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NS가 최근 십 년간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유명 SNS들의 앞글자를 따서 카.페.인 우울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셀러브리티,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사람들이 멋진 휴양지, 고급차를 배경으로 비싼 옷과 잘 가꾼 외모를 뽐내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합니다. 그들이 올린 사진은 광고에서나 보던 멋진 모습들이 마치 옆집 거실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친구들이 올린 해외여행이나 비싼 음식 사진에도 댓글과 좋아요가 많이 달리면 더 눈이 갑니다. 합격증과 같은 성취의 결과물을 공유해서 칭찬과 격려를 받고 있으면 축하해주면서도 혹시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초조해집니다. 

영화나 광고의 멋진 장면과 달리 ‘멋진 일상’은 나의 상황과 쉽게 비교가 됩니다. 나와 가깝다고 느낄 때 비교의 악영향은 더 커집니다. 우리는 먼 타국의 엄청난 부자보다 내가 아는 사람이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으로 조금 큰돈을 벌었을 때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별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게도 응당 주어졌어야 할 보상인데 나만 제외된 것 같이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상대적 박탈감이라고도 합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SNS는 기존의 미디어와 달리 우리 주변의 가까운 것들을 보여줍니다. 영화배우나 모델이 잡지, 영화, TV에 등장할 때 우리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립니다. 특별한 외모를 가진 사람을 골라 분장, 조명, 편집으로 최상의 상태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SNS에는 연예인이 아닌, 나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일상처럼 보이는 모습’을 공유합니다. 심지어 일부는 이를 통해 유명해지고 부자가 됩니다. 그 부를 자랑하며 더 관심을 받고 영향력이 더 커집니다. 작게는 원래 인기 있었던 학교 친구가 예쁜 외모나 친구들과의 즐거운 모습을 자랑하고 더 인기가 많아집니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봅시다. 사진이 등장하기 전에는 각 동네를 대표하는 미남, 미녀는 있더라도 전국에서 누가 제일 외모가 뛰어난지 비교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오똑한 콧날, 백옥 같은 피부라는 표현을 들어도 눈앞에 생생히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여행이나 음식에 대한 묘사를 말로 들으면 멋지고 맛날 것 같기는 하지만 생생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멋진 모습들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이것이 내 이웃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옆의 친구가 다녀온 비싼 해외여행 사진을 친구 집의 앨범을 열어보지 않아도 눈앞에서 생생히 보게 됩니다. 그중에서 가장 멋진 것으로요.

어쩌면 SNS가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이라 TV를 볼 때처럼 익숙하게 ‘편집된 화면’이라는 생각을 못할지도 모릅니다. 일상처럼 보이지만 이것 또한 편집이 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편집은 허구를 만들어냅니다. ‘엄마 친구 아들’은 똑똑하고, 잘 생기고, 능력도 좋고, 부지런하며, 돈도 잘 벌어, 그 돈을 다 엄마한테 드리고, 집안일도 잘 돕고, 연애도 잘합니다. 이 엄친아는 아마도 여러 사람이나 상상과 함께 편집이 된 인물일 것입니다. 이 정도면 TV에 나올 법한 대단한 인물일 텐데 마치 흔한 동네 사람처럼 묘사되어 나와 비교하며 질책할 때 쓰입니다.

 

가깝게 느껴져 비교하게 된다면 건강하게 비교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름다운 외모, 근육질의 몸, 비싼 물건, 화려한 휴가, 맛있는 음식, 깔끔한 집과 여유로운 시간을 모두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엄친아’처럼 말이죠. 대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며 비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것들을 포기하더라도 저 부분만은 갖고 싶다는 욕구를 발견하는데 쓰일 수 있습니다. 편집된 장면 뒤에 있을 그 사람도 감수했을 어려움도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죠. 근육질 몸매가 부럽다면 운동하며 흘렸을 땀과 시간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왕 비교를 한 김에 운이 좋아 더 가지게 된 사람과도 비교하고, 반대로 덜 가진 사람하고 비교를 해봐도 좋습니다. 불쌍한 사람과 비교해서 자기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운이 없는 것이지만 나에게 애정을 주는 가족이 있다면 정서적인 면에서는 운이 좋은 것이죠. 운이 없었지만 꼭 가지고 싶다면 비교를 통해 열정을 품어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이라면 포기를 배울 수도 있어야겠죠. 유럽 왕궁의 왕자로 태어나는 것 같은 경우 말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포기할 것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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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꼭 정신건강에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 누군가와 연결되어 외로움을 덜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 장점을 잘 살리고 있지 못하다면 잠시 멀리할 수도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파티에 초대되어 즐길 수 있다면 내게 좋은 일이지만, 몸이 아파서 만남을 즐길 수 없는 상태라면 굳이 참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은 같은 시간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아무리 비싼 음식이라도 점심을 두 번 먹는다고 두 배 즐겁진 않을 것입니다. 또 불편한 사람과 먹은 값비싼 음식이 사진에는 멋지더라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눈 허름한 음식이 더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인지 나의 개성을 잘 알 수 있다면 SNS를 통해 내 욕망을 자극하는 것으로부터 의욕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보기에는 멋지지만 나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스스로 비교하는 고통을 덜 느낄 수도 있습니다.     

 

<본 칼럼은 부산은행 사외보 2021년 8월호에 ‘SNS 우울 - 스스로 ‘엄친아’와 비교당하는 고통’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저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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