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제가 만나는 사람은 ADHD와 우울 진단을 받고 약 복용과 심리상담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귀기 전에 자신의 병에 대해 알려주더군요. 본인의 생활도 성실히 이어가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자신을 관리하는 등 좋은 모습에 믿고 교제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굉장히 잘 대했습니다. 뭐든 항상 저를 신경 쓰고 표현하고요. 그러다 연애관의 차이로 트러블이 생기자 달라졌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비슷한 일로 또 다투면 저를 남과 비교하며 심한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바, 마치 스트레스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방어적 자세가 강해요. 자신이 기분 좋은 것, 즐거운 것만 옆에 두려고 합니다. 대처 방식이나 표현이 나이에 비해 많이 미숙하고 어리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표현하자면 보통 사람은 바늘에 찔리면 아픔을 느끼지만, 이 사람은 뭉툭한 나무젓가락으로 찔러도 아픔을 느끼는듯한? 본인이 선택해서 즐겁게 시작한 일도 조금만 잘 안 풀린다 싶으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방금 전에 둘이 상의해서 정한 사항을 바꾸고, 말도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꿉니다. 거짓말은 안 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자신이 뭔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어떤 태도로 대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방법을 모르기에 상대방에게 잘하지 못하고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오로지 상대방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위에 서술한 문제들이 드러날 땐 저도 참다가 화가 나서 한마디 하고 또 후회합니다.

그래도 마냥 우쭈쭈 해주고 네 말이 다 맞다고 해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받아주면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병이어도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다는 걸 알지만요. 

헤어지는 게 제일 빠른 해결법이겠죠. 제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작은 조언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질환들의 증상 중에 심한 피로감이 있나요? 아니면 복용하는 약에 따라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게 있는지요? 더 악화되는 원인 중 하나가 심한 피로감이 아닌가 싶어요. 쉽게 지치고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더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고 기분이 상할 때 좋게 얘기해 넘길 수 있는 것을 넘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환자 본인의 피로감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질문에 적어주신 대로, 모든 연인 문제 해결의 끝은 이별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별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길일 수도 있죠. 그런데도 연인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지금보다 좀 더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단단히 다지고 싶어 하시는 듯합니다. 그래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의견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우울증, ADHD 같은 정신질환에 대해서입니다. 팔이 다치면 눈으로 쉽게 다친 곳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팔이 다친 연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지 파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있는 연인은 아프다는 것은 알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15kg 무게의 덤벨을 팔을 다친 사람이 들 수 없다면, 우리는 두 가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원래 15kg 무게를 들던 사람이 팔이 다쳐서 들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15kg 무게를 들지 못하던 사람이 팔을 다친 것인지. 전자는 덤벨을 들 수 없는 이유가 팔의 부상, 즉 병리 때문이겠지만 후자는 덤벨을 들 수 없는 이유가 근육의 부족이라는 생리 때문입니다.

우울증을 예로 들자면, 식욕저하나 불면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 등은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인한 증상으로 병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기분 좋은 것, 즐거운 것만 곁에 두려고 하거나 약속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것은 병으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성격적 특성으로 생리로 볼 수 있죠.

물론 병리와 생리의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약속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것을 연인의 성격적 특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ADHD 특유의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으니까요.

상황이 꽤 복잡하죠.

 

이럴 때는 가장 본질적인 것에 집중을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지금 적어주신 우울증과 ADHD가 있는 연인에 대한 고민의 본질은 고민해 보니, '내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연인을 어떻게 하면 사랑할 수 있는가?'로 보이네요. 연인 관계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니까요.

관계에서 힘드셨을 만한 부분들이 글 속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연인분이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약속을 상의 없이 바꾸고, 미숙하다고 느끼시네요. 이 중에서 스트레스에 민감한 것과, 미숙한 것은 질문자 분이 도움을 주기 어려운 부분이니 넘어가겠습니다.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는 스스로의 의지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약속을 상의 없이 바꾸는 것은 그래도 질문자분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질문자 분이 함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질문자 분이 없는 곳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질문자 분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랑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죠. 또 질문자 분과의 약속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역시 사랑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당하면 그날 연락을 중단하거나, 데이트 중일 때는 그 데이트는 중단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사전에 연인에게 충분히 설명해야겠죠. 약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의 없이 바꾼 약속에 대해서는 질문자 분이 따르지 않으시는 겁니다. 물론 질문자 분이 다른 사람과 연인을 비교하거나, 약속을 임의로 바꿀 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셔야겠죠.

또는 연인의 다른 요구조건을 들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요구조건을 듣고, 같은 원칙을 적용한 뒤 연인의 변화와, 자기 자신의 변화를 관찰하고 서로에게 칭찬할 점을 찾아 칭찬하면 됩니다. 잘못한 점은 굳이 말씀하실 필요가 없어요. 그런 부분은 각자 이미 잘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요.

 

간단한 방법이지만, 서로에게 분명한 깨달음을 줄 수 있습니다. 서로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게 익숙한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며, 그 변화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 내용에 두 분 모두 동의하신다면 관계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겁니다.

그럼 힘든 길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발견하시기를 빕니다.

(피로감에 대해서는 지금 정보로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우울과 불면이 동반되어있을 수도, 술이나 카페인에 대한 문제들, 어떤 종류의 약인지 등에 따라 너무 다양한 가능성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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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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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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