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런던과 서울의 공원

런던에서 머물 때, 번잡한 도심에서 여기저기로 걷고, 먹고, 즐기다 어느 날 불안장애가 불현듯 심한 날이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게 불안장애인 것조차도 몰랐고, 어디든 급하게 숨을 곳이 필요했다. 그때 하이드 파크Hyde park로 숨어들었다. 손이 떨리고 동공이 주체 없이 불안함에 떨렸다. 식은땀이 흐르고, 온도 조절이 어려웠다. 우선 공원 안으로 도망쳐 들어서자, 바깥 도로의 소음이 신기할 정도로 들리지 않았다. 차분히 걸어 가장 가까운 벤치를 찾아 앉을 때까지 수많은 나무들과 풀과 고요함이 존재했다. 그 당시의 고요함은 순식간에 내게 안정을 찾아주었다. 

 

 

 

런던에서 매력 있는 공간은 햄스테드 히스Hampstead heath이다. 런던 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3.2km로 여의도를 훌쩍 넘는 면적이다. 런던 북부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최근에 햄스테드 히스 익스텐션Hampstead heath extension(면적 확장)이 이루어져 최근 범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햄스테드 히스Hampstead heath에 히스Heath 라는 말이 따라붙는 곳인 만큼 황야에 가깝다. 이곳은 거친 잡초와 야생화들이 가득하다. 꾸며진 길과 나란한 나무들이 있지 않다. 물론 일부 뷰포인트Viewpoint에는 너른 잔디밭에서 발아래 도심을 바라볼 수 있게 조성해놓기도 했다. 그게 전부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다가오면 그 잔디밭도 을씨년스럽게 변해버린다. 나에게 햄스테드 히스란, 광활한 장소, 어디로 들어갔다가 어디로 나오기로 계획해도 영 엉뚱한 곳으로 나와지는 ‘미지의 장소’쯤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적당한’ 간섭으로 이루어진 공원을 맛보았다면 이제는 영국 왕실이 작정하고 만든 공원을 구경할 차례다. 바로 큐가든Royal botanic gardens, Kew이다. 전 세계에서 수집하거나 기증받은 식물들을 알맞은 환경에서 키워낸다. 런던과 환경이 전혀 다른 기후의 식물들은 온실을 조성해 유지한다. 열대기후의 식물을 본격적으로 기르기 위한 온실이 존재하는가 하면, 사막에서 열대기후로 넘어가는 온실도 존재한다. 1500종의 개별 식물로는 만개의 다양한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고 있는 커다란 온실도 유지하고 있다. 식물 종자의 미래를 담당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큐가든은 영국 왕실, 더 넘어 영국인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은 우여곡절이 많은 도시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황량함을 느끼거나, 이전의 나처럼, 불안감을 느낀다면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숨어들 공원이 어디에 있을까. 한국은 절대적으로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산지가 발달했고, 평지대의 공원은 요즘에야 조금씩 조성되고 있다. 물론 서울 내에 산이 여럿 있다는 점은 이로운 점이 많다. 다만, 일상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접근할 수 없는 대상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맹점이 있다. 어린이라든가, 거의 모든 장애인이라든가, 체력이 약한 어른이라든가, 노인도 마찬가지다. 

서서히 조성된 공원의 수는 보라매공원, 서울숲, 길동 생태공원, 천호공원, 시민의 숲, 응봉공원, 율현 공원, 남산공원, 낙산공원, 용산가족공원, 북서울 꿈의 숲, 서울창포원, 중랑 캠핑숲, 간데메공원, 경춘선 숲길, 월드컵공원, 서서울 호수공원, 여의도공원, 선유도공원, 푸른 수목원, 경의선 숲길, 문화 비축기지, 서울 어린이대공원, 서울식물원, 서울로 7017 등으로 25가지 정도가 대표적이다. 

 

이외 내가 소개하고 싶은 숲은 ‘삼청공원’이다. 어린이도 접근하기 쉬운 아담한 공원인데, ‘유아 숲 체험장’, ‘삼청공원 숲 속 도서관(어린이들 전용)’이 설치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걷기에 딱 알맞은 크기다. 강아지 출입도 제한하지 않아서, 종종 강아지와 산책을 가기도 한다. 나같이 걷기 싫어하는 성인도, 한 바퀴 돌면 성취감이 들곤 한다. 기운이 있는 성인이라면 간단한 운동복을 입고 와룡공원 코스로 오르고,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이때 경치를 정말 근사하다. 낮에도, 밤에도 아주 근사하다. 후에 서울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 성북동을 통해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공원은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가보고 싶은 공원이다. ‘용산가족공원’ 이곳은 0.0759 km2면적의 공원 부지가 조성되었다. 얼핏 위의 숫자들을 보다 0.07이 매우 작아 보일 수 있다. 서울 한 중앙에, 두 개의 박물관을 품은 넓은 대지를 그대로 공원으로 개방한다는 결정은 꽤나 큰 결단이었겠다는 추측 해본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이후에는 미군이 점령하던 부지인데, 미군이 최근 부지를 이전하면서 공원으로 조성해 일반에 개방하게 되었다. 

맛있는 것이 보이면 좋아하는 사람들 먹여주고 싶듯이, 좋은 경치를 보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그곳에서의 휴식, 위로, 감탄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이 장소로 모두 데려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내 나라가 분발해 줬으면, 하고 속이 탈뿐이다.

 

* 매주 2회 수, 금요일 글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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