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편견 시리즈[2]

[정신의학신문 : 반건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 사태가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사람들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모든 가정에서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애를 먹는다. 맞벌이 부모는 더 힘들다.

아이들은 올 한 해 거의 대부분을 온라인 학습으로 채우고 있고, 코로나 공포 때문에 집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한다. 아이들을 집 안에 잡아두기 위해 그동안 통제해 온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같은 스크린 노출시간을 늘려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스크린을 통해 아이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다.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것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BTS나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pop, 핑크퐁의 ‘아기상어’ 등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온 가족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대표적인 것은 역시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만화영화(animation movie)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 많은 디즈니사의 만화영화를 보고 자랐고, 성인이 된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디즈니사의 새 만화영화를 보았다. 디즈니사의 만화영화는 당연히 교육적이고 가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28년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소재로 한 만화영화가 처음 소개되었으나, 디즈니사의 공식 장편 만화영화의 시작은 1937년 제작된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다. 이후 1940년대에는 피노키오, 판타지아, 아기코끼리 덤보, 아기사슴 밤비 등이 발표되었다. 1950년대에 발표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팬, 잠자는 숲속의 공주, 101마리 달마시안, 정글북 등도 감동을 주었다. 최근 영화 중에도 모아나, 도리를 찾아서, 겨울왕국, 주토피아 등 귀에 익은 영화들이 많다.

이렇게 끊임없이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한 디즈니 만화영화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계기는 ‘계모’ 때문이다. 계모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선 떠오르는 게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다. 계모가 이 두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다. 계모는 단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역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백설과 신데렐라 얼굴은 잊어도 독사과를 들고 백설공주를 방문하던 매부리코 마녀계모와 유리구두를 빼앗으려는 못된 계모의 만행은 기억한다. 제작사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계모는 나쁘다’라는 편견을 심어주었다. 이들 영화가 이러한 편견 형성에 일조하였음을 주장하는 연구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디즈니 영화 내용이 비교육적, 비가족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논문도 있다. 

 

사진_픽사베이

 

필자의 최근 논문에서 디즈니 만화 속 가족 특성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모두 디즈니사의 작품이다 보니 디즈니사의 모든 작품을 검토하였다. 1937년부터 2016년 사이에 제작된 수십 편의 만화영화 중 소아청소년이 주인공인 54편의 장편만화영화를 분석하였다.

반전이 있었다. 54편의 장편 만화영화 중 계모가 주인공인 영화는 1937년작 백설공주와 1950년 발표한 신데렐라 두 편뿐이었다. 그 후에는 계모가 등장하는 영화가 없다. 나머지 52편 중 반 이상은 부모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거나 고아였고, 나머지 44%는 부모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주인공의 활약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라이온킹, 보물섬, 정글북, 아기사슴 밤비 등 소수의 영화에서는 부모 또는 돌봐주는 성인이 어린 주인공을 돕거나 위기에서 구해주지만, 결정적 문제 해결은 어린 주인공의 몫이다. 예를 들면, 겨울왕국의 경우도 부모가 죽고 자매가 나라를 구한다.

디즈니 만화영화의 가족 구성은 일단 현실 세계의 가족 구성과 다른 비정형적이다. 여기서 드는 첫 번째 의문, 부모나 어른들은 무기력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 교육적인가? 

 

어떤 영화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인가? 세사미 스트리트처럼 교육 목적을 표방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일반 오락물의 교육 효과를 기대하거나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는 오락물이므로 재미가 있어야 하기에 평범한 조부모-부모-자녀가 있는 중산층 가정을 무대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고아, 부모와 헤어짐, 신기한 동물 친구들, 정글, 바닷속, 저승세계 등 평범치 않은 인물과 배경이 등장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렇게 비정형적 가족 구성과 사회 구석구석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 속 공상, 환상, 초능력 등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여줄 수 있으므로 교육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드는 두 번째 의문, 교육적인 것은 정신 건강에 유익한가? 

 

월트 디즈니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이고, 디즈니랜드는 모든 어린이와 가족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르는 장소이다. 디즈니 만화영화들 역시 팔십 년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탄생한 걸작들이다. 그러나 전통과 역사가 항상 옳고 건강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디즈니 만화영화가 건강하지 않거나 비교육적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너무 당연해서 익숙해진 문화에 대해 한 번쯤 반대편에서 쳐다보기를 권하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재택학습이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자녀를 기르는 부모는 한두 번의 주말을 잘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몇 달간 매일매일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교육적이고 건강하고 가족적인 영화나 프로그램을 찾아내야 한다. 부모의 책임이자 권리이다. 

디즈니 만화영화에 대해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게 귀찮다면 다음과 같이 해 보기를 추천한다. 아이들이 만화영화를 볼 때 부모가 함께 보고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들어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야말로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교육적이고 가정적인 방법이다. 

 

참고문헌 

Bahn GH, Lee SY, Hong M, Lee YJ. Characteristics of caregivers in Disney animations. Psychoanalysis 2019;30(2):25-31 [English article]

 

저자:

반건호 (潘 健 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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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건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학교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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