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진심 (2)

[정신의학신문 :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_ 부러움 vs. 질투

영화 <질투는 나의 힘>(2003)의 포스터는 대놓고 ‘질투’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나도 잘해요…….”

영화에서 박해일은 유부남(문성근 분)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배종옥의 고백을 듣고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매달린다. ‘적을 알아야 이긴다’는 생각에서인지 문성근이 편집장으로 있는 잡지사에 취직해 그의 비서 역할을 자청하면서 그와 가까워지고 결국 신임과 총애를 얻는다. 하지만 문성근을 알아갈수록 자신이 배종옥의 사랑을 얻기는 어렵겠다는 절망감에 점점 빠지게 된다.

 

“부러움과 질투, 둘이 같은 거 아닌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움envy과 질투 jealousy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르다.

정신분석학자인 멜라니 클라인 Melanie Klein은 ‘부러움’을 유아의 파괴 충동으로 이해했다. 부러움의 대상을 파괴하고 그 대상이 가진 소유물을 자신이 차지하려는 욕망이 들어간 감정으로 해석했다. 다분히 미숙하고 원초적인 감정인 셈이다.

부러움은 엄마-아이 관계로 대표되는 2자 관계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눈으로 보기에 세상 모든 걸 소유하고 완벽해 보이는 엄마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부러움에는 대 개 열등감, 적대감, 분노, 억울함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동반된다.

 

반면 질투는 3자 관계(삼각관계)에서 비롯되며 자신에게 소중한 대상을 소유하거나 지키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을 가진 감정이다. 여기서 질투의 대상 — 소중한 대상 — 은 온전하게 존재하며 파괴될 위험이 없다.

질투는 경쟁을 유발하면서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경쟁자보다 더 유능하고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질투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박해일 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물론 속을 들여다보면 건강한 질투의 감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부러움이 질투보다 미성숙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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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남을 부러워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나 있기에 부러움은 한도 끝도 없다. 불행의 시작인 셈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은 부럽다는 감정을 사람들이 은연중에 경계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내가 가져야 할 것을 타인이 가진 것을 보며 느끼는 고통이 부러움이라고 정의했다. 영국의 사상가인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은 저서 《행복의 정복 Conquest of Happiness》에서 인간의 본성 중 부러움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감정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타인에게 불행과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 부러움을 어떻게 하면 건강한 감정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교정하는 데 사용하는 인지 접근을 부러움의 교정에도 사용할 수 있다. 전문 용어로는 ‘인지 재구성 cognitive restructuring’이라고 한다.

먼저 나의 장점과 내가 소유하고 있는 좋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누구든 남에게 없는 자신만의 장점과 강점이 있고, 누가 뭐라 하든 자신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소유물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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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 아이들과 사이가 좋고 가족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보다 연구비가 많고 영향력 지수 impact factor가 높은 논문을 쓰고 베스트셀러를 내는 사람들을 가끔은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나의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안식처이자 행복의 근원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추구하는 삶을 비판하는 시선도 있음을 알지만 적어도 부러움으로 인한 불행과 고통에 지배받지 않기 위한 ‘소확행’은 적극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이 행복하려면 타인에 대한 존경을 키우고 부러움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부러움을 건강한 감정으로 유지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바로 타인에 대한 부러움을 ‘존경’으로 바꾸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와 인연을 맺은 선생님과 멘토, 동료, 후배들에게는 부러워할 것이 항상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스승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좋은 점들을 동경하고 연구하며 닮으려고 노력해왔다.

내게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는 언제나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욕심을 부려왔다. 다만 부러움이라는 자칫 부정적일 수 있는 감정을 동경으로, 존경으로 바꾸려 노력했기에 지금의 ‘나’로서 평가를 받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_ <<밥보다 진심>> 중 ‘소확행을 지지하는 이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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