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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질문 게시판

제목

사는 게 왜 온전하지가 못할까요

닉네임
익명 [비회원]
등록일
2022-09-28 17:02:39
조회수
163
상태
답변완료
질문번호
12348
실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약도 꾸준히 복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도 우울증으로 약물을 복용하다가 조울증 소견이 있어 기분조절제도 복용을 했었구요...
그런데 치료를 하다 보면 매번 이런다고 나아질 것이 있겠어 싶어서 마음대로 병원에 가지를 않았습니다
치료를 시작할 때는 병원만 가면 약만 먹으면 다 나아질 거야 열심히 다닐 거야 생각하고 내원하지만
실질적으로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똑같고 매일 제자리예요

현재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집단 특성 상 성과주의와 수직적 문화가 강한 곳이라서 실은 버티는 게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어요.
거의 매일 혼이 나고 혼을 내는 상대는 자신의 말이 어떤 수준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거의 폭언이나 다름없이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부정적인 자아상만 형성이 돼요. 가끔은 밥 먹는 것도 돈이 아까워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이 밥 먹을 가치도 없어서요.

원래 긴장도가 높아서 집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돼서 푹 퍼져 버리는데 공부를 하려면 그러면 안 되잖아요.
집에만 가면 무기력증이 시달려요. 밤낮 없이 주말도 없이 일을 해야 하는데 실은 너무 많이 쉬고, 일을 자꾸 미루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일을 미루고 결국에는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가 돼요
저도 이런 제가 싫지만, 매번 똑같아요. 그냥 미루는 수준이 아니고 병적인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니 점점 도태되는 기분만 느낍니다. 일을 미루고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나아지면, 뭘 바꾸면 저도 바뀔까요.
작성일:2022-09-28 17:02:39 218.235.68.150
등록된 답변이 있습니다.
답변 제목

정신의학신문입니다

답변자
정신의학신문
답변 등록일
2022-11-01 13:05:10
답변내용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올려주신 사연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이전부터 우울증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 중이시고, 약물치료도 받고 계신 상황이시네요. 그런데 중도에 임의로 내원하지 않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우울증 치료의 예후나 재발 발생률을 높일 수도 있으니, 담당 주치의분의 진료와 처방하에 지속적인 치료를 받으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사연자님께서는 현재 대학원에 다니면서 학업에 전념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대학원 공부란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성과주의와 수직적인 문화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으신 듯합니다. 누구라도 상대방에게 폭언에 가까운 언사를 듣는 것은 무척이나 참기 힘든 일일 텐데요,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언사에는 어느 정도 항의 의사 표현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사연자님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거친 언사를 구사하는 상대방의 과오인 만큼 자책이나 자기혐오의 늪에 빠지시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사연자님께서는 현재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는 습관 때문에도 고민이 많으시네요.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분들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의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한데요, 그러다 보니 번번이 일을 뒤로 미루게 되는 것이죠. 또 목표만 있고 목적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연자님께서 대학원 공부를 하기 위한 애초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대학원 공부 이후에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동기와 목적 말입니다. 그러한 애초의 목적을 잊고, 눈앞에 보이는 목표 달성에만 집착하다 보니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해야 할 일을 잘 처리해서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가치 있는 목적에 포커스를 두고, 다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해 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렇게 일을 잘 미루시는 분들은 일정을 좀 더 세분화해서 촘촘하게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촘촘한 일정 중에 몇 가지 이행이 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어느 정도 이행이 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일정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일정을 짤 때는 일의 난이도와 중요도를 고려해서 사연자님의 컨디션에 따라 별로 좋지 않을 때는 쉽거나 가벼운 일을 먼저 처리하고, 컨디션이 괜찮거나 좋을 때는 일의 중요하거나 난이도가 어려운 일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죠.

또 계획한 대로 일을 미루지 않고 잘 이행했을 때는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줌으로써 성취감과 만족감,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고, 다음 번 일을 수행하는 데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자신에게 선물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계획된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그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낸 다음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피가 아닌, 충전의 시간으로 의미 있게 쉬는 것이죠.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하고, 언제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지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 동안에는 주어진 일에 대해 집중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을 마무리 지은 후에는 후회하지 않고, 결과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일 처리의 순환을 만들어야 계속해서 일을 미루지 않고, 자기효능감도 높여 나갈 수 있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도, 너무 여유를 부리지도 말고, 사연자님만의 속도대로 한 발짝, 두 발짝식 앞으로 나아가실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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