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에는 감정, 인지기능, 대인관계뿐 아니라 잘 자고 깨는 것, 즉 뇌의 에너지 관리가 중요합니다. 불면증은 워낙 흔해서 정신과에 지독한 편견을 가진 사람도 불면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입니다. 잠이 망가지면 집중력 장애, 우울, 불안도 따라옵니다. 조현병, 조울증과 같은 중증 질환에서는 불면이 재발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치의는 환자의 잠을 주의 깊게 확인합니다. 최근에는 자면서 뇌에서 치매 물질을 씻어낸다는 사실까지 밝혀졌습니다. 잠은 단순히 신체의 스위치가 꺼진 시간이 아니라 뇌와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잠이 들면 뇌파가 느려지며 깊은 잠에 들었다가 다시 얕은 잠으로 돌아오는 1시간 반에서 2시간의 주기를 반복합니다. 심박과 호흡도 느려집니다. 얕은 잠 때는 특이하게 눈 움직임이 빨라지고 심박과 호흡수도 증가하고 꿈을 많이 꾸는 시기인 REM 수면이 있습니다. 주기를 반복할수록 깊은 잠은 줄어들고 얕은 잠이 늘다가 일어나게 됩니다. 성인은 7~8시간의 수면이, 초등학생은 9~11시간이 권장됩니다. 노인이 되면 수면이 1~2시간 정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유전적으로 더 짧거나 길게 자는 것이 맞는 사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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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는 잠이 부족한 나라로 유명합니다. 네 시간만 자고 공부해야 시험에 합격한다며 4당5락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암기 시험 전 하루 정도가 아니라 매일 이렇게 한다면 잘 자고 집중해서 공부한 것보다 효율이 나빠집니다. 특히 요즘은 단순 암기가 아니라 통합적 사고에 더 비중을 두니까요. 스마트폰까지 유혹하니 잠은 더 쉽게 희생당합니다.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성장과 회복을 촉진합니다. 잘 자야 키도 근육도 성장합니다. 뇌에서는 기억들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조직하고 불필요한 기억들을 지웁니다. 잠이 부족하면 몸도 피로해지고 짜증도 늘고 집중도 안 됩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태에서 사회생활도 잘 될 수가 없습니다. 하룻밤을 샌 상태로 운전을 하면 조작 실수의 수준이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자보다 심해집니다.

할 일이 많다며 못 자고, 그 결과로 일을 더 못 해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체가 갖는 24시간 리듬을 이해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생체시계는 2017년 노벨상의 주인공입니다. 뇌를 포함한 신체는 이 리듬에 따라 변화합니다. 자고 깨는 것 외에도 밤에 체온이 떨어지는 등 리듬에 따른 변화가 생깁니다. 열대야가 잠을 방해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밤낮에 따라 각각의 호르몬들이 방출됩니다. 유전자 수준에서 조절되는 매우 정교한 시계입니다.

그런데 이 시계는 튼튼하지 못해서 자주 조정해줘야 합니다. 가장 강한 조절은 빛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온도, 식사, 출근, 낮의 소음 등도 영향을 줍니다. 기온이 오르고 밝아지면서 깨어나 활동을 하고, 어둡고 서늘하고 조용해지면서 잠이 듭니다. 일찍 깨는 사람은 아침형 인간이고, 늦게까지 활동하는 사람은 저녁형입니다. 한 사람 안에서도 아이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다 청소년기가 되면 늦게까지 활동하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 생기기 쉽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 등의 인공적인 자극이 들어오면 더 늦어져 밤낮이 바뀌어 수면주기가 망가집니다. 반대로 나이가 들면 초저녁 잠이 늘고 일찍 깨게 됩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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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리듬이 자주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토, 일요일에 점심에 일어나고는 월요일 일찍 출근하려면 월요병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시차가 큰 지역에서 방금 도착한 것처럼 몸이 피곤해지니까요. 깜깜한 밤에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를 눈에 쪼이고 있다면 뇌에게 낮이니 각성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빛 자극뿐 아니라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강한 감정적 자극을 준다면 평온하게 잠들기는 어려워집니다.

 

생체 시계를 생각하며 주말, 주중 언제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기계처럼 스위치가 있는 것이 아니니 벌떡 일어나 지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씩 움직이며 몸을 깨웁니다. 낮에는 활력을 내도록 집중합니다. 카페인은 각성효과가 긴 편이니 밤잠에 영향이 없도록 시간을 조절합니다. 강한 운동도 밤 시간을 피하고 밤에는 스트레칭 등의 이완을 합니다. 신경 써서 해야 할 일들은 미리 마무리합니다. 무거운 야식은 피하고 너무 배가 고프면 소량의 유제품으로 허기를 달랩니다. 쾌적한 온습도를 맞추고 반신욕이나 샤워로 체온을 기분 좋게 떨어뜨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내일을 준비하는 가벼운 상상을 하며 눕습니다.

중간에 깨더라도 멍 때리기, 조용한 음악 등의 가벼운 휴식을 취하고 졸리면 다시 잡니다. 아침과 낮에는 나를 깨우고, 밤에는 내게 휴식을 주면 이 리듬은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본 칼럼은 경상일보 2021년 8월 13일 19면 ‘[정두영의 마음건강(18)] 잘 자야 공부도 운동도 대인관계도 잘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저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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