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한파(入試寒波)’는 대학이나 고등학교 입학시험 때가 되면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수능은 대략 11월 중반쯤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유독 수능 날에는 평소보다 굉장히 추워진다는 도시 전설이기도 하다. 수능 당일, 수능생 자녀를 둔 부모는 온갖 천지 신령과 조상님에게 소원을 빈다. 그 때문에 수능 날은 일 년 중 가장 많은 귀신이 지상에 등장하는 날로, 귀신의 음기가 가득하여 기온이 떨어진다는 설이 강력하다.

우스갯거리에 지나지 않는 미신이지만 농담으로 여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수능과 교육열이 한국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능 날 고사장 대문이나 절, 성당에서 간절하게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부모를 보기는 어렵지 않다.

 

올해 수학능력시험은 11월 18일이다. 수능 날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도 이착륙시키지 않고,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도 조절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수능, 대입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능시험이란 3년 동안 준비해 온 공부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수능을 거쳐 갔지만 당장 시험을 눈앞에 둔 수능생 당사자의 부담은 추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능생뿐 아니라 부모도 극도로 긴장하게 된다.

이번 수능 날은 조금이라도 따뜻한 날이길 바라본다. 수능 한파는 어쩌지 못하겠지만 응원과 더불어 정신의학 관점에서 수능생에게 도움 될 수 있을 만한 사항을 정리했다. 수능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공부를 대신해 줄 수도, 스트레스를 대신 받을 수도 없이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기간,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몇 가지 유의사항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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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갑자기 생활패턴 바꾸지 말기

막연한 불안감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은 기간 학습량을 늘려보겠다고 갑자기 밤새워 공부하거나, 안 먹던 보약을 먹는 등의 갑작스런 변화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는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가져오지만 신체 순환의 균형을 깨드리거나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긴장을 많이 하게 되는 수능 시험의 특성상 익숙한 환경과 상황일 때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2. 시험 시간에 맞춰서 생활하기

시험 당일의 동선을 고려하여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맞추고, 시험 시간표에 맞춰 공부와 식사를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8시 10분의 입실 완료 시간을 생각하면 최소 자정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뇌는 잠에서 깨어나고 2시간이 지난 뒤에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3. 긴장감 이완시키기

수능 보기 마지막 며칠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긴장될 것이다. 지나친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한 기분은 기억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시험을 앞두면 불안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긴장을 이완시킬 필요가 있다.

쉬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지고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가벼운 스트레칭,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비트가 빠르지 않은 음악 듣기. 천천히 복식 호흡하기 등이 도움 될 것이다.

 

4. 수능 한파 대비하기

수능이 있는 11월 중순이면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곤 한다. 따라서 급격한 기온 변화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가습에 신경 쓰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자.

 

5. 수능 부담 줄이기

수능으로 스트레스성 신체적 증상을 겪을 수도 있다, 소화 장애, 변비, 두통 등. 가족들이 수능생의 압박감과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것도 이런 스트레스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부담은 긴장을 유발하니 부담을 줄 수 있는 말을 되도록 삼가고, 수능이 아니라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는 편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은 인생에서 벌어지는 큰 사건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인생 전부는 아니다.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은 물론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성인을 앞둔 시기에 수능이라는 큰 압박감을 견뎌낸다는 것 자체로 대견한 일이다. 우리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긴장을 다스리며, 자신을 달래고 다독일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책임지고 홀로 싸우는 경험은 큰 의미를 지닌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수능 시험을 치르게 될 모든 수험생에게 응원을 보낸다. 수능생 자녀를 두고 긴장하고 있는 부모라면, 위의 유의사항을 쪽지에 적어 전해보면 어떨까? 애정 담긴 글씨는 부담스럽지 않게 응원의 메시지와 힘을 전달하는 데 적당하니 말이다. 2019년, 2020년 대통령이 수능생들에게 보낸 편지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 있게 침착하게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았습니다.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예년과 다르게 12월에 시험을 치릅니다.

수능 준비만으로도 힘든데

코로나 상황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어

더 힘들고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따뜻한 목도리를 둘러주고 싶습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가서 힘이 됩니다.

안아주고 품어준 부모님들

가르치고 다독여준 선생님들의 마음을

여러분 마음에 꼭 담아주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미 반짝이는 존재이며

더욱 빛나는 날들이 함께할 것입니다.

쌓아 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자신의 꿈을 활짝 피우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들었지 수고했어

 

수능을 앞둔 수험생 여러분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주길 바랍니다.

나무는 크게 자라기까지

따듯한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하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숱한 비바람을 견뎌내야 합니다.

수험생을 묵묵히 지켜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리며,

하루하루를 꿋꿋하게 이겨낸

수험생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내일은 여러분의 날입니다.

최선을 다한 만큼

반드시 꿈은 이뤄질 것입니다.

편안하게 잘 치러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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