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그루나 죽인 걸까?허브의 왕 로즈마리, 꽃집의 쉬운 추천만큼 주위에서 많이들 키워서 나도 덩달아 키웠다. 그리고 정말이지 많이 죽였다. 죽이고 다음에 다시 살 때는 꽃집 사장님께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캐묻곤 했다. ‘키우기 쉬워요.’라는 중상모략에 그렇게도 쉽게 넘어갔더랬다. 어떤 곳에서는 야외에 두고 키워야 한다는 큰 팁을 주시기도 하셨다. 사실 그때 인터넷 검색을 했더라면, 아주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는 식물을 키우는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니 인터넷 정보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았다. 열심히
‘바람’하면 나는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생각이 난다. 가만 듣다 보면 바람의 형태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사람에게, 사랑에 바람은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떠다닌다. 식물에게는 햇살, 물, 토양, 그리고 바람이 꼭 필요하다. 식물이 바람에 떠밀리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큰 나무가 멋들어지게 흔들리는 것 말고, 가엽게 생긴 식물 한 자루가 강력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식물이 약자가 된 것 같아 짠하고 구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쓰인다. 그때 바람은 식물에게 시련인 것이다. 하지만 그냥 바람에
날씨가 심상치 않다. 계절과 계절 사이, 이제는 이름을 붙여줘야 할 만큼 길게 엉뚱한 계절이 왔다 간다. 기후변화 탓에 초여름에 가을을 보기도 한다. 그러면 식물들도 주춤하곤 한다. 하지만 긴 기록 속 여름을 기억한 그들은 이제 식물들이 제 자리를 찾아 앉는다. 풍성하게 커갈 일만 남았다. 내 책상 자리에 앉아 발코니와 실내 배치된 실물을 보고 있자면, ‘제 때를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위대한 일이구나’싶다. 오픈한 상점 홍보용 풍선인형처럼 흔들릴지 언정 부러지지는 않는 멋진 유칼립투스부터, 강한 해를 맞고도 멋지게 색을 내는 부겐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제기랄, 나는 어버이날 가출했다. 이런 나에게 가정의 달 이란 흡사 나라에서 나를 훈육하는 느낌이다. 귀엽게 어린이 날로 시작해서, 묘하게 부부의 날로 마무리하는, 나라에서 정한 ‘가정의 달’ 이때 가정이란 3-4인 기준 정상적인 성인남녀와 그 자녀를 뜻하는 말이다. 정말 현실적이지가 않다, 나에게는. 단전으로부터 올라오는 강한 반발심을 장착하고, 4월부터 기다렸다는 듯 식물을 산다. 절화도 산다. 이제는 절화를 택배 주문하는 방법까지 알아서 더 산다. 바다의 날(31일)만을 기다리며 5월을 버틴다. 나는
어린이 날, 어떤 선물을 받아보았는가? 내가 어릴 적 어린이 날은 선물 받는 날이라는 것 정도로 기억했던 것 같다. 방정환 선생님이 깜짝 놀랄 일이다. 이제는 어린이날 선물을 줘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어린이 날이 되면 주책맞게 설레는 맘이 든다. 각종 학원을 빙빙 돌고 집에 오면 쓰러져 잠이 들 만큼 바쁘고, 각종 어린이 범죄가 횡행하는 시대에, 어린이는 어른들을 어떻게 생각할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걱정도 모르고, 몰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고, 친구와 놀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어린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성장한다. 식물 또한
어릴 적 아버지 사업이 실패했다. 애초에 사업가 소질도 없으신 분이었고, IMF의 촘촘한 빗살 같은 전쟁에 이겨낼 재간이 있는 사람은 적었다. 지금이야 소상공인 대책도 있고, 운영 노하우도 나라에서 알려주고 하지만, 그 당시엔 그렇게 해줄 나라가 파산해서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정말 모두가 망했다.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를 탓하기 보다 자신의 팔자를 탓하셨다. 어디에도 화풀이할 대상이 없으니 그쪽으로 뻗으신 모양이다. 아버지에게 단 하나의 불만을 말씀하셨는데, 바로 “고개를 푸욱 숙이고 다니는 게 보기 싫다.”였다. 사람이
고사리, 하면 보통은 먹는 나물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사리란 양치류(fern)에 속하는 식물을 떠올린다. 블루스타 펀, 아디아텀, 후마타, 노무라, 아비스, 만다이아넘, 다바나 등 고사리는 종류가 수도 없이 많다. 고사리는 보통 숲에서 나무 밑동에 자리 잡고 살아간다. 우거진 숲에, 큰 나무가 해를 다 가려줘서 어두운데, 음습한 편인 장소이다. 내가 독립을 한지 만 3년, 햇수로 4년째이다. 그 사이 나는 많은 식물을 들였고, 많은 식물과 이별했다. 보통은 수많은 식물들을 집에서 최대한 적절한 위치
나에겐 콩고라는 식물이 있다. 콩고의 학명은 Philodendron 'Congo'이다. 필로덴드론류는 보통 브라질, 서인도제도를 원산으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고, 열대 아메리카에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키우기 아주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온대에 자라는 식물인데, 심지어 내한성도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게 있는 콩고는 ‘레드 콩고’인데, 처음부터 중-대품으로 들였다. 레드 콩고는 새 잎이 아주 매혹적인 붉은빛을 띠고 있는데, 구엽이 되면서 초록색으로 변한다. 별생각 없이 들어간 식물 가게에 너무 멋진 붉은색을 보고 정말 별생
여기, 아랄리아라는 식물이 있다. 잎새가 길고, 얇고, 뾰족하며 그것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모양새로 생겼다. 이 친구는 나와 함께 한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처음부터 한눈에 반해서 집으로 들이고,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잎새에 갈퀴처럼 나 있는 어느 정도 공격적인 모습에 귀여워서 홀로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귀여운 아랄리아는 잘 자라지 않았다. 나와 같은 시기에 구입한 사람들의 SNS를 넘어다 보며, 안절부절못하다가, 이 친구만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하고 걱정을 접었다. 걱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분갈이 시즌이었다.
‘새벽 꽃시장에 간다’에는 무언가 모를 향기롭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진 이 같다는 이미지가 담겨있다. 실상과는 얼마나 다를지 몰라도, 내가 다니는 양재동 화훼시장의 이야기를 담아보겠다. 양재동 화훼시장은 절화 시장*과 크게 두 동으로 나뉜 분화 시장, 구석에 흙과 화분을 파는 자재시장, 그리고 커다란 경매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주로 분화 시장, 가동·나동을 열심히 파헤치는 자에 속하는데 어떤 때에는 절화 시장으로 발길이 닿기도 한다. 동네 꽃가게에 들어가면 나는 향기를 기억하는가? 정확히 어떤 꽃인지는 몰라도 열심히 뿜어내고
꽃은 선물의 상징이다. 지인이 전시회를 열었다 거나, 연주회를 열었을 때는 꽃다발이 필수처럼 여겨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때에도 꽃은 맹활약을 하고, 이제 세상에 없는, 그리운 이를 찾아갈 때도 꽃 한 송이 없으면 두 손이 허전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럼 반대로, 꽃을 선물 받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인가?근 1년 내에 전시회나 연주회를 열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꽃다발을 수시로 주는 좋은 습관이 있는가? 마지막은 생략하자. 꽃을 주는 일은 종종 있지만, 받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문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쳐가는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방금 말씀하신 부분에서 나쁜 사람은 멀리하는 게 맞는 거죠? 전현수: 그렇죠. 적당히 해야 합니다. 정정엽: 관계를 아예 끊는 건 아니고요? 전현수: 절대로 관계를 끊으면 안 돼요. 조금 싫다고 해서 끊잖아요? 그러면 자기 옆에 아무도 없어요. 모든 관계가 단절돼요. 그러니까 사람은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으면 도움받을 수 있는 게 무척 많아요. 회사 안에서도 유달리 가깝게 느
‘흙, 바람, 해, 물’보통 식물에게 필요한 요소들이다. 흙은 판매하는 흙 중 식물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흙을 구매하면 된다. 계절의 바람이 부족하다면 선풍기나, 에어 써큘레이터*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해는 최대한 창가에 두거나 해가 덜 필요한 식물을 들이면 된다. 부족하면 ‘식물 등’이라는 전문 등이 있다. 식물 생장에 필요한 파장을 제공해서 해보다는 부족하지만 도움받을 용도라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물은 어떨까? 물,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물. 식물에게 물론 그냥 수돗물을 주면 된다. 더 자세히 따지자면, 인간인 우리도 세계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현실의 이야기이다. 매달 세금을 납부하고, 정리해도 끝내 정리되지 않는 집을 정돈하며, 햇볕이 좋은 날은 외출을 해야 할까 빨래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 적당한 주기로 칫솔을 변경하며, 베갯잇을 갈고, 환기를 하는 일 들. 우리가 삶에서 져야 하는 것들,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버텨보려 기부금을 낮추는 일이라 거나, 위시리스트를 비우고 남의 경조사를 챙겨야 하는 일들. 그런 삶은 조금은 궁상맞고, 어느 면에서는 세련된 삶과는 정반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통 큰 기부금을 꾸준히 내고,
십여 년 전부터 친구 K에게 화분을 종종 선물하곤 했다. 주로 죽였지만, 그래도 나는 K의 베란다에서 살아남을 아이를 찾아서 선물을 이어갔다. 어느 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 근처를 빙빙 도는데, 식물 칸이 새로 생겨 있었다. 그곳에 오늘의 주인공, 홍콩야자가 작은 팟*에 담겨있었다. 나는 다시 선물에 도전했다. 1년 정도 지난 후 어느 날, K에게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얘 화분에 심어야 할 것 같은데? 밑에 뿌리가 장난 아니야!” 야호! 성공했다. 드디어 K의 베란다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아이가 생겼다. 머나먼 K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Queen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상담을 받으러 서둘러 택시를 탔을 때였다. 잘 듣지 않는 라디오 소리를 듣다니, 이어폰을 챙기지 않은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번 주 주제로 로 정해두고 비슷한 노래를 듣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사랑은 만고 동안 인류의 삶에 고민으로 남아있다. 어떤 사랑이 옳고 어떤 사랑은 옳지 않다는 평가가 부질없다는 것도 우리는 세월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은 숭고하다고 하지만, 불처럼 물처럼 뜨겁고 깊고 다루
평지가 적고 산이 많은 한국은, 굳이 식물을 키우지 않고 가까운 동네 뒷산만 가도 가지각색의 식물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식물을 키우고 만다. 이건 병이다. 누가 고쳐줄 수도 없고, 억지로 하지말라고 해도 못하면 끝내 욕망이 남아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의 평온함, 동시에 전해지는 역동성을 느낀 사람들은 식물을 가까이 더 가까이에 두고자 한다. ‘식물을 하다.’ 식물을 하다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그 식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궁금증과 해결되지 않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이
나의 올리브는 죽었다. 그 당시 나는 혼란과 혼돈 속에서 죽음을 바랐다. 그 당시 내가 돌봄을 제대로 할 형편이 안되다 보니, 몇몇 식물이 죽었다. 죄책감, 그리고 한 켠에는 후련함도 있었다. 매일 돌아가며 물을 주고, 상태를 살피고, 자리를 옮겨주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죽고 싶어서 날짜를 세아리고,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절망에 빠져 산다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었다. 내 안에 나의 고민과 절망들이 가득차서, 다른 생명체를 돌볼 여지가 없었다.의미랄 게 없는 매일을 지나치며 나는 점점 더 지쳐만 갔다. 올리
봄이 왔다. 양력 1월 1일의 결심을 애써 무시했던 우리는 음력 첫날에도 살짝 찔리지만 작은 목표만을 세워 둔 채 그저 그런 비슷한 날들을 살아간다. 괜찮지 않죠? 외출 시에 마스크는 잊지 않았는지, 어느 매장이든 올 때마다 찍으라는 큐알코드는 왜 그렇게 가까이 가야 찍히는지. 짜증 나고 답답한 삶이 계속된다. 언제까지인지도 모르는 채로. 괜찮지 않을 겁니다. 답답한 일상, 묵은 다짐, 나도 모르겠는 나의 마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어제의 나쁜 기억을 잊고자 노력하며, 내일의 행운과 불행을 미리 저울질하며 살아간다. 봄은 새
들키고 싶지 않은 표정이 있다. 연애를 시작할 때 붉은 볼과 어색한 웃음, 새 학기, 새 반 한 켠에 앉아 전체를 바라보는 불편한 떨림, 생일 선물을 받을 때의 고맙고 신나는 표정,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배려할 때의 적당한 웃음, 대화가 중간에 뚝 끊겼을 때의 어색한 시선처리,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을 때의 신나는 표정.또, 연애를 맺음 할 때 눈물이 맺힌 눈의 메시지, 장례식장에서 상주에게 위로를 건넬 때, 언짢은 일을 당하고 (발을 밟혔거나) 어디까지 화를 내도 되는지 궁리하는 표정, 우울증이 극심한데, 잡아 놓은 약속 장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