 이전의 삶과 비교할수록 괴로운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황배우: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표준을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암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지만 또 거기서 나만의 평균을 찾아가는 것, 새로운 삶을 다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이광민: 이때 필요한 요소가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암 발병의 상황에서 자신의 절망만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암 발병이라는 상황 이후에, 자신의 인생을 관조하고 한 단계 성숙된 삶을 살아갑니다.

 

황배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암 따위에게 지지 않아, 이걸 통해서 나는 한 단계 더 올라가겠어. 받아쳤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어.’와 같은 마인드로요.

이광민: 암 경험자가 아닌 사람들, 주변인들의 태도 또한 중요합니다. ‘암 경험을 했으니, 예전과 같지는 않을 거야.’ 등등 암 경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 차별은 무지의 소산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차별적인 언행을 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은 어쩌면 한 사람이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걸 기억하면 좋지 않을까요?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 ‘고잉 온 토크’ 강의 직접 듣기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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