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최근 게임스탑이란 주식에 대한 관심도와 열기가 테슬라나 비트코인을 넘어섰습니다. 여러 매체의 뉴스와 인터넷에서 이 종목의 위험도를 숱하게 경고했지만, 개미들은 오히려 이러한 기사를 보고 뒤늦게 뛰어듭니다.

게임스탑(Game Stop)은 미국의 오래된 오프라인 비디오업체 체인입니다. 게임기 시장이 활발했던,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성기를 달렸지만 최근엔 누가 DVD를 대여하거나 게임기를 사겠습니까. PC와 스마트폰이 게임시장을 장악했는데 말이죠.

 

사진_Gamedaily.biz
사진_Gamedaily.biz

 

이렇게 서서히 망해가던 게임스탑은 최근 온라인 판매 방식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한다는 소식과 함께. 2021년 1월 11일 19달러였던 주가가 13일 31달러로 이틀 만에 57% 급등합니다. 이러한 급등세를 보고 월스트리트의 헤지 펀드 업체들이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를 시작합니다.

공매도란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파는 것을 말합니다. 즉 내가 가진 주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먼저 행사하는 거죠. 실제로 없는 주식을 먼저 팔고 나서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을 구해서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되는 것으로, 권리를 먼저 팔고 실제 주식으로 나중에 갚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매도는 사실 개미들의 천적으로 수많은 개미들이 공매도에 피눈물을 흘리며 한강으로 갔습니다. 한창 시끄러웠던 2020년 8월 신라젠 주식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투자회사 A는 2020년 8월 5일, 신라젠이 곧 폭락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주당 21000원에 100만주를 미리 매도주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3일 후인 8월 8일 예상대로 주가가 14,000원까지 떨어집니다. A회사는 14,000원에 주식을 사서 결제해 주고 주당 7,000원, 총 7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단기간에 아주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공매도인데 문제는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낼 수 있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공매도 세력은 실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또 3일 안에 매도한 만큼의 주식을 확보하지 못해 결제일에 주식을 입고하지 못하면 결제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지요.

이를 막기 위해서 공매도에 투자한 세력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폭락시킵니다. 이들은 무척 조직적이고 준비한 자본금의 단위가 최소 수천억에 달하기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이 제아무리 힘을 모아 저가 매수에 나서도 절대 주가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즉 세력이 공매도를 치기로 마음먹은 주식은 한동안은 절대 반등하지 못합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속절없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이렇듯 많은 개미들이 공매도세력과 헤지펀드사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는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개미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던 중 지난 1월 19일 월가를 대표하는 헤지 펀드 중 하나인 시트론 리서치의 대표가 자신의 SNS에 ‘게임스탑 주식을 사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며 개미들의 희망에 찬물을 얹고 우롱하기까지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미국의 주식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습니다. 가뜩이나 맺힌 게 많았던 이들의 자존심과 감정의 역린을 건드리자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매수공세에 나섰습니다.

개미 vs 헤지 펀드의 전쟁, 뻔해 보였던 이 싸움은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개미들은 예전과 달라져있었습니다. SNS로 정보를 공유하고, 금융지식으로 무장한 채 조직적으로 싸움에 임했습니다. 

공매도 물량이 수십조원에 달했지만 매수세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1월 21일부터 1월 27일까지의 5일간의 거래대금은 871억달러로 약 100조원입니다. 단 5일 만에요. 1월 27일 게임스톱의 주가는 장중 500달러까지 폭등했고, 멜빈 캐피탈은 72억 달러(8조원)의 손해를 보면서 파산위기에 몰렸습니다. 

미국의 주식커뮤니티들은 난리가 났고 역사적인 혁명을 자축하며 개미들은 승리를 만끽했습니다. 문제는 1월 28일부터였습니다. 영리한 일부 개미들은 이 승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을 직감했고 이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공매도 세력이 절대로 만만치 않다는 것, 곧 거대한 역습과 폭락이 오리란 걸 짐작하고 있었지요.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근데 하필이면 대한민국의 투자자, 동학개미들은 이쯤에서부터 매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스탑이 어떤 주식인지, 왜 올랐는지도 모르는 채, '제2의 테슬라다', '돈 복사기다'라는 유혹에 이끌려 수천만원의 돈을 넣었습니다.

1월 28일 게임스탑 주식은 하루 만에 44%가 폭락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 미국주식은 30% 상한가, 하한가 안전장치가 없구나. 1월 29일 게임스탑 주식은 68% 폭등합니다. 패닉셀링과 상한가 따라잡기, 생전 듣도보도 못한 롤러코스터 차트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조울증에 걸릴 것 같습니다. 숫자들이 하도 빨리 바뀌어서 눈이 아프고 멀미가 납니다. 머릿속엔 생생한 도파민이 넘쳐서 잠이 전혀 오지 않습니다.

2월 1일 다시 30% 폭락, 2월 2일 게임스탑 가격은 마침내 90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고점대비 82% 떨어진 것입니다. 단 4거래일 만에 말이지요. 종목토론방, 커뮤니티에서는 게임스탑을 ‘저세상주식, 저승주식’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욕망과 광기가 한국인에게 하여금 이 주식을 매수하게 했을까요.

 

위험성과 예측 불가능함, 불면증과 우울증 등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 종목은 주식이 아니라 도박이나 마약에 가깝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마음과 태도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습니까?

재무제표와 분기 실적, 영업이익률에 기반한 투자입니까, 아니면 감성과 운, 욕망에 휘둘린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 하필이면 저 종목의 모순된 이름마저 투자자에게 울리는 엄중한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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