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공황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요! 안 죽는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래요!”

공황 때문에 죽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공포를 줄여주지 않는다고 대부분 말씀하시죠. 왜냐하면 정확하게 알고 계시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다에 빠졌을 때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헤엄치거나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물 위에 눕듯이 가만히 떠 있는 것이 체력소모가 적기 때문에 오랜 시간 버티기에 좋은 방법이죠. 그런데 막상 바다에서 이 자세를 설명해주고 시켜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머리의 무게와 신체구조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숨을 쉬는데 필요한 신체는 머리 전체가 아니라 코와 입뿐이며, 이 부분만 물 밖으로 내보내면 살 수 있습니다. 누운 자세에서 뒤통수부터 정수리까지 가끔은 눈까지를 물속에 넣어야 숨을 쉬는 코와 입이 해수면에 떠오릅니다.

공황으로 죽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아는 것이 공황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불안을 줄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결국 누군가 구조해줘야 하는 바다에 빠진 사람과 상황이 비슷하죠.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숨 막힘. 그리고 심장 마비.

만약 공황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 것 같냐는 질문에 대부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먼저 숨 막힘은 기도가 좁아져 숨을 쉴 수 없게 될 것이고, 공기가 공급이 안 되니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고 믿고 계시죠.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도가 부드러운, 곱창 같은 장기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깁니다. 또 ‘목이 졸리면 숨이 막혀 죽는다.’는 잘못된 말도 이런 오해를 더 크게 만들죠.

기도는 세탁기 배수관 같은 장기입니다. 생긴 모양도, 강도도 비슷하죠. 그래서 심리적인 이유로 변형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흥분하면 피부가 붉게 변하고 눈이 충혈될 수는 있습니다. 그런 변화는 피부와 눈이 부드러운 조직이라 가능한 것입니다. 목이 졸려도 기도는 막히지 않습니다. 기도 옆에 있는 동맥이 눌려 머리에 피 공급이 막히고, 그로 인해 의식을 잃고 사망하게 됩니다.

 

심장마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황을 겪으며 심장이 빠르게 뛰는데,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다가 심장 마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며 두려워하시죠. 심장에 문제가 없는 분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합니다.

먼저 심장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함께 존재합니다. 강도를 만나는 등 싸움이나 도망이 필요한 상황에는 교감신경이 작동해서 심장을 빨리 뛰게 합니다. 교감신경이 너무 많이 작동한 경우, 부교감신경이 서서히 작동해서 심장을 다시 천천히 뛰게 만들어 주죠.

이런 신체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한 작동 체계는 심장뿐 아니라 근육에도 있습니다. 팔을 구부릴 때도, 이두박근은 수축을 하지만 팔 뒷면에 있는 삼두박근은 늘어나죠. 만약 두 근육 모두 동시에 수축을 한다면 팔은 바로 펴져서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고, 망가지게 되겠죠.

 

죽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니까요. 그러니 공황을 겪고 있다면, 내 몸처럼 내 정신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내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시작은 기록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늘 부정확합니다. 좋은 것만 기억하거나, 반대로 나쁜 것을 더 충격적으로 기억하죠.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 0~10점 중 몇 점 정도의 불안이 예상됐는지, 실제로 몇 점의 불안이 생겼는지, 공황과는 몇 퍼센트 정도 비슷한지 등을 기록해 보세요. 분명히 자신만의 원인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다음은 각자의 삶에서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면 됩니다. 그러니 반드시 기록하세요. 그리고 자신의 느낌보다는, 기록을 믿으세요.

 

 

*  *  *

 

정신의학신문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상담 비용 50% 지원 및 검사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