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선물의 상징이다. 지인이 전시회를 열었다 거나, 연주회를 열었을 때는 꽃다발이 필수처럼 여겨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때에도 꽃은 맹활약을 하고, 이제 세상에 없는, 그리운 이를 찾아갈 때도 꽃 한 송이 없으면 두 손이 허전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럼 반대로, 꽃을 선물 받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인가?근 1년 내에 전시회나 연주회를 열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꽃다발을 수시로 주는 좋은 습관이 있는가? 마지막은 생략하자. 꽃을 주는 일은 종종 있지만, 받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문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쳐가는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방금 말씀하신 부분에서 나쁜 사람은 멀리하는 게 맞는 거죠? 전현수: 그렇죠. 적당히 해야 합니다. 정정엽: 관계를 아예 끊는 건 아니고요? 전현수: 절대로 관계를 끊으면 안 돼요. 조금 싫다고 해서 끊잖아요? 그러면 자기 옆에 아무도 없어요. 모든 관계가 단절돼요. 그러니까 사람은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으면 도움받을 수 있는 게 무척 많아요. 회사 안에서도 유달리 가깝게 느
‘흙, 바람, 해, 물’보통 식물에게 필요한 요소들이다. 흙은 판매하는 흙 중 식물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흙을 구매하면 된다. 계절의 바람이 부족하다면 선풍기나, 에어 써큘레이터*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해는 최대한 창가에 두거나 해가 덜 필요한 식물을 들이면 된다. 부족하면 ‘식물 등’이라는 전문 등이 있다. 식물 생장에 필요한 파장을 제공해서 해보다는 부족하지만 도움받을 용도라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물은 어떨까? 물,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물. 식물에게 물론 그냥 수돗물을 주면 된다. 더 자세히 따지자면, 인간인 우리도 세계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현실의 이야기이다. 매달 세금을 납부하고, 정리해도 끝내 정리되지 않는 집을 정돈하며, 햇볕이 좋은 날은 외출을 해야 할까 빨래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 적당한 주기로 칫솔을 변경하며, 베갯잇을 갈고, 환기를 하는 일 들. 우리가 삶에서 져야 하는 것들,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버텨보려 기부금을 낮추는 일이라 거나, 위시리스트를 비우고 남의 경조사를 챙겨야 하는 일들. 그런 삶은 조금은 궁상맞고, 어느 면에서는 세련된 삶과는 정반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통 큰 기부금을 꾸준히 내고,
십여 년 전부터 친구 K에게 화분을 종종 선물하곤 했다. 주로 죽였지만, 그래도 나는 K의 베란다에서 살아남을 아이를 찾아서 선물을 이어갔다. 어느 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 근처를 빙빙 도는데, 식물 칸이 새로 생겨 있었다. 그곳에 오늘의 주인공, 홍콩야자가 작은 팟*에 담겨있었다. 나는 다시 선물에 도전했다. 1년 정도 지난 후 어느 날, K에게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얘 화분에 심어야 할 것 같은데? 밑에 뿌리가 장난 아니야!” 야호! 성공했다. 드디어 K의 베란다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아이가 생겼다. 머나먼 K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Queen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상담을 받으러 서둘러 택시를 탔을 때였다. 잘 듣지 않는 라디오 소리를 듣다니, 이어폰을 챙기지 않은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번 주 주제로 로 정해두고 비슷한 노래를 듣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사랑은 만고 동안 인류의 삶에 고민으로 남아있다. 어떤 사랑이 옳고 어떤 사랑은 옳지 않다는 평가가 부질없다는 것도 우리는 세월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은 숭고하다고 하지만, 불처럼 물처럼 뜨겁고 깊고 다루
평지가 적고 산이 많은 한국은, 굳이 식물을 키우지 않고 가까운 동네 뒷산만 가도 가지각색의 식물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식물을 키우고 만다. 이건 병이다. 누가 고쳐줄 수도 없고, 억지로 하지말라고 해도 못하면 끝내 욕망이 남아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의 평온함, 동시에 전해지는 역동성을 느낀 사람들은 식물을 가까이 더 가까이에 두고자 한다. ‘식물을 하다.’ 식물을 하다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그 식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궁금증과 해결되지 않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이
나의 올리브는 죽었다. 그 당시 나는 혼란과 혼돈 속에서 죽음을 바랐다. 그 당시 내가 돌봄을 제대로 할 형편이 안되다 보니, 몇몇 식물이 죽었다. 죄책감, 그리고 한 켠에는 후련함도 있었다. 매일 돌아가며 물을 주고, 상태를 살피고, 자리를 옮겨주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죽고 싶어서 날짜를 세아리고,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절망에 빠져 산다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었다. 내 안에 나의 고민과 절망들이 가득차서, 다른 생명체를 돌볼 여지가 없었다.의미랄 게 없는 매일을 지나치며 나는 점점 더 지쳐만 갔다. 올리
봄이 왔다. 양력 1월 1일의 결심을 애써 무시했던 우리는 음력 첫날에도 살짝 찔리지만 작은 목표만을 세워 둔 채 그저 그런 비슷한 날들을 살아간다. 괜찮지 않죠? 외출 시에 마스크는 잊지 않았는지, 어느 매장이든 올 때마다 찍으라는 큐알코드는 왜 그렇게 가까이 가야 찍히는지. 짜증 나고 답답한 삶이 계속된다. 언제까지인지도 모르는 채로. 괜찮지 않을 겁니다. 답답한 일상, 묵은 다짐, 나도 모르겠는 나의 마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어제의 나쁜 기억을 잊고자 노력하며, 내일의 행운과 불행을 미리 저울질하며 살아간다. 봄은 새
들키고 싶지 않은 표정이 있다. 연애를 시작할 때 붉은 볼과 어색한 웃음, 새 학기, 새 반 한 켠에 앉아 전체를 바라보는 불편한 떨림, 생일 선물을 받을 때의 고맙고 신나는 표정,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배려할 때의 적당한 웃음, 대화가 중간에 뚝 끊겼을 때의 어색한 시선처리,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을 때의 신나는 표정.또, 연애를 맺음 할 때 눈물이 맺힌 눈의 메시지, 장례식장에서 상주에게 위로를 건넬 때, 언짢은 일을 당하고 (발을 밟혔거나) 어디까지 화를 내도 되는지 궁리하는 표정, 우울증이 극심한데, 잡아 놓은 약속 장소에서
지난겨울, 식물 많이 죽이셨나요? 혹한기가 지나고 살짝 봄바람이 불면, 옷차림새부터 금세 봄을 알아챌 수 있다. 두툼하고 투박하던 외투가 살짝 얇아지고, 어느새 사람들의 얼굴에는 살짝 발그레한 홍조가 돈다. 아무도 모르게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해가 조금 일찍 나오고 회사원들이 퇴근할 때가 되어도 바깥이 밝다. 추위를 이겨낸 우리들의 고생만큼, 혹은 더 식물들도 각자 고군분투했다. 빛이 부족하고, 여름엔 벌컥벌컥 마시던 물도 한동안 참았다. 바람도 너무 차가워 문을 꽁꽁 닫았다. 특히 해가 많은 지역에 사는 아프리카 식물들, 호주 식
나에겐 매일이 식목일이다. 매일 아침 식물 물 시중을 들고, 아침·저녁으로 환기를 시킨다. 봄에는 바깥으로 좇아 내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하나 둘 집안으로 들인다. 그렇게 식물 하나하나를 알아가도 모르고 또 모른다. 모르겠는 그 마음을 헤아려가며,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나에게 힘이 되는 식물을 지켜보며 내가 받은 수많은 위로의 날들을 글로 풀어보려 한다. 정말이지 매일 죽고만 싶지만, 그런 내 두 손엔 식물이 올라서서 매일 조금씩 변화한다. 죽어가던 나의 마음과 식물이 만나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날들을 돌이켜본다. * 매주 2회
[정신의학신문 : 통통샤인 정신과, 이상수 전문의] 암묵 기억이 담긴 무의식의 실체를 알기 위해 정신분석만큼 탁월한 치료는 없다. 하지만, 정신분석은 기나긴 자기 이해의 과정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분석 비용이 만만찮고 환자와 치료자 모두 상당한 노력이 들어야 하기에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바쁜 현대인들은 자신의 발목을 잡는 반복되는 삶의 문제들을 부정적인 핵심 믿음으로 구분되는 도식을 찾아내 접근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 마음의 덫과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정적인 믿음을 고치는 것이 반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저는 어느 정도 와 닿는 부분도 있고, 조금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요. 독자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요즘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잖아요? 이런 개인주의로 인해 1인 가정식, 1인 가구 이렇게 혼자 살아가게끔 다 맞춰주는데, “남하고 상호작용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궁극
러시아는 발레의 나라다. 발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지만, 러시아에서 만개했다. 황실에서 무용학교를 세우는 등 앞장서서 발레를 지원함으로써 발레의 대중화를 선도한 영향이 크다. 200년 역사가 훌쩍 넘는 키로프 마린스키 발레단이나 볼쇼이 발레단은 그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을 설레게 만드는 명품 클래스다. 내한 공연도 여러 번 가진 바 있다.러시아를 발레의 나라로 만든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차이콥스키다. 그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Swan Lake)’, ‘잠자는 숲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 ‘호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우리 몸과 마음은 분명 지쳐 있습니다2021년, 소의 해가 소걸음처럼 느릿하지만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미 새해로 접어들어 며칠 지난 시점입니다. 저마다 새해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 것들을 흘려 떠나보내고 희망찬 것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실 테지요.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들썩였던 한 해였습니다. 우리의 삶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찼었지요. 그로 인해 삶의 형태 또한 많이 달라진 시기였습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삶의
전 세계에 걸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은 단연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다.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 곡을 듣기 위해 연주회장을 찾는다. 작년까지도 예외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연주회장이 문을 닫은 때문이다. 국립합창단이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할 예정이던 공연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씁쓸함이 밀려온다. 헨델의 대표곡이자 그를 출세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 작품은 그가 고난과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기적처럼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가 브람스라면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는 뭘까? 아마도 첼로가 아닐까? 네 줄의 현에서 울려 퍼지는 깊고 넓은 중저음은 다른 악기가 줄 수 없는 따뜻함과 평온함을 준다. 그것은 존재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신비의 울림이다.콘트라베이스보다는 작지만, 바이올린의 두 배 크기인 첼로는 피아노와 하프를 제외하면 가장 넓은 음역을 소화할 수 있는 악기다. 비올라나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고음 연주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고전주의 시대 때는 오케스트라를 꾸며주는 조연에 머물렀으나 낭만주의 시대 이후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는 누굴까? 세대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브람스를 꼽을 것이다. 가을만 되면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스산한 바람 속에서, 겨울을 준비하느라 부산한 사람들의 발자국 속에서 그가 만든 선율이 들려온다.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들어서 있다.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안국역 2번 출구 사거리에 오래된 찻집 ‘브람스’가 있다. 1985년에 문을 연 곳인데, 말이 찻집이지 전통차도 팔고 술도 판다. 예전에는 출판사들이 종로에 밀집해 있어
오뚝한 코에 짙은 눈썹과 초롱초롱한 눈망울. 초상화 속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인생의 풍파를 별로 겪지 않았을 것 같은 전형적인 귀공자 스타일이다. 독일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서양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슈만은 겉으로 보기에는 이처럼 화려하다.하지만 그는 누구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으며, 정신적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사람이었다.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그의 위상과는 달리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많지 않다.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린 ‘어린이 정경’ 제7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