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살 성인이 되어 비로소 얻게 되는 권리 중 하나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권리'이다. 매년 1월 1일이면 갓 20살이 되는 청년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맥주나 소주를 계산대에 내려놓고 신분증을 들이미는 일종의 의례를 치른다.

하지만 막상 당당하게 마셔보는 술의 맛이 생각처럼 감미롭지만은 않다. 맥주는 쓰고 소주는 역하다. 어른들이 이런 것을 도대체 왜 먹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진절머리를 치며 술잔을 내려놓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개중에 누군가는 처음 가지는 술자리에서부터 진탕 술을 마셔버리기도 한다. 주량을 모르는 20살의 객기도 있겠지만, 술이 술을 부르듯 그 맛없는 술을 잘도 마시곤 한다. 그러고 보면 처음 술을 마실 때의 반응은 분명하게 둘로 갈린다. 고개를 저으며 잔을 옆으로 밀치는 친구와, '맛있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눈빛을 빛내며 다음 잔을 채우는 친구.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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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신의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이러한 처음 음주의 반응이 향후 알코올 중독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연구진들은 190명의 젊은 성인 대상자들에게 몸무게 kg 당 0.8g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한 뒤, 나타내는 반응들을 관찰했다.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기분이나 생각 등을 물어보고 기록했다. 그리고, 같은 대상자들에게 같은 실험을 5년 뒤, 10년 뒤에도 각각 반복하였다. 실험을 반복하며 방문하는 사이, 알코올 이용 패턴과 알코올 사용장애 등의 여부 등도 함께 확인하였다. 

실험 결과, 10년 뒤 참가자들 중 21%가 알코올 사용장애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의 반응에서 더 많이 자극되었던 참가자들, 술에 취하는 느낌을 좋아하면서 더 많은 술을 원한다고 보고했던 참가자들일 수록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행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알코올 사용장애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10년 동안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 섭취 이후의 주관적으로 느끼는 자극이 더욱 강렬해졌다. 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술을 더 찾는 모습이 10년이 지나며 점점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며 알코올 섭취에 대한 자극이 더욱 강렬해질수록 알코올 중독의 위험과 증상이 심해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술에 취할 때의 주관적 반응의 변화를 관찰하여 알코올 사용장애를 선별적으로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어린아이들이 실수로 알코올을 입에 넣었을 때에는 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뱉어버리거나 토하는 것처럼 알코올의 맛은 어쩌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알코올을 담고 있는 술-와인이나 맥주, 막걸리 등이 부가적으로 가진 향과 맛은 별개로 알코올 자체의 맛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인들이 술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알코올이 뇌에 작용하는 그 묘한 느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묘한 느낌에 대한 반응은 분명 호/불호로 극명하게 갈라진다. 그 느낌, 취하는 느낌, 알코올이 뇌에 다가가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알코올 중독의 위험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그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술이 맛있을수록, 술이 술을 더 찾을수록, 그리고 그러한 반응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강해질수록 중독을 향한 위험한 길이 열리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출처:


Andrea King, Subjective Responses to Alcohol in the Development and Maintenance of Alcohol Use Disorder, Am J Psychiatry. 2021 Jun;178(6):560-571.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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