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프로이트는 우울증이란 곧 '상실'에 대한 반응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큰 스트레스 사건, 트라우마를 겪은 뒤에 발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일들을 겪는다고 해서 누구나 우울증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다양한 삶의 질곡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상실 앞에서 무너져 내리지만, 누군가는 신기할 정도로 잘 이겨내며 꿋꿋이 살아가기도 한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사람마다 다르다.

왜 누군가는 강한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연약한 것일까. 만약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고 한다면, 유전자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회복탄력성을 알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의학협회지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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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에서는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약 18년간 미국에서 50세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각종 건강, 정신건강, 유전정보 등을 모아 온 코호트 정보를 분석했다. 분석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우울증 관련 지표들이 기록된 약 2000여 명의 성인들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사별이나 이혼, 실직, 혹은 심근경색이나 암 같은 질병 등의 트라우마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그들의 우울증 증상 관련 지표를 분석해 스트레스 사건 이후의 반응에 따라 대상을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회복 탄력 그룹-즉, 곧 감정을 추스르고 좋아져서 일상을 회복한 사람들이었고 두 번 째는 우울증에 걸렸지만 회복할 수 있었던 사람들, 세 번째는 자살시도와 같은 응급한 우울증상을 보였던 사람들이었으며 마지막 네 번째는 호전을 보이지 못하고 만성적인 우울 증상을 보이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연구진들은 딥러닝을 이용하여 해당 대상자들의 유전정보를 분석했다. 우울증상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몇 가지 유전인자를 입력한 딥러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대상자들의 21개의 건강 관련 유전정보(Polygenic score)를 분석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상자들이 스트레스에 어떤 우울 반응을 보일지, 딥러닝 시스템이 직접 대상자들을 유전정보에 따라 4그룹으로 분류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유전정보만을 보고 분류된 형태는 실제로 약 20년간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상자들이 보이는 우울 반응에 따라 분류한 그룹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했다. 특히나 트라우마 이후에 우울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만성적인 증상을 보였던 그룹에서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딥러닝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해당 대상자들의 어떤 유전정보가 어떻게 연관되어서 그런 우울 반응 경과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유전정보만을 분석해서 그 사람이 향후 큰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때에 우울증에 걸리게 될지, 우울증에서의 회복탄력성이 얼마나 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유전정보를 통해 회복탄력성의 '체질'을 파악할 수 있는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 보인다. 유전적 체질이 좀 더 연약한 사람에게는 좀 더 집중적인 치료와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말이다.

 

출처:


Katharina Schultebraucks, Discriminating Heterogeneous Trajectories of Resilience and Depression After Major Life Stressors Using Polygenic Scores, JAMA Psychiatry 2021 Jul 1;78(7):744-752.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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