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9)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회복 탄력성이란?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영어 ‘resilience’를 번역한 말인데, ‘적응 유연성’이라고 번역한 분도 있습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긍정이나 희망의 요소를 발견해내는 것을 회복 탄력성이라고 합니다. 크고 작은 역경과 시련,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고사성어나 속담 중에도 회복 탄력성과 연관된 표현이 있어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나 ‘칠전팔기(七顚八起)’ 혹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표현이 유행한 일도 있습니다. 10여 년 전 출간된 김난도 교수의 책 제목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회복 탄력성이 좋으면 좋을수록 살면서 마주하는 여러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고 버텨 나갈 수 있게 되죠. 결국, 회복 탄력성은 우리가 힘든 과정에서 성장이라는 걸 도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사진_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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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된 옛날이야기도 들 수 있습니다. 슬픈 이야기로 ‘성냥팔이 소녀’입니다.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죠. 가난한 성냥팔이 소녀는 그토록 춥고 배고픈 와중에서도 계속 긍정적인 것을 머릿속으로 도출해내거든요. 성냥을 켤 때마다 그래도 행복했던 기억들, 본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추억들, 마음에 충족을 줄 수 있는 상상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본인의 할머니를 떠올리죠. 자기를 사랑했던, 자기를 항상 감싸 안아줬던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이 힘든 과정들을 버텨 나갑니다. 물론 결말은 비극이지만, 긍정적인 것들을 도출하려고 애를 쓰는 과정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회복 탄력성의 또 다른 이야기는 이순신 장군에 관한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엄청난 열세를 극복하고 장군은 한산도대첩이라는 혁혁한 공을 세워 일거에 전세를 바꿔놓습니다. 그런데도 모함에 빠져 좌천을 당하죠. 모진 고문 끝에 귀양살이하게 됩니다. 그 후 조선 수군은 왜군에게 계속 패배를 거듭합니다. 그러자 선조는 하는 수 없이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불러옵니다. 당시 남아 있는 배는 12척밖에 없었다고 하죠. 장군으로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너무 억울한 상황일 수 있지만, 위기에 빠진 나라를 위해 기적적으로 긍정을 도출해냅니다. 마침내 이순신 장군은 이 긍정의 힘으로 명량대첩을 이끌어냅니다. 내가 고난 가운데 있으면서, 힘든 가운데 있으면서, 한편으로 억울한 가운데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힘을, 긍정을, 성장을, 한편으로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의지를 끌어올리는 것, 이런 힘 자체가 바로 회복 탄력성일 수 있습니다.

회복 탄력성은 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러분에게 다 있습니다. 저에게도 당연히 있지요. 인생을 돌이켜보면 “아, 회복 탄력성이 나에게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쳤겠구나! 이렇게 극복하는데, 이렇게 성장하는데, 그리고 이렇게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됐겠구나!”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떠오르는 게 있을 겁니다. 암에 대한 경험일 수도 있고요. 실수한 일일 수도 있고, 억울한 때일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고난이라는 건 다양하니까요. 큰 고난이었을 수 있고, 작은 고난도 있을 수 있죠.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언덕과 산들이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되도록 회복 탄력성을 발휘하려 애를 써야 합니다. 애를 쓰는 과정 자체가 바로 우리가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진_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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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탄력성의 요소

회복 탄력성을 측정하기 위한 ‘코너-데이비슨 회복 탄력성 척도(Conner-Davidson Resilience Scale)’의 문항들을 보면, 내가 역경 속에서 의지적으로 긍정을 도출해내려고 애를 쓴다거나, 절망 가운데서도 기운을 의지적으로 끌어올리려는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것이 회복 탄력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게 항상 긍정적인 결과 안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든지 간에, 그게 긍정적인 결과가 보장되는 경우이든, 긍정과 부정을 알기 어려운 경우이든, 혹은 부정적 결과가 더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회복 탄력성은 작동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 안에서 내가 부정보다는 긍정의 의미를 더 찾아내려고 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의미와 소망을 잃지 않고 가져가려 하는 마음의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시선의 전환이라고 할까요? 이게 회복 탄력성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회복 탄력성을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분으로 천재 물리학자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를 들 수 있습니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일명 루게릭병을 앓았죠. 이 병은 손발 근육부터 중심 근육, 호흡 근육까지 점차 약해지며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병입니다. 완치가 불가능한 병입니다. 계속 근력은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에 대한 근력도 떨어지게 되는 병이거든요. 그런데도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의미들을 찾아내고, 내 삶에서의 의미들을 찾아내는 겁니다. 그게 쌓이면서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루게 되죠. 이건 결과가 긍정적으로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낸 긍정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느 방향을 보느냐에 따라서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고 절망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결국, 회복 탄력성을 발휘하는 데는 우리가 긍정과 부정 중 어느 방향을 바라볼 건지 그 선택이 중요하겠습니다.

 

※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암 경험자들의 사연과 고민을 보내주시면 ‘고잉 온 토크’ 영상과 글을 통해 다루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goingon.tal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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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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