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법무법인 광장 이루리 변호사 & 구로 연세봄 정신과 박종석 ]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을 한다. 동화나 소설, 드라마에서는 ‘그 후로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싸우고 원망하며 갈등을 쌓아가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원한 삶은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2020년 한 해 이혼건수는 10만 6500건이었다. 작년에만 21만 명의 이혼인구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물론 여러 번 이혼한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는 왜 이혼을 할까? 열에 아홉이 말하는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이다. 과연 그것만이 전부일까?

이 궁금증에 해결하기 위해 이혼을 가장 많이 접하는 두 직업, 정신과 의사와 이혼 변호사의 의견을 묻는 시간을 가져본다. 매일 이혼 부부를 만나는 것이 일상인 이 두 사람이지만 이혼을 바라보는 이들의 입장은 사뭇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아직은 이혼을 하기 싫을 때 정신과 의사를 찾고,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여길 때 이혼 변호사를 만나기 때문이다.

 

 

1. 이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정말로 성격차이 때문인가요?

정신과 의사 박종석(이하 박) : 이혼을 하는 결정적 이유는 박탈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 있어도 혼자라고 느낄 때, 내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타인이거나 때로는 남보다 못하다고 여겨질 때 말이죠. 물론 경제적 이유나 바람, 불륜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결정적인 트리거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감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는데서 느끼는 실망감과 소외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변호사 이루리(이하 이) : 사실 ‘성격차이’라는 이혼사유가 등장해서 가장 흔한 이혼사유가 되기까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80-90년대에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이 가장 많았고, 2000년대에는 부당대우,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이 많았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격차이’가 종종 언급되더니 이제는 흔히들 얘기하는 일반적인 이혼사유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혼을 하는 사유는 당사자들의 자존감, 치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고 섬세하죠. 그래서 다들 겉으로는 무난하게, 그럴듯하게, ‘성격차이’라고 둘러대는 사람이 많아요. ‘성격차이’는 그저 형식적이고 진부한 핑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성격차이’는 엄밀하게 말해 재판상 이혼사유(1)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협의이혼 상의 이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법률상 이혼 사유는 될 수 없습니다. 즉 이혼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하는 부부들이 얘기하는 ‘성격차이’의 이면에는 배우자의 부정행위(외도 등), 정신적 육체적 학대, 경제문제, 건강문제 등 복합적인 경우가 일반적일 거예요.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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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혼을 할 때 당사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박 : 연애를 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했던 내 시간과 노력들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듭니다. 자책과 후회로 자존감의 급격한 저하를 겪게 됩니다. 이 사람을 만나서 20대를 함께 보냈는데,,,,10년을 함께 했는데 등, 자신의 인생의 일부를 통째로 들어내야 한다는 점이 많은 고민과 우울감을 겪게 합니다. 또한 이혼 후 자신의 노후와 고독감에 대한 불안감과 무엇보다 자녀가 느끼게 될 상실감과 상처, 트라우마에 대해서 무척 자책하고 걱정하게 됩니다.

이 : 보통 협의이혼의 경우에는 이혼 당사자들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된 상황이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관여할 부분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에게 상담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이혼소송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 또한 자연스럽게 ‘이혼소송’의 절차적인 문제나 이혼소송에서 파생되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제일 처음 맞닥뜨리는 문제는, 아마 변호사 선임과 그 비용이지 않을까 합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분들만 이혼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 홀로 어찌어찌 이혼소송을 해볼까 하지만, 법률전문가 등 조력자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요. 그래서 당사자들은 어떤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겨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되고, 변호사 선임으로 인해 드는 비용을 감당하는 부분에서 많이들 힘들어하세요. 착수금에 성공보수금까지 고려하면,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다음으로, 생각보다 지리멸렬한 이혼 소송절차 진행과 서면 또는 구술 공방 중 나오는 상대방의 허위 주장, 인신공격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십니다. 이혼 소송은 단지 혼인의 법률적인 구속력을 소멸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자녀가 있다면 친권자, 양육권자 지정 및 양육비 청구, 위자료 등 문제도 다루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1심만 1년에서 1년 반 정도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만약 1심 판결에 불복한 일방 당사자가 항소심(2심)까지 진행하고 드물게 상고심(3심, 대법원)까지 진행하는 경우 그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루빨리 이혼을 원하는 당사자에게 긴 기다림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죠.

 

심지어 소송 과정이란 것이 원만하고 무탈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 더욱 괴로울 수 있어요. 재판상 이혼사유를 주장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면서 필연적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데, 다른 상대방 또한 반박 주장을 하면서 상대방의 과오를 들추며 인신공격을 퍼붓거나 허위 주장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가뜩이나 번잡스러운 인생의 대격 동기를 겪고 있는 유리 멘털 당사자들에게는 평소 웃어넘기던 사소한 거짓말, 인신공격도 비수가 되어 꽂힐 수밖에 없죠.

마지막으로, 자녀가 있다면,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혹은 받아들이면서 겪는 자녀의 혼란, 슬픔 때문에 함께 괴로워하시는 분도 많아요. 배우자랑 죽어도 못살겠다고 상담을 받다가도 가사조사를 받아야 하고, 나아가 조사관이 이혼 후 양육권자 지정을 위해 자녀와 면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혼을 포기하신 분도 드물지만 계세요.

 

3. 숙려기간? 이라고 하나요? 이혼의 절차나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협의이혼이냐 재판상 이혼이냐에 따라 절차가 좀 달라요.

 

◈협의이혼

1. 관할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서 제출하기

2. 법원에서 협의이혼 안내받고 확인 기일 지정받기

3. 숙려기간 지내기 – 협의이혼 시 반드시 숙려기간을 거치는데, 이혼 안내를 받은 날부터 자녀가 있으면 3개월, 그 외는 1개월간 숙려기간을 가집니다.

4. 확인 기일에 쌍방 출석하여 협의이혼 의사 확인받기

5. 법원에서 발부하는 협의이혼의사확인서 등본 및 양육비부담조서 받기

6. 행정관청에 이혼 신고하기

※ 협의이혼 절차에는 재산분할에 대한 내용이 없으므로, 협의이혼 후 2년 이내에 재산분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별도로 가정법원에 재산분할 청구 심판을 청구해서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이혼을 하게 된 책임이 상대방 배우자에게 있고 이혼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 위자료 또한 이혼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할 수도 있어요.

 

◈재판상 이혼

1. 관할법원에 소장 또는 조정신청서 접수하기 – 2회 내지 4회 서면공방 후 조정기일이나 변론기일 지정(2)

2. 조정절차 진행 – 재판상 이혼은 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가사조사 후 조정기일을 잡기도 하고, 조정기일을 바로 정한 다음 나중에 가사조사를 진행하기도 해요. 조정이 성립하면 이혼절차가 종료됩니다. 조정은 재판상 화해 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3. 소송절차 진행 – 조정 성립되지 않고 종결되면, 소송절차가 진행됩니다. 변론기일에서는 당사자들의 주장 및 증거조사가 진행됩니다.

4. 판결 선고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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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혼을 말리거나 재고해 보시라고 할 때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박 : 감정이 뇌를 지배할 때 우리의 변연계는 굉장히 충동적인 결정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땐 이성적인 전두엽이 원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서, 판단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자기 판단에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거나 미련이 남을 수 있어요. 충분히 감정을 추스르고 불안감이나 분노에 쫓기지 않고 철저히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결정을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지?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런 원인이나 감정에 집착하시기보다는, 이혼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등에 대해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이 : 저는 이혼을 원하는 당사자, 혹은 그 상대방을 대리하는 법률전문가이지 그분들의 가족도 친구도, 정신과 상담 의도 부부상담사도 아니기 때문에, 고객께서 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혼에 대한 판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이혼을 망설이시는 분이 있다면, 이혼을 결심한 이유가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인지, 그 이유를 극복할 에너지가 남아있는지 충분히 고민하신 뒤, 정말 이혼을 원하실 때 다시 찾아오셔도 된다고 조언드리기도 합니다.

만약 자녀가 있고, 양육권자로 지정되길 희망하는 경우라면, 위와 같은 조언에 더하여 이혼 후 어떻게 살아갈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자문했을 때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지도 물어봅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풍족한 분은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어떻게 살아갈지’에는 경제적인 여유, 고정적인 소득 유무, 직업 유무, 주양육자, 양육 보조자의 유무, 본인의 각오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할 의무를 부담하는 당사자가 스스로 고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없다거나,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립이 어렵다면 이혼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의 행복까지 앗아갈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5. 이혼을 하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요?

박 : 단기적으로는 가족들과의 갈등, 외로움, 자녀문제 등의 이슈로 고민하게 될 겁니다. 부부의 공동재산이 많았다면 경제적 손실도 피할 수 없게 되겠지요. 실제로 재산분할이 어려워서 사랑 없는 결혼을 유지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율성과 기회겠지요. 남은 내 인생을 온전히 나만의 결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누군가는 이 불확실성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겠지만, 어떤 사람은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으실 겁니다.

이 : 이혼을 원하는 입장에서, 이혼을 하게 되면 ‘미래를 위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혼사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이혼은 일단 그 부정적인 이혼사유로부터 탈출하고 해방되는 적법한 방안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소모적인 결혼생활을 인내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나를 위한 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혼에도 가장 좋은 타이밍이 존재하므로, 이혼 과정에서, 혹은 이혼 후 자신에게 닥칠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혼을 망설여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이왕 결혼했으니 그냥 잘 살지 뭐,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것 아닌가, 아이도 있는데 참고 살지.’라는 자위와 포기는 시간이 갈수록 자존감을 갉아먹고 한정된 우리의 시간, 에너지만 고갈시키며 끝내 황폐해진 자아만 남길뿐입니다.

 

반면, 이혼 과정에서 잃는 것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돈’과 ‘시간’을 가장 많이 잃게 되고, 경우에 따라 ‘자존감’이나 ‘사람’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특히 이혼 소송을 하는 경우 변호사 선임을 위한 상담료, 선임비 등 절차 진행을 위한 비용도 많이 들고 재산분할로 인해 이혼 전보다 개인자산이 줄어들 수도 있어요. 또한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시간 또한 오래 걸릴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나 주변인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존감이 점점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혼을 지지해주는 가족, 친구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이혼을 결심한 나를 꾸짖는 가족이 생길 수도 있고, 나를 외면하는 친구나 직장동료가 생길 수도 있어요. 사랑하는 자녀와 헤어지는 일도 있겠지요.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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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간은 왜 이혼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 사람은 누구나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그러기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려 하죠. 하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완벽하게 안정된 삶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인생은 항상 불안과 불확실성을 동반하니까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안정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이미 잃어버린 것에 대해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나간 삶보다 남아 있는 삶에 집중하기 위해서, 인간은 이혼을 합니다. 결혼도, 파혼도 이혼도 내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니까요.

이 : 인생살이는 정원 가꾸기와 같다고 했어요. 자기 자신은 ‘인생’이라는 정원을 돌보는 정원사인 거죠. 정원의 주인인 나는, 나의 정원을 효율적으로 가꿀 수도 있고 그대로 방치할 수도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 부부 사이 혹은 그 밖의 다른 문제들로 인해 내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차 있다면,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기 어렵죠. 실패한 결혼생활, 불행한 인생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고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원을 다시 공들여 다듬고 가꾸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한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남은 인생이라도 사람답고 행복하게, 다시 한번 잘 살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하는 것 아닐까요.

 


1) 재판상 이혼 사유는 ‘①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②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③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④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렇게 총 6가지입니다.

2) 숙려기간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협의상 이혼의 숙려기간을 고려하여 조정기일이나 변론기일을 정하는 재판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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