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릴 적에, 어른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어른들 세상은 아주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투성이였어요. 어른이 된 후로 감정은 점점 더 메말라 가고,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완고한 나름의 틀이 생긴 것인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새 친구를 사귀는 일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별일 아닌 일에도 소심해지고, 사소한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삶의 모든 희망과 의욕을 잃어버린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전 남자 친구가 떠넘긴 빚에 쫓기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이 그녀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지쳐버린 대상은 좀 더 본질적인 것, 즉 ‘세상 모든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독백처럼 여자에게는 모든 관계와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다.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저 조용히 웃음 지으며 있는 듯 없는 듯 무력하게 살아간다. 지독한 우울을 가슴에 품고서 말이다.드라마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있었던 모임에서 선배 N형의 결혼생활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임 구성원의 대다수가 미혼인 데다 결혼을 생각 중이기도 했기 때문에 질문이 적지 않았다. 특히 다들 궁금해했던 것은 N형이 왜 결혼을 결심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지금의 아내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아내의 어떤 점이 형을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N형의 답변은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여러 이유 가운데 N형이 특히 강조한 것은 첫 번째로 아내에게 함
2022년 5월 28일. 감각에 대하여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절대적 감각의 70~80퍼센트는 시각이라고 한다. 그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인데, 28일(토)의 기억도, 어쩌면 수많은 기억들이 사진처럼 시각적 정보들로 조각조각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위 사진에서 처럼 이색적인 아름다운 꽃을 보면, 사람들은 쉽사리 호흡과 촉각, 후각이 둔해지며 시각적 감각에 사로잡힌다. 시각은 인간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을 잃은 인간은, 많은 도움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eople don’t quit a job, they quit a boss. 사람들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끄덕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하다. 입사와 퇴사 그 무엇도 쉬운 게 하나 없다. 입사야 자기소개서며 면접이며 준비가 복잡하겠지만, 퇴사는 그저 몸만 나오는 것뿐인데 뭐가 힘드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퇴사는 입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괴롭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이미 큰 에너지가 소모되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전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학교 폭력의 교묘한 방법들집단생활에서 갈등은 어찌 생각하면 불가피합니다. 기질, 성격, 환경, 가치관 등 다른 사람이 모두 즐겁게 생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가정을 제외하고 처음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의 교육 기관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생활 적응에 대한 어려움으로 정신과를 방문합니다. 소아 청소년 시절, 학교 적응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은 친구 관계입니다. 그중에서도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화 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으로, 자신의 자녀가 출생 시 병원에서 뒤바뀐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두 아버지의 아픔과 성장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똑똑한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 그는 어느 날 갑자기 6년간 키운 자신의 아들이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비보를 전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는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공황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 성공적으로 치료된다면 공황장애를 앓기 전과 똑같은 수준의 생활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분들이 공황장애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치료가 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황장애는 재발을 반복하고 만성화될수록 치료하기 어려워집니다. 엑
2. 독이 되는 관계가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과정3) 독이 되는 관계에는 반드시 공범이 있다(2)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째서 협력자들은 점차 주도자의 희생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폭력을 방조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관계의 고통은 신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큽니다. 물론 물리적인 폭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독이 되는 관계의 희생자가 고통받는 부분은 자신의 인생을 타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고립감 등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더 큽니다. 그리고 타인
정신의학신문 | 정신건강의학과 정두영 전문의 우리는 당연한 권리를 빼앗겼다고 느끼면 화가 납니다. 오이를 잘 받아 먹던 실험실의 원숭이는 옆 우리의 원숭이에게 포도를 주는 것을 보자 화가 나서 소리를 지릅니다. 원숭이에게 다가가 다시 오이를 주면 아까는 맛있게 먹었던 오이를 집어 던지며 철창을 흔듭니다. 나도 똑같이 포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 것이죠. 옆 원숭이가 힘든 실험을 마치고 보상을 받은 것인지, 건강 상태 때문에 다른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인지 원숭이 수준에서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인간 사회에서도
2022년 5월 18일. 숲의 주인들 까마귀일까? 아스팔트를 부어 놓고 굳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이 길을 걸었을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반대쪽에서 마주 걸어온 자국이 나는 너무도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힘든 걸 다 잊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었다. 그저 내 곁에 빙빙 돌고 있는 까마귀가 한 마리 있어, 그저 까마귀일까? 생각해 볼 뿐이다.사람들이 걷겠다고 길을, 나무를 꺾고, 그 위에 아스팔트를 들이붓는 바람에, 그게 뭔지도 모를 새가 그것을 밟고 유유히 걷다가, 점점 그 액체가 굳어졌을 것을 생각하니 내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
정신의학신문 | 박혜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 미군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총구가 한 여성과 어린 소년에게 향해 있습니다. 일반 시민인지, 테러리스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그 순간 여성이 소년에게 수류탄을 건네주고, 이를 받은 소년이 미군 쪽을 향해 달려옵니다. 호흡을 가다듬던 카일은 결국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카일이 쏜 두 발의 총에 어린 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지만, 아군의 생명은 지킬 수 있었던 것이죠.이후 4차례의 파병 끝에 전역한 그는 이상한 증상에 시달립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안락한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혜영 씨는 깊은 밤,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누웠지만 웬일인지 의식은 점점 또렷해지면서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술김에 평소에 하지 못했던 불평불만을 상사에게 쏟아붓던 장면이 빠르게 스쳐 갑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어젯밤, 선호 씨는 아내와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요즘 들어 선호 씨는 아내와 부딪치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회사 일도 바쁘고 피곤한데, 집에 들어서면 냉기만 감돌 뿐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젠가 만원 지하철에서 한 노인과 젊은 여성이 실랑이 벌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노인이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여성은 자신이 임산부이기 때문에 서서 가기에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노인은 여성이 괘씸했는지, 배도 안 나왔는데 비켜 주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며 한마디했다. 실제로 여성의 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산부의 배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의 가방에는 임산부임을 증명하는 임산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초기 임산부였던 것이다. 결국 상황을 지켜보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 변화가 달갑지 않기도 합니다. 초중고 학생들은 학업과 친구 관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합니다. 직장인들은 출퇴근으로 사라지는 시간적 여유와 불편한 회식 같은 대인관계 부담을 이야기합니다. 비대면 수업이나 재택근무를 새로 익혀야할 때도 부담이 되었는데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변화는 스트레스와 관련됩니다. 심각한 질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식은땀이 났어요”-“숨쉬기가 힘들고, 쓰러질것 같았어요.”-“어지럽고 눈 앞이 핑 돌면서 순간 여기가 어딘지, 현실이 아닌거 같았어요.”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걸까요? 갑자기 숨쉬기가 불편해지는 나, 뭔가 비정상인 걸까요? TV나 SNS에서 공황장애를 흔히 다루게 되면서 이제는 공황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정신과를 처음 찾으면서 ‘공황장애인 것 같아요.’‘공황 발작이 있었어요.’라며 스스로 이야기해 주시는 환자
2. 독이 되는 관계가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과정3) 독이 되는 관계에는 반드시 공범이 있다(1)정신의학신문|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자신의 문제를 상대방에게 덮어 씌우는 독이 되는 관계. 이 독성관계는 주도자와 희생자. 둘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아주 일시적인이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 독성이 여러분의 정신을 긴 시간에 걸쳐 바꿀만큼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사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단지 1대1의 관계라고 믿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부부간의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의학과 전문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한 가지 일에 너무 많은 사람이 관여하면 그 일의 해결 방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직장에서의 회의 시간을 생각해 보자. 특히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회의에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 배를 타고, 자기 쪽으로 노를 젓는다. 사공을 하나라도 더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입을 꾹 다물게 된다. 어차피 곧 리더 사공이 나타나 상황을 싹 정리해 줄 예정이니, 특별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말이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의학과 전문의 은혜 씨는 요즘 직장에서 ‘은따(은근한 따돌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잡다한 업무를 은혜 씨에게 몰아 주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팀원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가기 일쑤입니다. 팀의 리더 격인 제일 선배가 은혜 씨 커피만 사 오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얼굴이 붉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돌아온 선배의 말은 “은혜 씨 있는 줄 몰랐네?”였지요. 더욱 속상한 점은 이 모든 게 퇴사를 통보한 뒤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이직 계획을 밝힌 날, 선배의 “배신자”라는 날카로운 말은 여전히 은혜 씨의
* 알립니다 : 21일 서울숲 방문은 개인적으로 방문한 제주도에서 귀국시 19일 발병한 공황발작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제주도에서의 사려니 숲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2022년 5월 18일. 제주, ‘사려니 숲’ 완주 이제껏 사려니 숲을 수 없이 다녔지만, ‘완주’의 개념으로 바라보지 않은 탓인지 한 쪽 출입구로 들어갔다가 적당히 숲을 즐기고, 다시 돌아 나오는 방식으로만 다녔다. 사려니 숲이 생각보다 길고, 그 길을 정복(?) 하려면 꽤 걸어야 하기에 엄두도 못 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방문에 어쩌다, 정말 어쩌다 숲의 한 방향(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