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릴 적에, 어른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어른들 세상은 아주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투성이였어요. 어른이 된 후로 감정은 점점 더 메말라 가고,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완고한 나름의 틀이 생긴 것인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새 친구를 사귀는 일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별일 아닌 일에도 소심해지고, 사소한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삶의 모든 희망과 의욕을 잃어버린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전 남자 친구가 떠넘긴 빚에 쫓기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이 그녀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지쳐버린 대상은 좀 더 본질적인 것, 즉 ‘세상 모든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독백처럼 여자에게는 모든 관계와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다.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저 조용히 웃음 지으며 있는 듯 없는 듯 무력하게 살아간다. 지독한 우울을 가슴에 품고서 말이다.드라마
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희 아빠는 의처증을 앓고 계세요. 엄마 말로는 결혼 초기부터 그런 증상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자라면서는 아빠가 자녀들 앞에서는 증상을 숨기셔서 잘 몰랐습니다. 단지 술을 드시면 난폭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해서 방문을 잠그고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있고, 한 번은 아빠가 빨래 방망이로 엄마 허리를 때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엄마를 때리지는 않으세요. 지금 생각하면 술을 드시면 의심 증상이 더 심해져서 엄마를 때리신 것 같습니다.망상이 심해지면서 환청 증상이 나타나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있었던 모임에서 선배 N형의 결혼생활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임 구성원의 대다수가 미혼인 데다 결혼을 생각 중이기도 했기 때문에 질문이 적지 않았다. 특히 다들 궁금해했던 것은 N형이 왜 결혼을 결심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지금의 아내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아내의 어떤 점이 형을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N형의 답변은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여러 이유 가운데 N형이 특히 강조한 것은 첫 번째로 아내에게 함
2022년 5월 28일. 감각에 대하여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절대적 감각의 70~80퍼센트는 시각이라고 한다. 그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인데, 28일(토)의 기억도, 어쩌면 수많은 기억들이 사진처럼 시각적 정보들로 조각조각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위 사진에서 처럼 이색적인 아름다운 꽃을 보면, 사람들은 쉽사리 호흡과 촉각, 후각이 둔해지며 시각적 감각에 사로잡힌다. 시각은 인간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을 잃은 인간은, 많은 도움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스물 후반의 남자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영화를 볼 때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집중을 못했고, 책을 읽을 때도 겉핥기 식으로만 읽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멍 때리는 경우가 많아 유독 국어 성적이 안 좋았고, 항상 시험에 노력하는만큼 결과가 따라 주지 않았습니다.이후 성인이 되고 스물 중반의 나이에 첫 공무원 시험을 도전했을 때만 하더라도 어릴 때라 그랬을 거야 하며 의욕이 넘치고, 각종 시험에 불합격하더라도 금방 딛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건강했는데요,
덴마크에는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이 있다. 여느 도서관처럼 이곳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책을 대여해준다. 차이가 있다면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대여 기간도 좀 다르다. 1-2주가 아닌 30분 동안 내가 빌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소수 인종부터 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시간을 자원한 덕에 이 도서관은 유지된다. 타인을 향한 낙인과 편견, 혐오를 완화하고 이해와 존중,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eople don’t quit a job, they quit a boss. 사람들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끄덕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하다. 입사와 퇴사 그 무엇도 쉬운 게 하나 없다. 입사야 자기소개서며 면접이며 준비가 복잡하겠지만, 퇴사는 그저 몸만 나오는 것뿐인데 뭐가 힘드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퇴사는 입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괴롭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이미 큰 에너지가 소모되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전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학교 폭력의 교묘한 방법들집단생활에서 갈등은 어찌 생각하면 불가피합니다. 기질, 성격, 환경, 가치관 등 다른 사람이 모두 즐겁게 생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가정을 제외하고 처음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의 교육 기관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생활 적응에 대한 어려움으로 정신과를 방문합니다. 소아 청소년 시절, 학교 적응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친구 관계입니다. 그중에서도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화 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으로, 자신의 자녀가 출생 시 병원에서 뒤바뀐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두 아버지의 아픔과 성장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똑똑한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 그는 어느 날 갑자기 6년간 키운 자신의 아들이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비보를 전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십니까? 올해 7월을 마지막으로 대학 생활을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문과 중 평범한 학과를 전공하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 막연한 불안감이 자주 듭니다.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데는 전혀 문제 없이 잘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에 혼자 있을 때 문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저를 덮쳐 오면 차라리 죽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위험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잠에 들고 아침이 밝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잦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는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공황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 성공적으로 치료된다면 공황장애를 앓기 전과 똑같은 수준의 생활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분들이 공황장애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치료가 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황장애는 재발을 반복하고 만성화될수록 치료하기 어려워집니다. 엑
2. 독이 되는 관계가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과정3) 독이 되는 관계에는 반드시 공범이 있다(2)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째서 협력자들은 점차 주도자의 희생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폭력을 방조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관계의 고통은 신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큽니다. 물론 물리적인 폭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독이 되는 관계의 희생자가 고통받는 부분은 자신의 인생을 타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고립감 등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더 큽니다. 그리고 타인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정말 심할 정도로 눈물이 많고 쉽게 우울해집니다. 하루에 다섯 번 혹은 그 이상 울거나 울 정도의 속상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별것도 아닌 일에 계속 신경쓰고 우울해합니다. 조금이라도 저와 안 맞거나 나쁜 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충고 정도인 말에도 우울해지고 눈물이 나요.인간관계에도 많이 집착하게 되는데, 특히 내가 한 말로 인해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너무 깊게 걱정합니다. 또, 연인 관계에서도 남자친구가 다른 이성 친구들과 여럿이서 만나는
정신의학신문 | 정신건강의학과 정희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청년기까지는 주변인들이 힘들어할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련의 사건(누명으로 인한 강압 수사 등-현재는 해결된 상황)을 겪으며, 모든 인간은 어리석고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로 부정적인 감정의 문은 닫는 법까지 터득했습니다.사회활동이나 인간관계를 위해 대화를 할 때엔 상대방이 원하는 식으로 맞춰서 해 주지만 저는 별다른 감정은 없습니다. 상대방의 고통, 감정을 가늠할 수 없는 것인데 위로의 말을 주고받는 것 따위는 가식
정신의학신문 | 정신건강의학과 정두영 전문의 우리는 당연한 권리를 빼앗겼다고 느끼면 화가 납니다. 오이를 잘 받아 먹던 실험실의 원숭이는 옆 우리의 원숭이에게 포도를 주는 것을 보자 화가 나서 소리를 지릅니다. 원숭이에게 다가가 다시 오이를 주면 아까는 맛있게 먹었던 오이를 집어 던지며 철창을 흔듭니다. 나도 똑같이 포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 것이죠. 옆 원숭이가 힘든 실험을 마치고 보상을 받은 것인지, 건강 상태 때문에 다른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인지 원숭이 수준에서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인간 사회에서도
2022년 5월 18일. 숲의 주인들 까마귀일까? 아스팔트를 부어 놓고 굳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이 길을 걸었을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반대쪽에서 마주 걸어온 자국이 나는 너무도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힘든 걸 다 잊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었다. 그저 내 곁에 빙빙 돌고 있는 까마귀가 한 마리 있어, 그저 까마귀일까? 생각해 볼 뿐이다.사람들이 걷겠다고 길을, 나무를 꺾고, 그 위에 아스팔트를 들이붓는 바람에, 그게 뭔지도 모를 새가 그것을 밟고 유유히 걷다가, 점점 그 액체가 굳어졌을 것을 생각하니 내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
정신의학신문 | 박혜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 미군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총구가 한 여성과 어린 소년에게 향해 있습니다. 일반 시민인지, 테러리스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그 순간 여성이 소년에게 수류탄을 건네주고, 이를 받은 소년이 미군 쪽을 향해 달려옵니다. 호흡을 가다듬던 카일은 결국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카일이 쏜 두 발의 총에 어린 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지만, 아군의 생명은 지킬 수 있었던 것이죠.이후 4차례의 파병 끝에 전역한 그는 이상한 증상에 시달립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안락한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혜영 씨는 깊은 밤,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누웠지만 웬일인지 의식은 점점 또렷해지면서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술김에 평소에 하지 못했던 불평불만을 상사에게 쏟아붓던 장면이 빠르게 스쳐 갑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어젯밤, 선호 씨는 아내와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요즘 들어 선호 씨는 아내와 부딪치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회사 일도 바쁘고 피곤한데, 집에 들어서면 냉기만 감돌 뿐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젠가 만원 지하철에서 한 노인과 젊은 여성이 실랑이 벌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노인이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여성은 자신이 임산부이기 때문에 서서 가기에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노인은 여성이 괘씸했는지, 배도 안 나왔는데 비켜 주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며 한마디했다. 실제로 여성의 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산부의 배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의 가방에는 임산부임을 증명하는 임산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초기 임산부였던 것이다. 결국 상황을 지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